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1937년생, 노신사 청년을 만나다
#젊다는 건
"40세에 첫 소설을 쓰고 나서
다시 40년 가까이를 더 살았으면서도
나는 아직도 충분히 젊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젊다는 건
체력이나 용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감수성과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고
옳지 못한 일에 분노하고
부조리에 고뇌할 수 있는 정신의 능력을 말하는데,
이런 정신의 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각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경우는 글쓰기가 아닌가 한다."
-박완서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보다가 맘에 들어서 적어둔 문구다. 선생님은 79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실 때까지도 글쓰기로 젊은 감각을 잃지 않으셨다. 몸은 노쇠할지 몰라도 삶에 대한 생생한 에너지로 빛이 나는 분들이 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1937년생 젊은 신사를 만나다.
부산국제영화제 관련일을 했던 계기로 알게 된
'한국 영화제의 아버지' 김동호 위원장님이
바로 그런 분이다.
지난 주말 김 위원장님의 초대로
팔당댐이 내려다보이는 경기도 광주 자택에 다녀왔다.
위원장님과 차 마시고, 식사하고 다시 또 커피를 마셨다. 지난주 베트남에서 사 오신 고급 커피 원두를
직접 갈아서 타주셨다. 카페인에 민감한지라 평소에는 오후는 말할 것도 없고 오전에도 커피를 안 마시는데 기쁜 마음으로 한 잔을 모두 비웠다.
네 시간가량 대화하며
근래 들어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동호 위원장님은 1937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올해 88세다.
적지 않은 연세지만 '정신의 탄력'으로 볼 때,
그는 청년보다 더 청년다웠다.
그의 젊음의 원천은 무엇일까?
#경쾌함 속에 정중함
위원장님의 서재는 문화, 예술, 정치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문화부 공직에 있으면서 직접 엮으신 연설문부터 예술계 거장 백남준 선생님이 보낸 연하장, 김환기 화백의 그림, 국내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물론 줄리엣 비노쉬 같은 유명 외국 배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에 온갖 표창장과 훈장들까지.
'일제강점기 국민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 때 6.25를 겪으셨다고?' 어디 나이뿐인가.
영화제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아시아 최대규모의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하신 것뿐 아니라 문화부 차관, 영화진흥공사 사장, 예술의 전당 초대 사장, 공연윤리위원장까지 요직을 거치신 분 아닌가.
그 정도의 이력이면 조금이라도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그는 '나이로 또는 권위로' 무게 잡는 게 무엇인지 아예 모르는 사람 같았다. 나이나 경륜으로나 한참 후배인 나에게도 경어를 쓰시면서도 경쾌한 유머를 잃지 않고 시종일관 ‘Lady’로 존중해 주셨다.
#재미있게, 베풀면서
위원장님은 지금껏 전 세계 수백 개가 넘는 영화제를 참석하셨다고 한다. 고령임에도 작년에도 아홉 번이나 해외에 나가셨다. 올해 역시 다수의 해외 출장뿐 아니라 직접 다큐멘터리에 제작에 책 출간 계획까지 있으시다고. 2012년에 이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시절 단편영화 [Jury]를 연출하신 바 있다.
"그런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세요?"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재밌어요."
싱긋 웃는 그의 얼굴은 아이같이 밝았다.
팔당댐의 멋들어진 경관이 내려다보이는 자택은 4층 짜리 건물이었다. 1층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2층은 찻집으로 세를 내주시고 3층은 서재, 4층은 생활공간으로 쓰고 계셨다. 귀한 시간 내주시고 자택까지 초대해 주셔서 식사와 차는 대접해드리고 싶었는데 위원장님은 한사코 말리셨다. 심지어 괜한 데 돈 쓰지 말라시며 서울로 돌아가는 택시까지 손수 잡아주셨다. 문화 예술계뿐 아니라 두루두루 인간관계가 두터운 이유가 여기 있구나 싶었다.
그는 타고나길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람같았다.
(광주로 이사하고 나서는 주기적으로 동네 주민들을 초청해 영화에 대한 강연도 하시고 서재에서 영화도 같이 보신다고 한다.)
"… 술집이나 밥집에 가면 아무도 돈을 못 내게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원성을 많이 듣기도 했어요. 그래도 남이 내는 걸 제가 결벽하달 정도로 못 참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
[네이버 지식백과] 김동호 [金東虎] - 부산국제영화제로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다. (인생스토리)
시인 사무엘 울만이 말하는 ‘청춘’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Youth 청춘
-Samule Ullman 사무엘 울만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청춘이란 삶의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려있나니
It is not a matter of rosy cheeks,
red lips and supple knees.
청춘은 장밋빛 볼, 붉은 입술,
강인한 육신이 아니라
It is a matter of the will,
a quality of the imagination,
a vigor of the emotions.
It is the freshness of the deep
springs of life.
늠름한 의지, 빼어난 상상력, 풍부한 감수성,
삶의 깊은 데서 솟아나는 샘물의 신선함이다.
Youth means a temperamental predominance
of courage over timidity of the appetite
for adventure over the love of ease.
청춘은 겁 없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말하는 것이다.
This often exists in a man of 60
more than a boy of the 20.
Nobody grows old merely by a number of years.
We grow old by deserting our ideals.
때로는 스무 살 청년에게서가 아니라
예순 살 노인에게서 청춘을 보듯이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서 늙어간다.
표지사진: Unsplash의Ajeet Me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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