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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카르마2

85 - S 팀장 인사발령

by 하얀 얼굴 학생

사업지원팀이 주말 인원 등산을 취합하는 등 떠들썩하던 때는 연말이다. 회사는 연말에 한해를 평가하면서, 다음해에 어떻게 할지 계획하고 새로운 모습을 구상하기도 한다. 바로 '조직개편' 이다.


등산 인원 취합으로 한 차례 시끄러웠던 사업지원팀. 시끄러움이 수그러드나 싶더니, 이번에는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기 시작한다. 인사팀에서 게시한 조직개편 때문이다.


V 차장 : 어?

T/U 과장 : ...

S 팀장 : ...

그 : ??


C 대리 : 과장님, 조직개편 보셨어요? 이거 진짜에요?

T 과장 : 그렇겠지.

C 대리 : 아니, 진짜 위에서 내려와요?

T 과장 : ...



C 대리를 포함한 몇몇 부서에서 사업지원팀을 왔다갔다하고, 사업지원팀원들은 모두 말이 없다. 그도 이상한 기류를 눈치채고는, 회사 홈페이지에서 '조직개편'을 다운받아 파일을 연다. 파일을 열고 쭉쭉 내리다가 눈에 확 띄는 것이 있다. '승진 명단'과 '인사이동 명단' 이다. 인사이동 명단이 문제였다.


인사이동 명단

- X : 관리부 팀장 -> 사업기획팀장

- S : 사업지원팀장 -> 영업지원팀장

...


사업지원팀장이었던 S 팀장은, 사업지원팀을 떠나 영업지원팀으로 배정된다. 그리고 사업지원팀은 팀명을 '사업기획팀'으로 변경하며, 변경된 사업기획팀의 장은 새로운 인물인 'X'가 맡는다는 공지다.



원래 이 회사에서는 조직개편을 발표하기 전에도 이런저런 소문이 돌았으며, 대부분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측이 가능했었다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별다른 소문이 없었고, 그렇기에 이런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고들 한다. 그리고 하필이면 이 조직개편이, IT로서는 꽤나 큰 진통을 겪게 될 변화인 모양이었다. 조직개편이 공지되고 난 직후부터, IT에 새롭게 오게 될 X 라는 인물에 대한 온갖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그리 좋은 소문은 아니었다.


W'2 사원 : 얼굴님, S 팀장님 다른 팀으로 가시게 됐대요.

그 : 그러게요...

W'2 사원 : 새로 오시는 분, 소문이 안 좋아요. 팀 옮길 때마다 몇 명씩 퇴사했대요

그 : ...

W'2 사원 : 아 저도 이제야 적응해가는 참인데...



사업지원팀은 아무 말 없이 연말을 맞이한다. 한 해의 마지막 영업일, 업무를 마치고 이제 다들 조직개편에 따라 자리를 옮기는 시간이다. 보통 이런 마지막 날에는 퇴근도 빨리하고 쉬었다고 하는데, 사업지원팀은 다들 말이 없다. 결국 업무 시간을 꽉꽉 채우고도 좀 넘게 있다가, 슬금슬금 퇴근의 조짐이 보인다. S 팀장은 퇴근하기 전에 자리를 옮겨야 한다. S 팀장이 커다란 이사 박스에 짐을 챙긴다.


U 과장 : 팀장님 좀 도와드려라

그 : 네!


그 : (모니터를 나르며) 팀장님, 또 옮기실 것 있나요?

S 팀장 : 어 아냐 이제 됐다. 다들 잠깐 회의실로 가시죠.



회의실 안

S 팀장 : 네, 다들 아시다시피, 그렇게 됐습니다

사업지원팀원 일동 : ...

S 팀장 : 제가 뭐 아주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 고개 돌리면 있으니까요. 언제든지 요청하실 것 있으면 요청해주시고요.

사업지원팀 일동 : ...

S 팀장 : 새로 오시는 분, 적응 잘하게 도와주세요. 다들 걱정하는 것 같긴 한데. 저도 사실 위층 관리팀 출신이었고. 저는 여기 내려오기 직전까지 IT 사람들이랑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제가 오히려 더했을 겁니다. 저 내려올 때도 그래서 윗분들도 엄청 걱정했다고도 들었고.

사업지원팀 일동 : ...

S 팀장 : 어쨌든, 내려오는 것으로 결정됐으니 다들 최대한 지원해주세요. 결국 새로 합류한 사람이 빨리 업무에 적응하고 잘 적응할수록, IT 전체에도 도움이 되는 거니까.

사업지원팀 일동 : 네

S 팀장 : 내려오게 되면 본인도 조금 편할 거야. 자유롭기도 하고.

사업지원팀 일동 : ...

S 팀장 : 네, 회의 마치도록 하죠.

사업지원팀 일동 : 네

그 : (...) 감사합니다!



그의 상상이나 기대와는 달리, S 팀장과의 마지막 회의는 건조하게 끝난다. 서로 별다른 말도 없고, 마지막 송별이나 쫑파티 같은 것도 없다. 그렇게 바뀌게 되었고, 다음 사람을 잘 부탁한다는. 사무적이고 건조하기 그지없는 회의를 마지막으로, S 팀장은 다른 팀으로 떠나 그의 직속 상사가 아니게 되었다.


그는 S 팀장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 비 내리듯 쏟아지던 면접 탈락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뽑아준 팀장. 1차 면접 당시 면접관으로 만났던 첫인상도 생생히 기억한다. 이 팀에서 신입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입사 초기 회의실에 단둘이 들어가 회사의 역사부터 영위하는 사업 하나하나 다 가르쳐준 팀장. S 팀장은 목에는 금목걸이, 손목에는 염주를 차고, 청바지와 하얀 티를 주로 입었다. 갓 태어난 오리 새끼마냥, 그는 S 팀장을 쫓아다니곤 했다. 그에게는 S 팀장의 모든 것이 다 좋아보였다. 이따금씩 이해할 수 없는 지시도, S 팀장이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거니 받아들였다. 그는 자신을 뽑아준 S 팀장이 너무나도 멋져보였다. 그래서 무한한 충성심을 가지고 대하고자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조직개편으로 인해, 그와 S 팀장은 다른 팀이 되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를 면접에서 직접 뽑아준 팀장이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났다. 그는 이 사실이 퍽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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