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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보스J Jan 22. 2023

설날, 새해를 맞이하는 두 번째 기회  

올해를 함께 할 '눈금'을 맞추며

'Calibration'


제약회사 생산시설 실사 통역을 가게 되면 한 번씩은 꼭 나오는 용어다.  약품을 생산하는 시설에서 사용하는 저울 등의 계측도구 눈금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단 0.001 mg의 화약약품의 오차로도 사람의 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필수 확인 요소다.  우리말로는 ‘교정’이라고 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두 번째 기회, 설날이다.  각자의 삶의 지침을 상기하고 우리의 눈금을 교정하기 좋은 날이다.  나를 작동시키는 눈금이 너무 빨리 가고 있는지, 너무 늦게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눈금이 아직 살아있긴 한 건지 말이다.


"신이시여,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소서."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 Reinhold Niebuhr


일찌감치 내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평안을 구하는 기도문(Serenity Prayer)’이다.  지침으로 삼고 있음에도 자주 잊어버리기에 기회가 될 때마다 상기해줘야 한다.   


우리는 실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스스로의 통제 밖에 있는 것을 바꾸는 데 허비하면서도 이를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비가 오는 날을 예로 들어보자.  우산 챙기는 게 거추장스럽다.  옷에 빗물도 튀고 애써 드라이한 머리도 엉망이 된다.  하지만 날씨가 안 좋다고 투덜대는 것도 내 통제 밖에 있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다. 학교, 직장, 가정 등 인간관계에서 오는 대부분의 문제도 상대를 바꿔보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맘에 들지 않는 내 습관 하나도 바꾸기 어려운 판에 타인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지적이나 훈수로는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 뿐 상대를 '고쳐놓겠다'는 목적 달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뿐인가. 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이 조마조마해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 또한 우리 통제 밖의 일에 에너지를 쏟는 일이다.


매 순간 지금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이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지 자문해 보자.   우리가 가진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오롯이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일에만 쏟는다고 결심한 순간 세상은 180도로 바뀐다. 내 통제밖에 있는 일에 대해서는 손을 놓아도 된다고 해서 ‘애쓰지 말고 대충 하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만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는 일은 무서우리만큼 철저한 자기 다짐을 요하는 일이다.  쉽게 남 탓으로 돌릴 여지가 있는 외부적 요인을 완전히 발라내고 오롯이 내 통제권 하에 있는 일에만 눈금을 맞추자.



비 오는 날은 빗물 튀길 걸 대비해 차라리 치마를 입고,  머리도 평소보다 바짝 말리면 될 일이다.  직장 동료나 친구, 가족 중에 나와 뜻을 달리해서, 왠지 내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해서, 그들을 바꿔보겠다는 '무모함'이 고개를 들 때는 나 또한 그들에게 거슬림의 존재일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  더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choose to be kind than to be right) 시험이든 프로젝트든 내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하는 데까지 일뿐이다.  끝난 후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인다.  돌이켜보면 스스로가 괴로웠던 때는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였다.  


평온, 용기, 분별


올해도 나와 함께 할 눈금들이다.  

#평온의기도문#결심#평정심#통역#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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