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은 정말 ‘달콤’할까?
오래전에 이탈리아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길〉(La Strada>(1954)를 보고, 그의 또 다른 역작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1960)도 꼭 보겠노라 마음 먹었었다.
떠오를 때마다 <달콤한 인생>을 찾아 헤맸지만 모두 짧은 소개영상뿐이었는데.. 드디어 오늘 복원된 전체 영상을 올린 링크를 찾았다! (한 달 전쯤에 올라온 영상이다)
https://youtu.be/BouPJi3PfoI?si=m-3-2cNDz5EHckmT
<달콤한 인생>은 〈길>과는 결이 전혀 달랐다. 〈길〉이 한 여인의 눈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구원을 응시했다면, 〈달콤한 인생〉은 세속의 중심, 로마를 배경으로 문명의 피로와 정신의 타락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기자지만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마르첼로는 각종 파티와 유명인들의 삶을 기웃거리며 ‘달콤한 인생’의 표면을 좇는다. 그러나 영화는 그의 방황을 일종의 도착점이 아니라 붕괴의 서사로 그린다.
마르첼로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헌신하는 여자 엠마도, 삶의 방향성을 가르쳐 줄 수도 있었던 순수한 존재 파올라도 외면한다. 그는 ‘더 달콤한 것’을 찾아 떠돌지만, 결국 삶의 본질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그가 동경하는 인물은 스타이너다.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러운 아이들, 예술과 사색의 공간,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모두 가진 인물. 하지만 그 스타이너조차도, 정적 속에서 공허와 불안을 떨치지 못한다.
“나처럼 살지 말게. 벽 안에 갇혀서는 진짜 삶을 만날 수 없네. 나는 아마추어가 되기에는 너무 진지하고 프로가 되기에는 너무 산만하지. “
“세상 속에 살되, 오염되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게 기적이지.”
To live in the world without being tainted by it — that’s a miracle.
스타이너의 이 말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정작 그는 그 기적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비극적 결말을 선택한다.
달콤함은 늘 그렇다.
사탕도, 아이스크림도, 첫맛은 황홀하지만, 결국 갈증만 깊어진다. 오랜 시간 달콤함에 취해 살면 남는 건 쓸쓸함과 한 움큼의 후회뿐이다.
〈달콤한 인생〉은
그럴듯한 환상으로 치장된 삶이 아니라,
비록 무미건조할지라도 진실한 물 한 컵 같은 삶이야말로
우리의 ‘본질적인 갈증’을 해갈해 줄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트레비 분수의 환상적인 장면과 광란의 밤을 지나
결국 우리에게 남는 건, 한 소녀의 맑은 목소리다.
그러나 마르첼로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어쩌면 더 이상 들을 마음이 없어진 것일지도.
커버 사진: Unsplash Allec Gomes
#영화#달콤한인생#이탈리아#고전#페데리코펠리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