2억짜리 자동차를 내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짜릿함에 관하여
저기 저 앞에 있는 차 뒤로 가야겠다.
생각함과 거의 동시에 원하는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혼자서 서킷도 주행하는 운전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나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베스트 드라이버인 줄 알 것만 같다. 실제로는 실 운전경력 1년 10개월이 지나 간신히 초보운전 스티커를 뗀 수준의 운전자다. 오로지 ‘BMW 전기차를 타보고 싶다!’는 하나의 생각만을 가지고 BMW 드라이빙센터의 전기차 체험인 i Drive를 신청했다.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는 작년에 처음 스타터팩을 이수할 때 방문했었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BMW 전시관을 지나 드라이빙 센터로 들어가면 키오스크가 있고 체크인을 할 수 있다. 체크인하면 맞은편 데스크에서 명찰을 나눠주신다.
시간이 되면 담당 인스트럭터가 호명을 하고 명찰을 확인한 뒤 이론 교육장으로 이동한다. 대략 오 분가량 운전 이론에 대해 교육받는다. 내가 참여했을 때는 신청자는 총 세 명이었다. 한 분은 남자분이었고, 다른 한 분도 남자분이셨으나 연인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동승자로 함께 오셨다. 차는 총 세 대가 준비되어 있다. 전기차 라인으로 i로 시작한다. 세단으로 5시리즈(i5)와 7시리즈(i7), SUV로는 5시리즈(iX)이다.
스타터팩을 할 때는 실제 도로를 운전한 것이 아니라서 현실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잠시 전기차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진 뒤 바로 도로로 나간다. 인스트럭터가 제일 앞에서 무전으로 안내하며 뒤에 세 대가 나란히 쪼르르 붙어간다.
시간을 정확히 측정해 본 것은 아니지만 체감상 도로 주행이 60% 이상 차지하고 서킷주행이 30% 정도 된다. 멀티플 코스(차에 적응하기 위한 코스로 급제동을 주로 배운다)와 전기충전하는 방법 안내가 합해서 10%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이 중에서 도로 주행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나누고자 한다.
처음에 운전했던 i5이다. 전기차도 처음이요, 5시리즈도 처음이다. 아무 사전 정보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차를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는 전기차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왠지 팔랑팔랑할 것 같다는 느낌. 사람을 태울 수 있는 가벼운 스마트폰이 도로를 달린다는 느낌. 그런데 체험해 본 전기차 세 대 모두 굉장히 묵직하고 안정감이 있었다. 내연기관 자동차 같은 느낌이었다. 비슷한 느낌, 그게 좋았다.
i5는 내 기준에서는 큰 편이지만 혼자 운전하기에 적합한 사이즈로 보인다. 내가 차를 실제로 구매한다면 이 정도 사이즈가 나한테 가장 잘 맞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해 보니 나는 SUV보다 세단이 맞는 사람이더라.
두 번째로 운전했던 iX이다. 내 자동차가 SUV이기 때문에 제일 잘 운전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작은 차를 선호하는 나에게는 너무 컸다. 4인 가족이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같은 5시리즈인데 옵션의 차이인지 iX가 살짝 더 힘이 좋았다. 뒤에서 iX가 오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존재감이 장난이 아니다. iX만 보인다. SUV이지만 고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속도를 낸다. 높은 속력이 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 속력인 것을 알았다. 그만큼 운전할 때 흔들리지 않는 무게중심이 하부에 딱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은 안정감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운전했던 i7이다. 처음에 이 차에 대한 정보가 아예 전무했다. 5시리즈 이상은 아예 검색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차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내가 운전을 해도 운전을 시작한 지 몇 분만에 감탄이 나왔다. 아름다움은 설명하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것이듯 설명하지 않아도 명차는 알게 되는 것이었다. 내가 달리고자 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세고 내 요구를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다는 안정감을 나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내가 달리고자 하는 의도가 위축되지 않았다.
도로주행을 하면서 인스트럭터의 차량과 체험차량 세 대가 쪼르르 붙어서 달리고 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차들이 있었다. 칼치기는 나를 무시해서 사람들이 했던 행동이 아니라 그냥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 차로 나와 내 뒤에 있던 iX 차량이 분리되었다. 잠시 후 일행을 찾아서 저기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액셀을 밟았다. 생각과 거의 동시에 그 위치에 도착해 있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물체가 있다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에서 쾌감이 온다. 이 차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2억이다. 내가 2억짜리 차로 도로를 주행하고 다녔구나. BMW는 무슨 생각으로 나 같은 사람에게 2억짜리를 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걸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BMW 드라이빙 센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협찬을 받거나 광고는 전혀 받지 않았다. 순수하게 운전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직접 돈을 내고 참석했다. 실 운전경력 1년 이상이 참여 조건이므로 그 이상 되신 분들 중에서 운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참여해 보시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