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째 기업, 19번째 면접 (1차 면접)
인성, 직무, 상황 문제
19번째 기업 면접 당일, 그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19번째 기업은 1차 면접을 화상으로 진행한다. 그는 양복을 입고, 노트북 카메라를 작동시키고 매무새를 다듬는다. 괜히 머리도 한 번 넘기고, 가려울 것 같은 곳은 미리 긁어놓고, 자신의 뒤편에 보이는 배경을 최대한 깔끔하게 만든다. 몇 번이고 경험한 화상 면접이라, 이제는 준비가 꽤나 익숙해진 그다. 하지만, 능숙해진 그의 몸놀림과는 달리 그의 뱃속은 계속해서 꾸룩거렸으며 두피에서도 방울방울 땀이 배어 나온다.
정리를 마치고, 책상에 앉는다. 대기실에는 입장했으나, 아직 면접관들은 접속하지 않아서 화면이 까맣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화면을 보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맣던 커다란 화면이 켜진다. 픽셀이 약간 뭉개지는 화면 속, 면접관 3명이 나란히 앉아 정면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시작했구나, 그는 허리를 세우고 면접 태세에 돌입한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이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줌이나 스카이프 중 하나였을 것이다)
19번째 기업, 글로벌 사업 운영/조정 (해외영업, 전략기획, 서비스)
면접자 : 그 혼자
면접관 : 총 3명, 모두 남자
좌측 :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실무진으로 보이는 면접관 1
중앙 : 40대 중후반, 얼굴이 사각형에 구렛나루와 눈썹이 진한 아저씨 면접관 2
우측 : 30대 중반, 인사팀으로 보이는 흰 피부의 면접관 3
면접관 3이 인사 및 면접 설명 등을 한다. 하지만 면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면접관 3은 입을 닫고, 대다수의 질문은 면접관 1이 한다. 면접관 2도 말이 없지만 무언가를 계속해서 적다가, 가끔씩 질문을 한다.
면접관 일동 : 안녕하세요
그 :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3 : 네 안녕하세요. 오늘 면접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는 대면 면접을 진행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화상으로 뵙게 되어 아쉽네요. 지금부터 면접관들이 지원자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할 거예요.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하고 싶으신 이야기를 전부 해주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이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그 : 네, 알겠습니다!
면접관 3 : 네, 그럼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1. 인성 : 이력서/자기소개서 진위 파악
면접관 3 : 네, 먼저, 자기소개해주시겠어요?
그 : 네, 안녕하십니까, 19번째 기업에 지원한 지원자 하.얀.얼.굴.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한 실천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천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19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얀.얼.굴.입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 1 : 하얀 얼굴 씨, 반갑습니다. 자기소개서 답변마다 소제목을 달아서 정리한 것이 인상 깊네요. 본인을 일반적이지 않은 경영학도라고 했는데, 그 근거가 뭔가요?
그 : 네, 해당 부분은, 저의 기질이나 성격이 실물과 실질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제 주변 학과 친구들을 보면, 은행이나 보험 등 금융업계를 희망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런 친구들과는 달리, 실제로 눈에 보이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실물 경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에도 적어놓았듯, 그래서 저는 주방, 건설 현장 등 제가 몸을 움직여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들을 많이 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 자신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적었습니다.
면접관 1 : 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또 이력서에서 질문드리고 싶은 게, 학점이 낮은 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 : 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실질적이고 기능적인 면을 선호하다보니 초창기에 학과 공부를 게을리했습니다. 방황을 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방황의 끝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였고, 워킹홀리데이를 끝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와 공부를 했습니다. 돌아왔을 때는, 학교에 남아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학년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기간 동안, 학점을 복구하기보다는 차라리 더 깊은 전공 수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리 들어야 할 과정을 듣지 못하고서 고급 전공을 수강하기도 했고, 또 어떤 과목은 전문 자격증 준비를 위한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학점을 좋게 받지 못하더라도, 경영학도로써 고급 전공 과목들은 꼭 들어야겠다 생각해 수강했습니다. 그래서 학점이 낮습니다. (그 자신이 말하면서도 떨리지만, 거짓은 없는 답변이다)
면접관 1 : 학점을 복구하지 않고 오히려 심화 과목을 들었다. 알겠습니다.
