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 쉐어하우스

by 하얀 얼굴 학생

그의 멜버른 두 번째 숙소는 쉐어하우스다. 방값이 싼 만큼, 썩 좋은 환경은 아니다. 비좁은 화장실 내에 세탁기가 놓여 있고, 화장실 수압은 약하다. 따뜻한 물의 수압은 더더욱 약하다. 화장실에 샤워하러 들어가면, 세탁기 앞에 놓여있는 빨래 바구니에 옷가지들이 쌓여 있다. 빨래 바구니가 비어 있는 일은 없다.


건조기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면 빨래를 널어야 한다. 집 뒤쪽 마당에, 커다란 건조대가 설치되어 있다. 건조대는 쇠기둥을 박고, 얇은 쇠막대들이 쇠기둥 여기저기로 뻗어 나온 모습이다. 뻗어 나와 있는 얇은 쇠막대들을 빨랫줄이 잇는다. 빨랫줄은 띄엄띄엄 이어져 있다. 그는 이 거대한 건조대를 볼 때마다, 커다란 거미줄 같다고 생각한다. 빨래 바구니가 비어 있는 일이 없는 것처럼, 이 건조대도 비어 있는 일이 없다. 항상 빨래가 널려 있다. 그중에는 주인 없는 빨래도 있는 듯하다. 그가 이 집에 사는 동안, 변함없이 항상 걸려있는 양말이나 속옷을 많이 보았다.


부엌의 가스레인지도 불이 약하다. 냄비에 물을 많이 넣으면 끓이는 데 한참 걸린다. 원래 집은 가정집이었겠으나, 쉐어하우스로 사용하면서 너무 많은 이들의 손을 탔다. 집주인이 같이 살지 않기 때문에, 집주인은 주거 환경을 개선할 생각이 없다. 이 쉐어하우스의 부엌과 주방은 요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가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딱 세 가지다. 방세가 싸고, 주차 공간이 있고, 외국인이 많아서다. 그중, 세 번째 요인인 외국인들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는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진정한 친구가 될 이를 물색하고자 했다. 하지만 주거 환경으로 인한 것인지, 대도시의 특성인지 쉐어메이트들은 살갑지 않다. 그가 브리즈번에서 보았던 쉐어메이트들과는 약간 다르다. 대부분 아침 일찍 일을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각자의 방 침대에서 계속 누워있다가 밥 먹을 때만 나오곤 한다. 그도 이 쉐어하우스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굳이 애써서 친해지려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친해진 이들이 있다. 유난히 성격이 좋은 이탈리아인, 같은 방을 쓰는 독일인 2명, 그리고 같은 방을 쓰는 한국인 1명이다. 그는 한국인이라는 말에, 살짝 경계했지만 동시에 반가움을 느낀다. 이 쉐어하우스는 전체적으로 삭막한 분위기였지만, 그를 포함한 5명은 점점 사이가 좋아진다. 이탈리아인은 다른 방에서 지내는데, 시도 때도 없이 그와 일행들이 있는 방에 들락거리고 가끔 잠도 잔다. 나중에 보니, 이탈리아인이 지내는 방의 창문 유리가 깨져서 너무 추웠던 것이다. 집주인은 유리창이 깨진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칠 생각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가 도서관에서 이력서를 날리고 돌아오면 4명의 일행들이 그를 반긴다. 쉐어하우스의 다른 외국인들은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어서, 주방 식탁은 그와 일행들의 회담 장소다. 비록 쉐어하우스는 허름하고 낡고 불편했지만, 인사하고 반기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마음을 완전히 열지는 않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가 멜버른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쉐어메이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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