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고전 읽기, 세네카와 플루타르코스의 에세이부터 “인생은 왜 짧은
고전 읽기의 중요함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을 비롯한 많은 고전들이 일반인에겐 아직도 넘기 힘든 산과 같다. 사실 철학과 역사에 관련한 고전들은 전공 교수가 봐도 어렵다. 그렇다면 평범한 일반인은 고전이 주는 가치와 유익함을 포기한 채 소수의 엘리트만이 누리는 점유물로 놔두어야 하는가?
대답은 “NO.”
책이란 읽으면 읽을수록 그 안에 내재된 지성의 자양분이 저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의식 안에 양분을 공급하여 머릿속에 지성과 지식의 공간을 확대하는 법이다. 꾸준한 독서는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부담 갖지 말고 문학이나 에세이처럼 다소 쉬운 고전부터 차례로 접근해 보자. 그리스 비극과 희극, 셰익스피어의 유명하고 아름다운 희비극부터 말이다.
유명한 거장들의 문학 작품을 접하여 풍부한 감수성과 지성을 기르는 것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리스 로마 고전에 관심이 있지만, 현대 막장 드라마는 감히 명함조차 못 내밀 그리스 막장에 엄두를 못 내는 사람이라면, 플루타르코스나 세네카의 <에세이>를 읽어보는 것이 좋다.
사마천의 사기와 쌍벽을 이루는 유명한 인물 평전 영웅문의 작가 플루타르코스가 그 특유의 재치 넘치고 유쾌 발랄한 필체로 서술한 “수다에 관하여” 는 읽기 쉽고 재미있다. 혹은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 폭군 네로의 스승으로 유명한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가 남긴 에세이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혹은 <인생은 왜 짧은가>를 읽어보는 것도 좋다. 아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쓸데없는 일에 자연이 부여한 귀중한 자원인 시간을 낭비하며 자청하여 타인의 노예 노릇을 하느라 세월을 흘려보내는가. 그러다 성큼 다가온 죽음의 문턱 앞에 주저앉아 발버둥 치다 억지로 끌려가곤 한다. 때늦은 후회만 남긴 채. 이 얼마나 정곡을 찌르는 표현인가.
스토아 철학자였던 세네카의 에세이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공감과 감동을 자아낸다.
“사람들은 더 잘 살기 위해 분주합니다. 그들은 인생에 대비하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요. 그들은 먼 미래를 보며 계획을 세우지만, 인생에서 가장 큰 손실은 뒤로 미루는 거랍니다. 뒤로 미루는 것은 다가오는 족족 하루하루 앗아가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약속하며 현재를 낚아채 가지요. 기대야 말로 내일에 매달리다가 오늘을 놓쳐버리게 하니 인생의 큰 장애물입니다. “
“미래는 불확실한 것, 현재에 충실하세요.”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은 맨 먼저 도망가는 법이니까요. “
우리는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예요. 자, 이제 당신의 인생을 결산해보세요.
“그 시간 가운데 얼마를 빚쟁이가, 애인이, 이웃과 친구들이, 얼마를 부부싸움이, 얼마를 노예를 야단치고 시내를 바쁘게 쏘다니며 자청하여 남의 종노릇 하는 일에 빼앗겼는지 말이에요. 방탕함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그 결과로 병까지 얻어 쓰지 못하고 버려둔 시간까지 계산해 보세요. 당신에겐 극히 적은 시간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렇다. 나는 많은 시간을 낭비해왔고 자연이 부여한 축복 가운데 극히 적은 시간이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다.
“인간은 짧은 수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짧게 만들었고 수명을 넉넉하게 타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수명을 낭비한 것입니다. 마치 왕에게나 어울릴 넉넉한 재산도 주인을 잘못 만나면 금세 탕진되고 얼마 안 되는 재산도 제 주인을 만나면 부풀어 나듯이 우리의 수명도 제대로만 배분하면 크게 늘릴 수 있는 것입니다.”
세네카는 이것의 대안으로 “철학”을 제안한다. 철학을 공부하는 순간 당신은 소크라테스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진정한 쾌락을 즐길 수 있으며 제논의 가르침을 눈앞에서 전수받게 되니 말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온 시대의 현인들이 당신의 스승이자 친구가 되는 것이다. 나는 세네카의 대안을 현대에 맞게 “독서하기”로 고쳐본다. 책을 <고전> 탐독하는 것이야 말로 나를 소크라테스의 친구로 플라톤의 벗으로 만들어 줄 것이며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그의 지혜를 체험할 특권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거인의 어깨에 앉아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초월하여 삼라만상을 바라보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니 그 기쁨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계 단계 차례로 밟아 올라가자. 고지가 까마득하지만 고전을 읽음으로써 거인의 어깨에 앉는 영광을 누리기 위해 한 걸음씩 꾸준히 전진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지성에 자양분을 공급하고 시대를 대표하는 모든 현인들의 친구가 됨으로써 오늘도 진리를 향해 한 걸음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