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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카르마2

84 - 주말 등산 참여 독려

직원 결혼식 하객

by 하얀 얼굴 학생

사업지원팀의 거듭된 독려가 있었으나, 기술팀의 젊은 사원/대리급의 주말 등산 참석률은 0%에 수렴한다. IT사업부에서도, 가장 인원수가 많은 팀이 바로 기술팀이다. 단순 인원수만 비교해도, 기술팀은 사업지원팀의 10배에 가깝다. 사업지원팀원이 아무리 다 참석해도, 기술팀 사원/대리급 인원의 반의 반도 미치지 못한다.


IT의 주말 등산 참석률이 저조하자, 위층과 관리팀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기에 좋지 못했나 보다.


전화기 속 목소리 : $%#%&$#%@%#*8

S 팀장 : 네

전화기 속 목소리 : @#@^$%$&!#%&&%*$$%

S 팀장 : 네네. 알겠습니다.


S 팀장 : (전화를 끊고) 하... 이거 강제로 가라고 하면 난리날텐데

V 차장 : 가기 싫어하는 직원들을 억지로 가라고 하면 그렇죠

S 팀장 : 지금 보니까, 불참 사유가 대부분 결혼식인데. 이게 팀원 결혼식이라고요?

V 차장 : 네. 결혼식이 주말 등산이랑 날짜가 겹친 것 같아요

S 팀장 : 지금 왜 IT 등산 이것밖에 안 오냐고 뭐라고 하셨다나봐요. 인사팀에서 더 참석시키라고 하는데

...



중차대한 위기가 온 듯하다. 사업지원팀 옆 사업부장실로, 팀장급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 이러이러하여 주말 등산 참석률을 높여야 되는 상황이다. 특히 인원이 많은, 젊은 신규 입사자들이 많이 들어온 기술팀에서 참석 독려를 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윽고 기술팀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이날 기술팀장이 한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기술팀장 : 저는 이런 일 생길 때마다 항상 이야기해왔는데요. 이럴 거면. 그냥 아예 어느 부서 몇 명. 어느 부서 몇 명. 이런 식으로 강제로 할당해서 가라고 하던. 아니면 예외없이 전부 다 참석하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매번 우리 회사는 아닌 척. 수평적인 척. 의견 다 들어주는 척 해놓고서. 결국은 이런 식으로 하고. 이럴 거면 그냥 전원 강제 참석으로 해요. 아닌 척하지 말고



회의가 끝나고, 팀장급들이 돌아간다. 상상력이 뛰어난 그는,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다. 기술팀의 직원들이 들고 일어나, 모두가 다함께 주말 등산 따위를 거부해버리는 속이 후련한 이야기를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불참'으로 기입되어있던 기술팀 인원의 절반 이상의 답변이 갑자기 '참석'으로 바뀐다.


그가 기술팀 지인에게 따로 물어보니, 강제로 등산에 참석해야하는 인원수가 정해졌다고 한다. 원래 결혼식에 가기로 했던 이들 중, 누가 하객으로 남고 누가 등산을 갈지 제비 뽑기를 했다고 한다. 이를 들으며 그는 기가 찬다.

동료 직원 결혼식으로 불참하는 것마저 용납하지 못할 만큼, 이 등산이 그만큼 중요하고 신성한 행사라는 것이구나. 직원 결혼식의 하객마저 빼가야할 정도구나.


시끌시끌하던 사업지원팀도, 인사팀도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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