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나의 뜨거운 겨울 뉴질랜드_8.조화

8.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조용한 응원

by 맑은 하늘 흰구름

시사 뉴스에 한국 중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힘들지만, 편의점에서 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으며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시간이 즐겁다.

그리고 다시 학원이 가득찬 건물로 들어간다.

밤에는 아이들이 가득한 거리, 밤을 밝히는 형광등 빛으로 가득찬 높은 빌딩, 편의점, 삼각김밥과 컵라면,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님들로 도로에 막혀있는 차들, 이 것이 대한민국 공부하는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풍경이다.

이러한 광경은 낯설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부조화스럽다.

그 밤을 밝히고, 그 건물들을 북적이게 하는 이들이 다름 아닌 아이들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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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s hell.”(한국은 지옥이야.)

“At schools in New Zealand, classes last 40 minutes, there’s a 30-minute break, and they even have playtime.”

(뉴질랜드 학교에선 수업 40분 쉬는 시간 30분이며 그리고 플레이타임이 있어.)

"But in Korea, it’s just academy, homework, academy, homework, academy, homework... every day."

(하지만 한국에선 매일 학원, 숙제, 학원, 숙제, 학원, 숙제의 반복이야.)

유학원에서 마지막날 함께 뉴질랜드 학교를 다녔던 한국 학생들이 모여 그간의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에 어느 한 학생이 발표한 내용이다.

아이가 위트있게 발표하였기에 함께한 뉴질랜드 가족들도, 한국 친구들 웃었고, 화기애애 했지만, 무언가 씁쓸했다.

옆자리 뉴질랜드 학부모님과 눈이 마주쳤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저말 사실이예요?"

나는 답했다.

"네. 정말 무서운 건 사실이란거예요."

그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들에게 힘든 환경이네요."


뉴질랜드의 푸른 잔디밭과 넓은 놀이터 사이에 학원으로 가득 찬 빌딩이 들어선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닥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뉴질랜드 교실 옆으로 서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아이들로 가득찬 편의점을 상상해 본다.

나무 냄새가 나는 숲과 들판이 보이는 카페 벤치에서 담소를 나누는 어른들 사이, 1L 아메리카노 잔을 들고 책을 읽는 아이들을 상상해 본다.

아이들과 어울리는 조화로운 모습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과는 조화롭지 않은 공간, 음식, 환경 모두를 외면하고 가고 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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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들은 경쟁을 한다.

그 경쟁 아래에는 '열심히 하고 친구들 보다 잘하면, 성공한다.'라는 믿음이 있을지 모른다.

열심히 하고 성취해서 무언가를 일구어 내는 과정을 무시하고 싶지 않다.

다만, 아이들이 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학이라는 성공 간판이 있다면,

아이들이 그 것을 위해 존재하고,

아이들을 둘러싼 공간이, 음식이, 환경이 모두 그 간판에 맞추어 있다면,

그 간판을 얻는 데 실패해서 오는 그 상실감은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

그 간판을 얻지 못한 이유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부모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라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모른다.


아이들은 사춘기를 겪고 방황을 한다.

그리고 그 것을 겪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방황을 하고, 그 방황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간다.

사춘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의 이유와 자신이 살아갈 방향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민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선택한다.


우리나라는 내가 생각하기에, 그 선택에서 옳고 그름이 정해져 있는 듯 하다.

가끔 사춘기를 겪는 부모들이 이야기 한다.

"얼른 돌아왔음 좋겠어."

이 말 속에는 부모님이 돌아왔음 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고, 아이들이 그 곳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사춘기를 겪는다는 건 대개 공부에서 멀어진다는 의미이고,

'돌아온다'는 건 다시 공부로 돌아와 그 간판을 향해 달린다는 뜻일지 모른다.


뉴질랜드 아이들도 방황을 한다.

한국과 같은 경쟁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다 행복하고 자기 몫을 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에겐 방황을 하고
어떠한 선택을 해도 된다는 권리가 주어지는 듯하다.


뉴질랜드 아이들은 고등학교에서 자신만의 진로를 결정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40% 정도 대학에 진학하고, 고등 직업 훈련을 받는 학생들이 절반 정도이며, 바로 노동시장에 취업하기도 한다.

그리고 누구도 실패라 여기지 않는다.


아이들은 청소년기를 보내며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있거나 혹여 잘못되더라도,
그 것을 선택하고 책임져 보는 경험을 해야한다.

그래야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도전하고 해보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한국 아이들이 외쳤던 "Korea is hell."의 이유가 단순히 공부하는 삶이 힘들어서만이 아님을 어른들은 안다.

좁은 문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현실,

그리고 그 문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의 삶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을 핑계 삼아

어른들은 그저 외면하고 있다.


한국이 아이들과 어울리는 조화로운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

좁은 교실, 다닥다닥 붙은 빌딩 속에서 아이들이 서로를 경쟁자로 바라보며 시험지 안에 갇히지 않기를 바라본다.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하늘과 자연이 펼쳐져 있고,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음식이 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친구들과 대화하고 때론 자연속에 혼자 있어보며 마음껏 자신의 길을 펼쳐가 보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비록 조화롭지 않은 환경이지만,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길을 생각하고 부대끼고 갈등하며
찾고 있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너의 선택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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