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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소영 Oct 26. 2024

내 고양이와의 이별이 남긴 질문들

죽음에 대하여

대니가 세상을 떠난 후,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흔히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말을 한다. 어떻게 살아야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죽으면 여한이 너무 많을 것이다. 대니는 죽을 때 여한이 있었을까? 고양이로서 살아가며 하고 싶었는데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을까? 고양이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상상해 보면 정원을 마음껏 뛰놀게 해주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 나는 계속 아파트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내 정원을 가져보지 못했고, 그랬기에 대니는 살면서 정원에서 뛰놀아본 적이 없다. 딱딱한 바닥의 조그마한 야외 발코니가 전부였고 가끔 그곳에서 주변을 살폈을 뿐이다. 풀숲에서 나비를 쫓아다니거나 잔디밭에서 뒹굴어본 적도 없다. 기껏해야 집 안에서 파리를 사냥하거나 화분의 이파리를 씹어본 게 전부다.

 

대니의 사진을 돌아보면 전부 다 실내에서 찍은 것들밖에 없다. 들판에서 꽃과 뒹굴고 있는 고양이의 사진들을 보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완벽한 고양이의 삶을 누리지 못했어도 생각해 보면 대니의 죽음은 의미 있었다. 그에게는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고 그를 고귀하게 보내주려고 노력한 존재, 즉 나와 같은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인생의 끝에 대한 의미는 그 인생의 과정에 따라 달라진다.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따라 그 죽음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끝맺음을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무엇일까? 혹은 일주일 후에 죽는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을까? 한 달 후라면, 1년 후라면, 혹은 20년 후라면? 죽음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나의 대답은 다를 것이다. 일주일 후에 죽는다면 내일 당장 비행기표를 끊어서 릴과 한국으로 갈 것이고, 20년 후라면 한국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보낼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인 결론이 있다. 난 한국에서 죽고 싶다. 


나는 철저히 계획적인 사람이다. 계획이 없으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모든 일을 다 계획하고 그대로 실천하려 한다. 목적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아무리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해도, 예기치 못한 외부 요인들이 내 계획을 어긋나게 하기도 한다. 내일 일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오직 미래만을 위해 지금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대니도 계획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떠났다. 나는 그를 위해 안락사 날짜를 정하고 장례식까지 세심하게 계획했지만, 대니는 안락사 예정일 이틀 전에 세상을 떠났다. 모든 것을 계획했지만, 결과적으로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순조롭게 흘러갔다. 인생이 그런 것 아닐까.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때로는 그 흐름을 믿고 따라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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