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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권 Aug 01. 2024

베이비 붐 세대의 주말 밥상 이야기

5. 닭다리 간장조림 (하) 식탁의 반려자 닭요리

5. 닭다리 간장조림 (식탁의 반려자 닭요리     


#도축 동물의 개체 비중 1위 닭

 닭고기는 마릿수로만 따지면 전 세계적으로 단연 가장 많이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다. 2022년 기준으로 닭고기는 700억 마리, 돼지고기는 15억 마리, 소고기는 3억 마리, 양고기는 5억 마리가 도축(屠畜)됐다고 한다. 도축 동물의 개체 비중에서 닭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게를 기준으로 한 육류 소비량으로는 돼지고기가 1위라 세계인들이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번식력이 왕성해 사육 효율성이 높은 가축이다. 다산(多産)의 상징인 돼지는 한꺼번에 7, 8~12, 1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가임(可姙) 기간도 길어 대략 생후 10개월부터 임신이 가능하며 길면 10년 동안 계속해서 개체수를 늘릴 수 있다. 평균 수명이 10~15년인 돼지 암컷은 거의 평생 임신과 번식을 시킬 수 있는 셈이다. 임신 주기도 114~115일로 짧아 연중 복수의 번식이 가능하다.     


닭다리와 함께 익힐 깍둑썬 감자와 당근 


#닭요리의 종류

식용 닭은 육계(肉鷄), 달걀을 낳는 닭은 산란계(産卵鷄)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닭을 먹는 방식은 실로 다양하다. 배달 음식의 대명사로 알려진 치킨을 필두로 삼계탕, 백숙, 닭죽, 닭볶음탕, 닭다리 간장조림, 닭갈비, 닭곰탕, 닭개장, 찜닭, 닭발 양념구이 등 헤아릴 수가 없다. 


특히 어른과 아이 모두 좋아하는 치킨은 요리 방법에 따라 기름에 튀기는 프라이드치킨, 간장 치킨, 매콤달콤한 양념치킨, 오븐에 구운 치킨, 전기구이 통닭, 장작 구이 통닭 등으로 상품의 스펙트럼이 넓다. 경북 안동에서 유명한 찜닭은 조리법이 닭다리 간장조림과 비슷한 듯 다르다. 찜닭은 닭을 찌거나 삶아서 간장에 조린 것이고 간장조림은 처음부터 간장에 조려 익힌 것이다. 


안동 찜닭 골목에서 찜닭을 먹어본 결과 간장조림에 비해 매콤한 맛이 났다. 찜닭에는 감자, 당근 따위의 채소 외에 당면이 들어가는 것도 특징이다. 얇게 저민 닭고기로 만든 닭죽과 토막 낸 닭을 넣고 끓이는 전골 형태의 닭한마리도 닭요리다.      


가는소금과 후추로 밑간한 뒤 칼집을 낸 닭다리와 깍둑썬 감자당근을 프라이팬에 담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2023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를 합한 3대 육류 소비량(60.6kg)이 쌀 소비량(56.4kg)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처음으로 육류 소비량(59.8kg)이 쌀 소비량(56.7kg)을 앞지른 데 이어 2년 연속 식생활 변화를 시사하는 지표(指標)가 통계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내가 주말 밥상에 올리는 닭요리는 닭다리 간장조림과 닭볶음탕, 백숙 세 종류다. 식구들이 선호하는 닭요리는 매콤한 닭볶음탕과 닭다리 간장조림이다. 나는 백숙을 가장 좋아하고 닭다리 간장조림, 닭볶음탕의 순이다. 매운 음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주말 밥상 닭요리 메뉴를 정할 때는 식구들의 입맛을 우선시해 닭볶음탕과 닭다리 간장조림을 염두에 둔다.      


양념장을 뿌리기 전에 닭다리가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익힌다.


#왕초보의 1호 요리닭다리 간장조림

 닭다리 간장조림 요리 준비에 들어갔다. 반원형의 큼지막한 프라이팬을 꺼내 들었다. 우리 집에서 제일 큰 팬으로 닭다리 간장조림이나 닭볶음탕, 닭갈비를 요리할 때 사용한다. 먼저 팩에 든 닭다리를 모두 꺼내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닭을 요리하기 전에 데치면 닭다리에 묻은 불순물이 제거되고 잡내를 없애는 데도 도움이 된다. 


