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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보스J Feb 05. 2023

보통 사람의 글쓰기

처음 원고청탁을 받고 

지난해 연말 태어나서 처음 원고 청탁이라는 걸 받았다. 


  모 월간지 3-4월호에 실릴 예정, 원고 분량은 A4 한 장 반 남짓, 마감 기한은 1월 30일.  


한 달이면 그 정도의 분량의 글을 쓰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중요한 일은 먼저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라 늦어도 2주 안에 끝낼 줄 알았다.  웬걸... 결국 마지막 날까지 붙들고 있다가 1월 30일 오후에야 최종 원고를 넘겼다.  다음 날 중요한 세미나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통역 준비를 해야 했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간신히 원고 마감일도 맞추고 이틀 일정의 세미나 통역도 잘 마무리했다.  이제 이번 원고 쓰기에 대한 복기의 시간을 가질 차례다. 



1. 글쓰기는 일종의 노동이다. 

원고 청탁을 받고 며칠간 하루에도 몇 개씩 글감이 떠올라서 들떴다. '이미 써둔 엄마에 대한 글을 좀 매만져볼까?  완전히 새로운 글도 괜찮겠어.  연초니까 시간 관리에 대해 써볼까? 결혼이나 육아, 우정에 대해서도 쓰고 싶어'   하지만 그뿐이었다.  마구 피어오르던 아이디어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엉덩이 붙이고 앉아 기본 얼개라도 잡아 두지 않은 탓이다.  아이디어는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일뿐 글이 되려면 실제 '글쓰기'기라는 노동이 뒤따라야 한다. 


2. '우선순위'를 우선한다.  

1월 한 달간 내내 분주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다.  우선순위에 밀렸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 세 가지는 

1) 몸과 마음의 건강 

2) 가족을 포함한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3) 일과 열망(글쓰기)을 통한 더 넓은 세상과의 경험


그 외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이다.  1)~3) 번에 해당되는 일이 아닌 경우 매몰차다 싶을 정도로 일체 관심을 끊어버릴 것!  


3. 덩어리 시간을 확보한다. 

방해받지 않고 글쓰기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한다.  가족들이 아직 자고 있는 이른 아침 1-2시간도 좋고,  모두 잠든 후 1-2시간도 좋다. 인간관계든 글쓰기든 의미 있는 일들은 모두 온전한 관심과 정성을 쏟을 때만이 결실로 이어지니까.  물론, 영화 <헤어질 결심>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처럼 짬짬이 틈날 때마나 글을 써서도 훌륭한 작품을 완성하는 분들도 있다. 일상적인 일과 창작 사이를 힘들이지도 않고 넘나드는 프로의 경지를 쉽게 넘보지 말 것. 


4. 글쓰기에 힘을 빼자. 

글쓰기가 무거워지는 건  '잘 쓰고 싶다'는 욕심 탓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재 내 실력'보다 더 잘 쓰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다.  컨실러까지 동원해 잡티를 가리고 그 위에 겹겹이 찍어 바르면 도리어 피부톤이 탁해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리고 만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주근깨를 드러내는 편이 피부에도 좋고 보는 사람도 부담이 없이 편안하다.  대단한 명작은 명작대로, 나처럼 보통 사람이 쓰는 보통 글도 나름의 소소한 읽는 재미가 있을 수 있다.  취미로 하는 글쓰기인데 힘을 빼자.  집중하고 정성을 다하되 즐겁게 :) 




#글쓰기#원고청탁#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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