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보스J Mar 01. 2023

멀티태스킹은 이제 그만

싱글태스킹으로의 대전환

”엄마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어요? “


영어 숙제를 하고 있던 일곱 살 아이가 대뜸 물었다.  순간 나는 낯이 뜨거워졌다.  아이 숙제 봐준다고 옆에 앉아있었지만 줄곧 휴대폰을 들고 학원비 결제부터 신선제품 새벽 배송 주문까지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을 이것저것 재빠르게 처리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아이의 숙제를 흘끔 거리며 도와주는 ‘척’하고 있던 걸 들키고 만 것이다.


영리한 아이는 ”엄마는 왜 내 숙제를 제대로 봐주지 않아요?“ 라고 묻는 대신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냐는 보다 고차원적인 질문으로 엄마의 행동에 나름의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일하는 엄마여서 아이와 보내는 절대적 시간이 모자란 마당에 같이 있는 순간에도 멀티태스킹에 정신이 팔려있다니… 스스로가 한없이 한심해지는 순간이었다.


분명 나는 단위시간 내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긴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가장 중요한 ‘아이의 영어 숙제를 봐주는 일‘을 흉내만 내고 있었고, 그 마저도 아이한테 발각되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단 5분의 여유가 생겨도 할 일 목록을 점검하고 그 짧은 시간에 처리가능할 일을 하나라도 끝내고야 마는 지독하게 생산적인 인간 유형이다.  


어쩌다가 이다지도 생산적인 인간이 되고 말았을까.  


일단 일 하는 엄마로서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일의 수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다.  자투리 시간에 ‘해야만 하는 일들‘을 멀티태스킹으로 ‘처리’ 하지 않으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읽기, 쓰기, 의미 있는 대화 등)을 할 수 있는 여유시간을 확보할 수가 없다.  문제는 그렇게 확보한  여유 시간마저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또다시 멀티태스킹을 하는데 쓰고 있다는 데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려고 할 때  집중력이 흩어지는 게 당연하다.  복잡한 세상에서 멀티태스킹은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한 번에 하나의 일에 전념하는 일이 드물어서인지 때로는 성스럽고 고귀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싱글태스킹은 어지러운 소음을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비로소 우리는 현재에 머무르며 매 순간순간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날 아이와의 대화로 멀티태스킹은 나쁜 습관임이 명백해졌다.  나쁜 습관을 끊는 가장 좋은 비결은 과감하게 단번에 버리는 것이다.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 아이를 와락 끌어안고 자백했다.


“엄마가 보배 숙제 봐준다고 하면서 내일 먹을 우유랑 달걀도 사고 학원비도 결제했어.  미안해. 보배랑 함께 하는 순간에는 다른 일 하지 않고 보배한테만 집중한다고 약속할게.”


”그래요? 고마워요 엄마”

아이는 부처님의 자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 덕분에 한참 전에 봤던 영화 <역린>에서 인상 깊게 봤던 중용 23장을 다시 찾아봤다.  


중용 23장

 

其次(기차)는 致曲 曲能有誠(치곡 곡능유성)이니

誠則形(성즉형)하고

形則著(형즉저)하고

著則明(저즉명)하고

明則動(명즉동)하고

動則變(동즉변)하고 變則化(변즉화)니

唯天下至誠(유천하지성)이아 爲能化(위능화)니라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싱글태스킹#미니멀라이프#워킹맘#멀티태스킹

작가의 이전글 덜어내고 또 덜어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