면접관 1 : 그리고, 방금 답변도 그렇고 자기소개서에도 호주에 대해 적으셨네요. 호주에서 한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 : 주말 시장에서 브런치를 만들어 팔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나라의 장처럼, 호주는 주말마다 장이 섭니다. 당시 저는 시장에서 브런치 상점을 운영하던 태국인 보스에게 직접 이력서를 건넸고, 일주일 뒤부터 일하라는 연락을 받아 일을 했습니다. 베이컨과 달걀 후라이를 구워서, 빵 위에 아보카도 등을 곁들여 내놓는 브런치를 판매하는 상점이었습니다. 매주 주말마다 다른 지역의 시장에서 일을 했으며, 장이 시작하기 전 임시 상점을 세팅하는 것부터 브런치 제작, 판매 및 카운터까지 모든 일을 배웠습니다. 호주 주말 시장의 분위기,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손님들과 함께 있다는 즐거움을 느껴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면접관 1 : 그렇군요. 자기소개서에, 10개가 넘는 일을 했다고 적었는데, 무슨 일들을 했나요?
그 : 스시샵 주방 보조, 비스트로 키친핸드, 주말 시장, 건설현장 금속 보조, 철거, 에어컨 재설치, 세차, 소고기 공장, 웨이터 등 워킹홀리데이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했습니다.
면접관 1 : 네, 또 질문드릴게요. 공놀이를 좋아하고, 대학교 동아리 회장을 하셨네요. 회장이란 자리에 있으면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나요?
그 : 네, 음... (생각하는 척 뜸을 들인다. 그는 이미 답변을 준비해놓았다) 제가 추구하는 목표와, 동아리 부원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회장으로서, 결과를 중시했습니다. 학과를 대표하는 동아리로서, 교내 리그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부원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그냥 운동을 즐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결과를 중시했고, 부원들은 같이 운동하는 과정을 중시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괴리가 있어, 회장 초창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는 일부러 이야기를 여기서 끊는다)
면접관 1 : 본인과 부원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결했나요?
그 : (기다렸다는 듯이) 네, 저는 소통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부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계기는, 리그에서 경쟁팀인 건축과에게 4쿼터 역전패를 당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경기가 끝나고, 부원들과 함께 뒷풀이를 위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아무래도 경쟁팀에게 역전패를 당한 뒤라, 분위기가 조금 침울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그때 부원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경기에 지더라도 즐거운 공놀이를 할 수 있다면, 부원들의 의견에 따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보듯, 경기에 지면 즐겁지 않지 않느냐. 그렇다면, 결국 잘하는 공놀이를 해야 즐길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 라고 말했습니다. 저의 이러한 말에 동의한 부원들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날 이후로, 목표하는 바가 일치해서 더 원활하게 동아리를 이끌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친목 위주로 진행했던 모임을, 준비 운동부터 시작해서 기본 드리블과 전략 연습 등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리그 1,2위를 다투는 중앙 동아리와 체대 동아리의 훈련을 참관하고 필요한 것들을 벤치마킹해서 동아리 훈련에 접목했습니다.
면접관 1은, 그의 자기소개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면서 더 자세한 내막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전에 보았던 그 어떤 면접에 비교해도, 그의 발화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진다. 그는 속으로, 역시 19번째 기업이라 면접을 체계적으로 보는 것이구나 생각한다.
면접관 1의 질문은 계속되는데, 점차 직무와 산업 관련 질문으로 넘어간다.
2. 직무 : 산업, 기업에 대한 관심 파악
면접관 1 : 하얀 얼굴 씨 이력서에는 특이하게, 탈 것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요. 그러니까, 보통 우리 회사를 지원하는 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에 탈 것 이야기를 많이 쓰거든요. 하얀 얼굴 씨도, 탈 것, 아니면 우리 회사가 속한 탈 것 산업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한 번 말씀해주세요.
