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 워홀 갔다 온 여자는 걸러라?

호주의 한인들(6)

by 하얀 얼굴 학생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여성은 만나지 말고 걸러라'


씁쓸한 진리인 것 마냥 거론되는 말이다. 정말 유효하고, 맞는 말일까. 그는 워킹 생활 전, 워킹 생활 중, 워킹 생활 후에도 이 말을 많이 들었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워킹 생활을 한 그가 내린 결론은, 이 말의 신빙성이 '태국 갔다 온 남자는 걸러라' 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배경에서 이런 말이 나왔는지는 알겠다. 물가가 싸고, 성매매 가격도 싼 태국에서 이른바 황제 투어를 하는 남성들이 있다고 한다. 온갖 상상할 수 없는 성매매를 다 해보고 돌아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황제 투어를 실제로 했다는 이를 본 적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관광, 여행을 다녀올 뿐이다. 물론 정말로 문란하게 황제 투어를 즐기고 돌아오는 이들은 걸러야겠지만 말이다.



워킹 갔다 온 여자는 거르라는 말도 비슷하다. 말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이전 글들에서 언급했듯, 외국에서는 성 윤리나 도덕적 판단 기준이 모호해지며 외롭다. 그런 20대 여성 워홀러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는 남성들이 있다. 클럽의 사례를 보면 알겠지만, 먼저 접근하며 구애하는 쪽은 남성인 경우가 많다. 즉, 한국인 워홀러 여성에게 접근하는 남성은 인종과 국적이 다양하다. 워홀러 남성에 비해 더 우호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접근하는 남성의 속내는 알 수 없다. 외국에서 찾은 진정한 인연일 수도, 그저 외모에 끌렸을 지도, Asian fever(일종의 아시안 페티시)를 가진 외국인일지도 모른다. 남성들은, 자신의 숙소에서 함께 지내자고 제안한다. 방값도 저렴하게 제시한다. 워홀러 여성이 속으로 계산해보면, 이득이 많아 보인다. 기왕 외국에 나왔는데, 새로운 인연이 다가왔다. 가뜩이나 외국인 남성이라면 영어도 쓰고, 방세도 아낄 수 있고, 육체적 욕구를 해소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서는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의 기회다.



시나리오가 써지긴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보편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오히려 소수라고 봐야 타당하다. 타인의 세세한 사정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얕은 정보에 기반한 판단은 유보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 오해, 질투가 섞이면서 문제가 커진다. 이런 식의 오해와 일반화는, 이성과 동거하는 여성, 나아가 워홀러 전체를 거르라는 완전히 잘못된 결론을 도출한다.


그도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워홀 다녀온 여성을 욕하고 싶은 심보가 꿈틀거리곤 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상황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만일 한국인 워홀러 남성에게, 전세계 곳곳의 여성들이 대시하며 다가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상황이 오지는 않겠지만, 만일 온다면, 그는 자신의 정조를 지키는 선택을 할 것인가? 가뜩이나 서구적 외모를 선호하는 한국인 워홀러 남성들에게, 서구적 외모의 외국인 여성들이 접근한다면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그 자신은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주 워킹 다녀온 여자, 나아가 남자까지도 걸러라. 호주 워홀러들은 문란하다더라.

무슨 맥락에서 나왔고,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일반화의 오류를 심각하게 범하는 말이다. 적어도 그가 직접 이야기를 나눴던 한국인 워홀러 중에서 이런 경우는 없었다. 위의 발언은, 부족한 사례를 가지고 모집단 전체를 호도하는 말이다. 표본 수가 작고, 각 표본의 신뢰성조차 훼손되어 있다.


부정적 사례만 찾고, 부정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면 한없이 부정적으로 보인다. 부정적 사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정적 사례들은 긍정적 사례보다 더 유별나고 돋보이는 경향이 있다. 위의 발언들은 폐기하는 편이 나아 보이며, 만일 해당하는 경우를 보더라도 함부로 사용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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