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만년필로 필사하기 루틴
#새로운 루틴
유난히 바쁜 1사분기였다. 어떤 날은 챙겨할 일들에 중요한 일까지 연달아 생겨서 저녁때까지 한 끼도 먹을 틈이 나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잠들기 전 몇 페이지라도 책을 보고 일기를 쓰는 루틴은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루틴이 더해졌다.
"만년필로 필사하기"
얼마 전 좋아하는 동료 통역사 선생님이 선물해 준 만년필이다.
내 인생 최초의 만년필이다.
만년필이야 물론 멋스럽지만
잉크를 리필해야 한다는 게 번거로울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근사한 필감, 한 획 한 획 쓸 때마다 나는 아날로그 다운 소리에 반하고 말았다! 캡이 따로 없어서 언뜻 보면 볼펜으로 보이는 것도 맘에 든다. 만년필이 종이를 스칠 때마다 내가 뭔가를 쓰는 게 아니라 종이 안에 암호처럼 숨겨져 있던 글이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직도 초보라 잉크를 넣을 때마다 손가락에 잉크를 묻히곤 하지만 그 마저도 낭만적으로 느껴진달까?
만년필을 갖게 된 후로부터는 자꾸 뭔가를 종이에 쓰고 싶어졌다.
심지어 아이 학교에서 보내는 알림장 노트 사인까지도 꼭 만년필로 ^^
그러다 책 필사를 시작하게 됐다. 순전히 만년필을 더 쓸 요량으로.
#필사(Transcribing)의 효과
필사 한 지 겨우 한 달이 되었지만 그 효과가 체감될 정도다.
1) 필사하면 자연히 읽는 속도를 늦추고 텍스트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책 내용에 대한 집중력, 이해도가 높아진다.
2) 저자가 선택한 어휘나 문장 구조를 생각하면서 필사하면 글에 대한 분석 능력까지 커진다.
3) 저자의 작문 스타일, 어휘, 문장 구조를 흡수하니 정제된 문장을 반복적으로 필사하면 내 글쓰기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4) 손글씨는 기억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쓰기라는 촉각과 운동감각으로 더 많이, 깊게 기억할 수 있다.
5) 가만히 앉아서 만년필로 필사를 하다 보면 어릴 적 서예를 배웠던 기억도 떠오르며 마음이 평온해진다.
#마음에 새기다
지금 필사하고 있는 책은 줄리아 캐머런(Julia Cameron)이 쓴 <아티스트 웨이(The Artist's Way, A Spiritual Path to Higher Creativity> 다. 저자는 3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아티스트 웨이’라는 창의성 워크숍을 진행해 온 강연자다. 소설가이자 시인, 영화감독, 작곡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필사했던 대목 중에 일부를 소개한다.
Stop telling yourself, "It's too late.”
스스로에게 "너무 늦었어"라고 말하지 마세요.
Stop waiting until you make enough money to do something you'd really love.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Stop telling yourself"It's just my ego" whenever you yearn for a more creative life.
보다 창의적인 삶을 갈망할 때마다 "이건 내 자존심일 뿐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지 마세요.
Stop telling yourself that dreams don't matter, that they are only dreams
and that you should be more sensible.
꿈은 중요하지 않다고, 꿈은 그저 꿈일 뿐이라고, 좀 더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지 마세요
Stop fearing that your family and friends would think you crazy.
가족과 친구들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워하지 마세요
Stop telling yourself that creativity is a luxury
and that you should be grateful for what you've got.
창의성은 사치이며 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지 마세요.
표지 사진: Unsplash의Nick Fe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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