그 : (예상은 했지만 살짝 당황하며) 네, 저도 탈 것과 탈 것 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기간 중고차를 구매해서 1년간 타고 다니며, 그때부터 탈 것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말씀드리자면, 그동안 제가 관심있게 봐왔던 숫자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9번째 기업 매출은 XXX조입니다. 국내 탈 것 시장 규모는 XXX조, 해외시장 규모는 XXX조이며 19번째 기업의 점유율은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각각 X위, X위입니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수소와 전기를 이용한 탈 것이 떠오르고 있으며, 19번째 기업도 FCEV를 출시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외운 것들을 어필한다)
면접관 1 : 네, 잘 들었습니다. 하얀 얼굴 씨가 생각하기에, 그러한 시장 환경에서 우리 19번째 기업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그 : (속으로 많이 당황한다) 네, 19번째 기업의 장점은, 우선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1XXX년부터 계속해서 탈 것을 생산하며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점유율을 다져왔습니다. 저도 호주에서 19번째 기업 차량을 많이 보았습니다. 단점으로는... 음... 품질에 대한 인식입니다. 일부 소비자들이, 19번째 기업의 탈것이 품질에 비해 비싸다고 이야기하고 합니다. ...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답변이다)
면접관 1 : 최근, 보복수요 등으로 탈 것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탈 것 수요 증가로 인해, 공장에 야기될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그 : 재무제표를 보았을 때, 19번째 기업 공장들의 가동률은 이미 100%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요가 증가하면, 공장의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반도체 부품 부족도 합세하여, 공급 물량이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가동률을 급격하게 더 증가시킬 수 없겠으나, 적어도 공장 내부 인력들의 순환 근무 등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공급 물량을 더 생산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황 분석에 비해, 해결 방법이 시원치 않다)
2-1. 상황 문제
면접관 1 : 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상황을 드릴 거예요. 제시되는 상황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답을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그 : 네.
면접관 1 : 19번째 기업에서 생산하는 탈 것 모델 쏘XX는, 미국에 수출할 시 100만원의 이익이 납니다. 그런데 바닷길이 가로막혀서, 쏘XX를 비행기로 납품해야하는 상황입니다. 비행기로 운반할 경우, 항공 운반비는 100만원입니다. 이 경우, 미국에 수출할 쏘XX를 계속 생산하시겠습니까?
그 : 음...
면접관 1 : 기억이 안 나시면 문제를 다시 읽어드리겠습니다.
그 : 아, 아닙니다. 음... 저는... 생산하겠습니다. 미국 시장은 철수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시장입니다. 이익이 100만원인데 추가 운송료가 100만원이라면, 결국 아직 손해는 보지 않는 것이지 않습니까? 해당 기간 생산을 멈추고 아예 철수를 해버린다면, 다시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생산해서 비행기로 수출하겠습니다.
면접관 2 :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120만원이면 어떻게 할 거야?
그 : 아, 20만원을 손해본다는 말씀이십니까? 음... 그래도... 생산하겠습니다. (그는 여기서 답변을 더 길게 했어야 했다. 명동의 예처럼, 좋은 목에 임대료가 높더라도, 소비자들과의 접점과 브랜드 노출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운영하는 이른바 '플래그십 스토어'를 예로 들며 부연 설명을 했어야 했다)
면접관 2 : (답변을 듣자마자 노트에 무언가를 쓴다)
면접관 1 : 네, 두 번째 상황 질문입니다. 아까 답변하시다가 반도체 이슈 이야기를 하셨는데, 지금 이 문제와 연결됩니다만. A, B, C 세 공장이 있습니다. A, B, C 세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 부품은 2000대 분량입니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부품 생산 차질로 인해, 1500대 분량밖에 공급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경우, A, B, C 세 공장에 어떻게 배분하시겠습니까?
그 : 음... (속으로 머리를 팽팽 굴린다)
면접관 1 : 질문을 다시 읽어드릴까요?
그 : 아, 네, 다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면접관 1 : 네, A, B, C 세 공장이 있습니다. A, B, C 세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 부품은 2000대 분량입니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부품 생산 차질로 인해, 1500대 분량밖에 공급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경우, A, B, C 세 공장에 어떻게 배분하시겠습니까?
그 : 음... (아직까지도 답변이 생각나지 않는 상태다)
면접관 1에게 질문을 다시 읽어달라고 요청하며 시간을 벌었지만, 생각할수록 그의 머리는 하얘진다. 그동안 PT 면접을 몇 번이고 본 그이지만, 이번 문제만큼은 꽤나 난해하다. 무엇을 물어보는 것인지 의도가 잘 읽히지 않는데, 그의 침묵 속에서 시간이 계속 흐르면서 마음만 조급해진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공장이 세 개이니 공평하게 A, B, C 공장마다 500대씩 똑같이 배분한다고 할까. 아니, 500대 분량 줘봤자 어느 한 군데도 만족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공장 하나에 1500대를 전부 줘버리겠다고 할까? 그런데 이게 맞나? 이런 답을 원하는 것은 분명 아닐 텐데. 도대체 뭘 원하는 거지?
