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주된 갈등은 세대 갈등과 남녀 갈등이라 할 수 있다. 호주에 사는 한국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호주에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세대 갈등과 남녀 갈등이 존재한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20대에게만 허용되는 비자이므로, 워홀러끼리의 주된 갈등은 세대보다 남녀 사이가 더 크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데 있어서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쉬운가 겨루는 논쟁이 있다. 유치하고 무의미하다. 상대 성별을 깎아내리고, 하고 싶은 말만을 배설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가 공장에서 남자 노동자와 여자 노동자 모두를 보며 느꼈듯, 성별 상관없이 모두가 힘들다. 그저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남자 워홀러 - 주로 건설현장, 청소잡, 키친핸드 설거지 등의 일을 많이 한다. 힘이 많이 드는 일들은 항상 인력을 필요로 하므로, 신체 건장한 워홀러들은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다. 남성이므로, 낯선 도시나 타지에서 지낼 때의 위험이 덜한 편이다.
여자 워홀러 - 주로 카페나 식당 서빙, 네일 등의 일을 많이 한다. 일 자체가 힘들거나 더럽지는 않다. 하지만 건설 현장처럼 힘쓰는 일들은 남자를 선호하므로, 여성 워홀러는 남성 워홀러보다 선택지가 적은 편이다. 또한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낯선 도시나 타지에서 지낼 때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서빙이나 네일을 하는 남성 워홀러도 있을 것이고, 특히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워홀러들도 많다. 호주에서 생활하는 같은 외국인 노동자끼리, 성별에 따라 어느 쪽이 더 불리하고 유리하다는 식의 논쟁은 무의미하며 에너지 낭비다.
커뮤니티나 웹사이트에서는 서로를 헐뜯고 증오를 담은 표현들을 쏟아내지만, 막상 클럽을 가면 정반대다. 온라인에서 봤던 갈등은 찾아볼 수 없다. 클럽 내의 남성 워홀러와 여성 워홀러는 서로를 갈구한다. 한국인은 지긋지긋해서 싫고, 잘생기고 예쁜 외국인 이성친구가 좋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이성친구는 언어, 문화,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감이 어렵다. 외국인 이성친구를 만났다가도 그 벽을 느끼고 헤어지는 이들이 많다. 한국인이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한국인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인이다.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이 있다. 상당히 조심해서 써야 하는 말이면서,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한인 웹사이트에서, 자신이 커플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길 정도의 사례를 많이 봤다.
'호주에 와서 만났고, 미래를 약속한 사이다. 그런데 같이 지내다 보니 상대방이 돈도 벌지 않고 책임감도 없으며 카지노만 다닌다. 계속해서 돈을 잃다가, 결국 연인과 연인 부모님의 돈까지 빌리고 잃는다. 이런 상대방과 미래를 함께 할 생각을 하다니 너무나도 후회스럽다'는 글이다.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 그런데 이튿날, 해당 글의 주인공인 반대편이 글을 올린다. 내용이 길지만 요약하자면 '그래, 내용이 다 맞는데, 둘이서 같이 카지노 다닌 것은 왜 빼먹었느냐'는 내용이다. 여론은 뒤집히고, 해당 커플은 계속해서 글을 올리고 삭제하며 진흙탕 싸움을 시작한다.
한쪽은 억울할 수도 있다. 자신은 멀쩡한 사람인데, 상대방에게 속아서 만났을 지 모른다. 그도 이를 염두하며 사례를 읽는다. 하지만 계속되는 진흙탕 싸움을 읽다보면, 쌓여가는 피로감에 결국 끼리끼리 만났다고 결론 내린다. 혹시라도 이런 사례의 이성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가 솔로이길 원해서 솔로인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솔로인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뒤집는 사례를 목격한다. 그가 청소일을 하던 중, 무도회장 직원의 요구로 대청소를 했다. 대청소를 돕기 위해 다른 청소잡 워커가 도착했는데, 한인 커플이다. 그는 질투를 느끼며, 커플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본다.
웹사이트에서 봤던 막장을 기대했지만, 이들은 다르다. 커플은 타고 온 차에서 여러 장비를 꺼내서 빠르게 청소를 시작한다. 일처리가 빠르면서도 꼼꼼하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것이 보인다. 처음 보는 건물임에도 각자 구역을 나누고 협업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처음으로 커플이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에게도 이런 이성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 믿고 의지하며, 같은 것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이성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