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나의 뜨거운 겨울 뉴질랜드_ 9. 흘러간 감각

감각을 지닌 아이들을 위하여

by 맑은 하늘 흰구름

"엄마 여기 참새는 너무 귀여워."

"그러게. 어떻게 저렇게 쪼꼬만 하지? 귀엽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간 날이 있었다.

20분 안팎이 걸리는 거리여서 걷기 어렵지 않았는데,

내 일정으로 자주 차를 가지고 등교했었다.

어느 날은 걷고 싶어

아이와 손잡고 그렇게 등교하는 길에

아이가 참새를 보며 귀엽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뉴질랜드의 참새는

한국의 참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의 참새는 아이의 어떤 감각을 건드렸다.

그 후 아이는 참새를 볼 때마다 눈을 떼지 않았다.

"엄마 저기 봐. 열기구! 나도 두둔하는 것 같아."

아이와 아침 산책을 할 때

열기구가 떠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주 멀리 있던 건 데 높은 건물이 없고

지대가 약간 높았던 그곳에선 열기구가 보였다.

그리고 아이는 두둥실 자신이 떠가는 느낌을 느꼈다.


아이는 3주간의 학교 생활이 끝나기 이틀 전부터

아침마다 시무룩했다.

그리고 등교 마지막 날 아침엔 내 품에 안겨 있었다.

등교하자마자 놀이터로 뛰어가던 아이가

그렇게 안겨 있는 모습에 나도,

주변 친구들과 어머니들도 당황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하교 시간,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학교랑 친구들 어떻게...... 떠나기 싫어.

테아오마라마 (학교 이름) 안 떠나."

아이 같은 반 친구 엄마가 오셔서 위로해 주며,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 해 주셨다.

그리고, 편지를 주셨다.

그 편지에 나도 울컥했다.

'태윤아 학기 초 적응이 어려웠던 시기에

루나를 도와줘서 고마워.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한국 조심히 돌아가.'

아이도 나도 심장의 떨림과 아림을 느꼈다.



얼마 전 조벽 교수님 강의 영상을 보았다.

조벽 교수님은 아이들이 공부할 때

가만히 앉아 있게 하거나,

딴짓하고 싶은 것을 중단하게 할 때

아이의 감각이 제재당한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의 생각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쓰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본질을 잘 알고 있을까.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하고 싶은 말, 만지고 싶은 것,
보고 생각하고 싶은 것들이
세상에 나오게 해야 한다.


짜인 시간에 집중해야 하고,

정해진 공간에 앉아 있어야 하고,

정해진 문제를 풀어야 하고 답을 내야 하고,

그것이 평가받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각을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기 어렵다.


뉴질랜드 해밀턴이란 그 도시에서
여러 곳을 걷고 운전하며 보지 못한 것이 있다.
'보채는 사람. 다급히 뛰어가는 사람.'


그곳에서 처음 내가 주유를 할 때였다.

뉴질랜드는 셀프 주유가 대부분이다.

주유구 앞에 차를 세우고 주유를 하려 하는 데,

주유량이나 금액을 입력하는 곳, 카드를 넣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주유소 안의 편의점에 들어가 물었고,

Full로 채울 경우 주유를 다 하고 와서 주유구 번호를

말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다시 주유를 하러 갔는데,

뒤에 차가 기다리는 것을 확인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그런데 차 주유 커버가 잘 벗겨지지 않았다.

점점 조급함을 느끼고 있을 때, 편의점 직원이 나왔다.

그 편의점 직원은 주유가 처음인지 물어보면서 나를 도와주었다.

그때 그 편의점 직원의 미소와 친절함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주유 후 안에 들어가서 계산을 마치고,

얼른 밖으로 나와 뒤차에 인사를 하고 차를 이동했다.

내가 차를 이동할 때까지 뒤차는 어떤 경적도 불만도 표현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내가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는

서두르는 마음이 없었다.

나는 그곳에서 받은 친절들이

기다릴 수 있는 여유에서 나온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다릴 수 있는 여유는,

'빠르게'가 아닌 넓게 충분히 느껴가며 키워 온

감각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해내야 할 목표가 많고,

이루어야 할 성과가 많은 환경에서는

돌아갈 여유가 없다.

충분히 자신의 감각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


목표를 가지고 빠르게 가는 아이들은

자신을 앞으로 가게 만들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잃어버린 감각은

나와 그리고 아이가 살면서

많은 것들을 그냥 흘러가게 만들지 모른다.


슬픔과 기쁨으로 채워보는 자신,

나의 도움과 배려로 만든 온기 가득한 공간,

함께 감정을 나누며 그 행복에 젖는 시간,

그리고 그렇게 기억하여

언젠가 처참히 무너졌을 때 일어서게 할 감각

그 많은 것들을 그렇게 잡지 못하고 흘려보낼지 모른다.


한국 아이들의 바쁜 시간 속에

무언가를 빤히 바라보고

새로운 것을 만져보고

사람들과 부딪치며 이야기하고 깨닫는 시간이

스며들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그때 느꼈던 감각들은 몸에 배어
삶의 방향을 결정할 때 새어 나오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뜨거운 겨울은
더할 나위 없이 충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