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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공의 미학(美學)

축구 1. 글로벌 스포츠

by 박인권

축구 1. 글로벌 스포츠


#공놀이의 즐거움과 월드컵

공놀이는 재미있다. 둥근 공이 어디로 흘러갈지 공의 미래에는 불확실성과 의외성이 함축돼 있다. 불리한 전망에도 아랑곳없이 한 가닥 기대 심리가 희망 고문을 부추기고, 일방적인 승리 예상과 달리 지독하게 골 운이 따르지 않아 낙담하는 일도 가끔 일어난다. 공놀이의 속성이다.


공을 가지고 노는 공놀이는 여러 가지다. 축구가 그렇고 야구가 그렇고 농구가 그렇다. 배구와 핸드볼, 탁구와 테니스도 마찬가지다. 공놀이가 체계적으로 진화한 것이 스포츠고 전문 직종의 영역으로 조직화한 것이 프로스포츠다. 공을 매개로 한 스포츠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종목은 축구다.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다. 지구상에 축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축구는 관중 동원력이 탁월한 범세계적 공놀이다. 공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공을 차며 놀 수 있다.


국가대표 축구팀을 운영하는 모든 나라는 국가 대항전인 월드컵 본선 무대에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4년마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다. 월드컵은 한 나라의 명예와 자존심, 스포츠 비즈니스, 거액의 상금이 걸려 있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스포츠 대제전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는 4천2백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챙겼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예선 탈락한 팀도 출전 준비 수당과 상금으로 1천50만 달러를 거머쥐었다. 카타르 월드컵 누적 시청자 수는 70억 명에 달했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전 시청 인구는 15억 명, 개막전은 5억 5천만 명이 시청했다. 전 세계 축구 시장의 연간 매출 규모는 6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축구를 관장하는 국제기구인 FIFA(국제축구연맹)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이유다.


축구는 국가와 언어,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는 세계인의 공통어이자 각국 기업들의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전략의 주요 자산이다.


FIFA 회원국은 2024년 12월 19일 현재 총 211개국이다. 원칙적으로 한 나라를 대표하는 단일 축구협회만 가입할 수 있으나 예외적으로 축구 종주국 영국에 대해서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4개 협회를 회원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종주국 프리미엄이다. 1904년에 설립된 FIFA 본부는 스위스 취리히에 있다.


#유엔 회원국보다 많은 FIFA 회원국

2024년 현재 전 세계 국가 수를 산출하는 일반적 지표인 유엔(UN) 회원국은 2개의 옵서버 국가를 포함해 모두 195개국이다. FIFA 회원국이 이보다 더 많은 이유는 유엔 비회원국도 FIFA 가맹국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가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유행하는 글로벌 스포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은 전 세계의 축구 자본이 몰려 있는 축구 대륙이자 프로리그의 산실이다. 각국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스타급 선수들이 유럽의 5대 리그(스페인 라 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이탈리아 세리에 A,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 1)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손흥민은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소속이다. 매년 유럽 프로축구 클럽 최강자를 가리는 챔피언스리그는 명실상부한 별들의 전쟁이다. 유럽의 각국은 축구로 해가 뜨고 축구로 해가 진다.


#30여 년 전의 기억

30여 년 전 스페인 남서부의 항구도시이자 포르투갈과 인접한 인구 14만여 명의 소도시 우엘바를 방문한 적이 있다. 우엘바의 한 축구 경기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지역 연고의 스페인 프로축구 2부 리그에 속한 우엘바 구단(정식 명칭 RC Recreativo de Huelva)의 홈 경기였는데 약 2만 1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람석이 매진된 모습에 스페인 축구의 뜨거운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경기장으로 가는 거리 곳곳에 홈팀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로 북적댔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도시 전체가 축제의 한마당으로 떠들썩했다. 2부 리그도 이런데 1부 리그는 어떨까, 하는 생각과 함께 유럽이 왜 축구 대륙인지를 알 수 있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가 라 리가 세비야 FC에서 뛰고 있었다.


1889년 창단된 우엘바 구단은 1부 리그인 라 리가에 5시즌(1978-1979, 2002-2003, 2006-2007, 2007-2008, 2008-2009) 동안 승격됐다가 지금은 3부 리그 소속이다. 우엘바는 스페인에서 축구가 가장 먼저 도입된 지역이다. 신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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