데친 닭다리를 흐르는 물에 두세 번 헹군 뒤 칼집을 내고 가는소금과 후추로 밑간한 뒤 스테인리스 채반에 받쳐두었다. 칼집을 내는 이유는 양념이 닭다리에 흥건하게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칼집과 밑간은 생략해도 무방하다.      


닭다리가 익을 동안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 둔다양념장은 진간장맛술올리고당설탕다진 마늘후추를 섞은 것이다.


익는 데 시간이 걸리는 감자 한 개와 당근 반 개를 싹둑 썰어 닭다리와 함께 팬에 넣었다. 닭다리에서 배어나는 잡내를 없애기 위해 소주 두 큰술과 후추 한 꼬집을 팬에 뿌리고 가스 불을 켰다. 닭다리를 한 번씩 뒤집으며 노릇하게 익힌 다음 미리 준비한 양념을 끼얹었다. 


양념은 500g 닭다리 한 팩 기준 진간장 네 큰술, 맛술과 올리고당, 설탕 각각 한 큰술, 다진 마늘 반 큰술, 후추 한 작은술을 섞어 만들었다. 양념을 닭다리에 골고루 뿌린 뒤 종이컵 세 컵 분량의 물을 넣고 중불로 15분 정도 더 익혔다. 일반적인 종이컵 용량이 180ml 정도라 500ml 넘게 다소 넉넉하게 물을 사용한 것은 식구들이 짭조름한 양념 국물을 다 좋아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양파 한 개를 썰어 넣고 1~2분 후 불을 껐다.      


양파는 요리 마지막 단계에 집어넣는다.


육수에 흐드러지게 퍼져 입맛을 당기는 향을 발산하는 양념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닭다리 살은 짙은 갈색을 띠어 군침을 돌게 했다. 살이 제대로 오른 닭다리는 탐스러웠고 식욕을 재촉했다. 서둘러 음식을 식탁에 올렸다. 네댓 살 때 배달 치킨을 통해 닭요리의 맛을 일찍 알아버린 아들이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가족의 품평(品評)

“생각보다 맛있는데 아빠, 맛있어” 

아들의 촌평(寸評)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찰나, 딸과 집사람도 첫 요리치고는 괜찮은 맛이라며 합격점을 주웠다. 아들은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무난하게 간이 뱄고 쫀득쫀득한 다릿살의 식감도 살아 있다며 왕초보 아빠의 1호 집밥 점수를 평균 이상으로 후하게 매겼다. 


닭다리가 충분히 익고 국물이 조려진 모습이 상태에서 양파를 넣고 1~2분 더 끓인다


아들은 닭다리를 다 뜯어먹고 난 뒤 밥에 짭조름한 국물을 끼얹어 밥 한 공기를 싹 다 비우고도 더 먹었다. 닭고기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지방이 적어 맛이 깔끔하고 느끼하지 않아 소화도 잘된다. 삶거나 튀기고 구운 닭고기 요리는 소화 흡수력이 높다.      


#집밥의 원칙

 나는 처음으로 밥상을 차린 뒤 나만의 집밥 원칙을 궁리한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 음식 조리법 정보는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많아 공통 분모를 더욱 간소화하기로 마음먹었다. 개인적으로 음식은 결국 신선한 식재료와 육수 만들기, 필수 양념의 균형 잡힌 조합에 더해 간 맞추기 이 네 가지 요소에 좌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요리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초짜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기본에 충실한 것이라 군살을 뺀 조리법이야말로 최고의 음식 교과서라고 굳게 믿었다.     


완성된 닭다리 간장조림의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윤기가 잘잘 흐르고 살이 탱글탱글한 닭다리의 풍모(風貌)에 군침이 절로 돈다.


 가끔 도발성이 발동해 검증되지 않은 꾀를 부린다고 부린 결과는 늘 처참했다. 과욕은 금물, 역시 기본이 진리고 원칙이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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