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귀가

by 자강




아침 공양 발우를 마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선주 님의 새우젓 트럭을 타고 다시 안면도 포구로 향했다. 올 때는 삼촌과 삼촌 친구 셋이었지만 돌아가는 길은 동생 기만이가 함께 하게 되어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삼촌 친구와 삼촌의 설득으로 기만이가 환속을 하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삼촌과 친구가 이렇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값진 결과다.
포구에 도착해 우리는 고맙게도 삼촌의 차가 있는 옹암 포구까지 선주 님의 배려 덕에 배를 기다리지 않고 새우젓 배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어이구, 선주님 덕분에 이리 편하게 집에 가게 됐유. 기회가 된다면 거하게 한 번 대접하고 싶은디 연통하면 꼭 해 주셔유."

삼촌은 우리를 대신해 선주님께 감사의 인사를 했다. 나 역시 너무나 고마운 맘은 컸으나 어찌 보답해야 할지 걱정이었는데 삼촌께서 저리 이야기해 주니 나는 그저 삼촌이 선주님 뵐 때 함께 하면 되지 싶어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배에 올랐다. 가을이 깊어 바닷바람은 차고 배는 잔 물결로 출렁거리는 바다 위를 가르며 옹암 포구로 향했다. 나는 그 배에서 삼촌 친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저기유. 덕분에 우리 기만이 데리고 가게 되었유. 증말 고맙고먼유. 고향 집 가셨다가 정리되시면 삼촌이랑 서울에서 한 번 뵈어유."

"응, 그랴. 기만이 기창이 내 둘 다 서울로 데려갈라 하니께 니도 집안 식구들 만나 회포 풀고 다시 상경해라. 내가 니 일자리도 만들어 놓고 할 테니께."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삼춘이 나를 거들었다.

삼춘 친구는 그러마 하고 대답은 하였으나 옹암 포구에 가까이 갈수록 낯빛이 어두워졌다. 집으로 가는 것이 기쁜 우리와 달리 삼촌 친구는 근심이 쌓인 걸 보면 집에 가기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포구에 도착하자 우리는 서둘러 삼촌 차로 향했다. 아침 일찍 출발했어도 시간은 어느덧 점심때가 다 되었고 또다시 차를 타고 집까지 가는 데는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서둘러야 했다. 그때다. 삼촌이 삼촌 친구를 집에 태워다 주기로 한 것은. 아차 나는 기만이가 집에 돌아간다는 생각만 했지 삼촌 친구의 귀가 문제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불편한 다리로 이십오 리가 넘는 길을 걸어가는 일은 아니 될 말이고 차편도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난 말로만 고맙다 하고 미처 그 상황을 인지 못 했던 거다. 어차피 조금 돌아가긴 해도 우리 집을 가기 전에 거쳐 지나가는 마을이니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게 맞다 싶어 삼촌이 괜찮냐고 물었을 때 우리 남매는 흔쾌히 대답을 했다. 차는 아직 정리가 안 된 흙길을 덜컹거리며 달렸고 옹암 포구를 출발한 지 한 시간 남짓한 시간 삼촌 친구 마을에 도착했다.
"어따, 이제 정말 헤어지는가. 최 가야, 암튼 빠른 시일 내에 서울에서 다시 보자. 내 이제 간다. 연락하마."

"안녕히 가셔 유."

삼촌은 차에서 내려 친구를 배웅했고 우리도 인사를 나눈 뒤 다시 차에 올라탔다.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가는 그의 모습을 차 유리 너머로 보고 있자니 참 많이 쓸쓸해 보였다.

"그나저나 기만아. 삼춘은 이제 휴가가 모레는 끝나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디 니는 서울은 언제 올라갈랑 감?"

"글씨유. 기만이도 같이 가야 하니께 누나랑 논의해 보고 결정할 게유."

"그랴. 내도 니들 상경하면 집도 더 큰 곳으로 알아봐야 할 것이니께 서두르지 말고 잘 준비해 보자."

"예, 삼춘."

삼춘과 기만이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는 나도 모르게 자꾸 아까 보았던 삼춘 친구의 뒷모습이 눈에 밟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우리가 집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오후보다 더 늦은 시간이어서 저녁 준비로 분주해질 시간이었다. 동지가 가까워지다 보니 해는 더욱 짧아졌고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집집마다 호롱 불을 켠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집 옆 빈터에 차를 댄 삼춘이 먼저 차에서 내려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다. 삼촌은 기만이를 환속시켜 데리고 온 일이 자랑스럽기라도 하다는 듯이 개선장군처럼 당당히 집안으로 들어서도 있는데 사랑채 쪽에서 아버지와 새엄마가 그 소리를 듣고 나오셨다.

"아이고 처남, 수고혔구먼. 저놈의 고집불통을 어찌 데려온 겨? 재주도 용타. "

"아이고, 내가 설득 허니께 금세 그러겠다고 하든디요. 매형이 베풀어 주신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잉게 그리 자꾸 치켜세우지 마유."

"기만아, 어디 아픈 데는 없는 겨? 고생 많었다. 어여 들어가자. 니도 먼 길 다녀오느라 고생했구."

아버지는 얼마나 기쁘신지 날이 제법 쌀쌀한데도 외투를 걸치지 않은 채로 나와 우리를 반겼지만, 그 옆에 새초롬한 표정과 반가운 기색은 전혀 없는 얼굴로 우리 남매를 바라보기만 하는 새엄마가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애들 외삼촌입니다. 처음 뵙지요?"

삼촌이 먼저 새엄마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새엄마는 대꾸도 없이 홱 토라져 안채로 들어가 버렸다.

"에구, 저 사람이 몸이 안 좋아서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어여 안으로 들어가자고."

삼촌과 아버지는 그렇게 사랑채로 들어가시고 기만이와 나는 안 채에 있는 내 방으로 짐을 가지고 들어갔다. 우리가 온 소리를 들은 기창이가 그때서야 방에서 나와 우리를 반긴다.

"성, 참말로 집에 온 겨? 이젠 다시는 집 안 떠날 거지?"

"기창아 그건 걱정 붙들어 메고, 추운디 어여 들어가자."

저녁밥을 먹을 시간이 다 되는 시간인데도 기만이, 기창이 우리 삼 남매가 모두 모이고 보니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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