계속 생각을 하던 그가, 갑자기 희미한 빛이라도 본 듯 면접관에게 물어본다.
그 : 면접관님, A,B,C 세 공장의 규모와 생산 능력은 모두 동일하다는 가정인가요?
면접관 1 :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공장들의 규모와 생산 능력이, 전부 똑같지는 않겠죠.
그 : (머리를 팽팽 굴린다. 공장들의 규모와 생산 능력이 다르다.)
면접관 : (답답한 것인지 기회를 주려는 것인지) 힌트를 드리자면, 어느 공장은 생산능력이 이 정도고, 어느 공장은 그 절반이고 그럴 수 있겠죠.
그 : (머리가 환해진다) 네, 힌트 감사합니다. 우선, 세 공장의 생산 능력과 생산 차종을 먼저 정의하겠습니다. A 공장은, 19번째 기업 한국 공장처럼 승용, SUV, 택시와 트럭까지 모든 차종을 생산하며 생산대수가 가장 많다고 하겠습니다. B 공장은, 19번째 기업 유럽 공장처럼 SUV 위주로 생산하며 생산대수는 중간으로 하겠습니다. C 공장은, 19번째 기업 인도 공장처럼 해치백 위주로 생산하며 생산대수는 가장 적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1500대 분량의 반도체 부품을 차종과 생산대수를 기준으로 배분하겠습니다. 모든 차종을 생산하고 반도체 부품이 가장 많은 A공장에 700대 분량을 배분하겠습니다. 유럽과 같이 고급 차종과 SUV 위주로 생산하는 중간 규모 B 공장에 500대 분량을 배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도와 같이 해치백 위주 차종을 생산하는 소규모 C 공장에 300대 분량을 배분하겠습니다.
면접관 1 : (말없이 무언가를 적는다)
그는 답변을 마치면서, 아쉽다고 생각한다. 그의 질문에 대한 면접관의 답변 만으로도, 그는 면접관의 의도를 파악하고 어느 정도 답변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면접관이 아예 대놓고 힌트를 줘버린 것이다. 힌트 없이 그가 홀로 면접관의 의도를 파악했다면 더 많은 점수를 땄을 것이다. 그는 힌트를 받기 전에 이미 면접관의 의도를 짐작했지만, 면접관은 자신의 힌트로 인해 그가 이런 답변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그는 자신의 답변이 꽤나 좋은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3. 마무리
면접관 1 : 하얀 얼굴 씨, 자신의 단점과 그를 극복하기 위해 한 노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그 : 네, 저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하면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운동이나 여행을 할 때 함께하는 친구들이 저의 일정이나 계획을 피곤해하곤 합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저는 함께 하는 친구나 동료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반영하고자 노력합니다. ...
면접관 2 : 네, 하얀 얼굴 씨. 마지막으로, 다른 부서도 많은데, 왜 우리 글로벌 사업 운영 / 조정 직무를 선택했나요?
그 : (당황하며) 아, 호주에서 해외 생활을 했던 경험이, 글로벌 사업 운영 및 조정 직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 면접에서도 공장과 생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셨지 않습니까? 아까 말씀드렸듯, 저는 실질적이고 기능적인 측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공장과 생산 관련하여... 이러한 실질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지원했습니다. (어떻게든 말을 만들고자 했으나, 복잡한 머리와 입이 따로 놀아 결국 말이 꼬인다)
면접관 2 : (무언가를 적는다)
면접관 3 : 네, 이상으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긴 시간 면접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 감사합니다!
19번째 기업 1차 면접, 면접자는 그 혼자 뿐이었지만 면접은 1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면접관들은 필요한 질문만 했으며, 남은 대부분의 시간은 그의 답변으로 채워졌다. 그의 발화량이 정말 압도적으로 많았다. 말을 많이 할수록 실수가 많아진다는데, 면접을 되돌아봐도 어디서 말을 줄여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몇몇 실수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그다.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했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전달했다. 탈락 사유가 될만한 심각한 실수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17번째 기업과 18번째 기업이 남긴 했지만, 그는 사실 19번째 기업이 가장 가고 싶다. 매출이나 기업 규모도 그렇고, 탈 것 제조는 가장 유망하고 떠오르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면접을 망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자신이 벌써 19번째 기업에서 일하는 듯한 망상을 억누르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다음 면접 준비에 몰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