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보스J Jul 28. 2024

아날로그 일상의 기품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어떤 영화감독은 영화감독이라기보다 예술가로 통한다.

빔 벤더스 (Wim Wenders) 감독이 그렇다.


<파리, 텍사스>(1984), <베를린 천사의 시)(1987), <브에나 비스타 소셜클럽>(1999)은 모두 ‘영화’라는 매체를 빌린 하나의 온전한 예술 작품이었다.  


주말 아침 <퍼펙트 데이즈>를 보러

나서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설레었다.  


이번엔 또 어떤 방식으로

내 마음의 물결에 파문을 일으킬까?

영화를 보면서 몇 번씩 눈물이 차올랐다.


‘평범한 우리네 삶이 이렇게 가슴 아릴 정도로 아름답구나

도쿄 시내 공중 화장실 청소를 하는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낸다.  


(영화에 등장하는 화장실은 모두 실제 존재하는 곳으로

안도 타다오나 반 시게루 같은 건축가들이

설계한 명소라고 한다.  

밖에서 보면 투명한데 문을 잠그면 불투명으로

바뀌는 화장실은 특히나 기발했다.

 화장실 투어로 도쿄를 가보고 싶을 정도로!)


그의 하루는 루틴의 연속이다.


아침에 일어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먹고, 카세트로 올드팝을 들으며  일터로 향한다.  공중 화장실 청소를 하다 끼니때가 되면 근처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필름 카메라로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찍는다.  일을 마치고는 목욕탕에서 가서 하루 피로를 씻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집에서 맥주 한잔을 하고, 헌책방에서 산 책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영화는 감독의 찬가였다.


음악, 책, 자연으로도 충만한 아날로그 삶의 기품,

때로는 무료하고, 때로는 이상하고, 때로는 작은 일로 들뜨고, 때로는 이유 없이 슬픔이 밀려오기도 하는

 우리 일상에 대한 찬가.


우리의 일상도 영화처럼 루 리드 (Lou Reed)의 ‘Perfect Days’가 배경으로 깔리면 하나의 시가 되리라.


니나 시몬(Nina Simon)의  ‘Feeling Good’ 이 흐르면 또다시 주어진 하루라는 인생의 축소판을 긍정하게 되리라.

영화 속 히라야마가 매일 아침 엷은 미소로

하루를 맞이하듯.

디지털의 아찔한 속도와 ‘더 빨리, 더 많이 가지고’ ,‘ 더 화려하게’ 살라고 부추기는 세상에 지친  우리 모두를 위한 빔 벤더스 감독의 또 다른 예술작품, <퍼펙트 데이즈>.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갈 때 앉아있는

관객에게 주는 선물이 숨어있었다.


코모레비’는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뜻하는 일본어입니다.

‘코모레비’는 바로 그 순간에만 존재합니다.


과묵한 히라야마가 유독 힘주어 말했던 대사가 겹쳐진다.

“나중은 나중이고 지금은 지금!”





#퍼펙트데이즈#Perfectdays#빔벤더스#야쿠쇼코지#루리드#니나시몬#영화#도쿄#화장실


작가의 이전글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