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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Sep 10. 2022

23번째 기업, 27번째 면접

해외영업 직무

 23번째 기업 사무실이 위치한 빌딩은, 지하철역과 이어져 있다. 23번째 기업에 대해 충성심이 한없이 높아져 있는 그는, 23번째 기업의 모든 것이 다 좋게 보인다. 지하철역과 이어져있다니, 출퇴근할 때 상당히 편리하겠구나 생각하는 그다.


 23번째 기업의 면접 안내 메일은, 면접날 도착하면 건물 2층 카페에서 대기하라고 안내되어 있다. 안내에 따라, 그는 2층으로 올라간다. 23번째 기업은, 깔끔하고 커다란 빌딩의 몇 개 층을 임대해서 사무실을 쓰고 있는 듯하다. 2층에 올라가니, 인조 나뭇잎 같은 것으로 뒤덮인 벽이 보인다. 23번째 기업 입구다. 인조 나뭇잎 벽면에는 23번째 기업 로고가 박혀 있으며, 벽면을 따라 각종 상패 등이 전시되어 있다.


 상패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나온다. 왼쪽에는 조그마한 카페 카운터 안에 바리스타 두엇이 일하고 있으며, 중앙에는 테이블과 의자 몇몇으로 이루어진 빈 공간, 남은 공간은 회의실 몇 개로 채워져 있다. 그는 3개의 테이블 중 가운데 테이블에 짐을 놓고 의자에 앉는다. 의자는 조그만 네모 모양이며, 높이가 작고 크기도 낮아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리로 된 벽면의 광경과 햇빛을 보며 긴장을 달래고 있자니, 2명이 더 도착해서 테이블에 앉는다. 빳빳한 양복, 얼어있는 표정,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피는 눈치, 딱 봐도 면접자다. 약간씩 떨어져 앉긴 했지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할 수밖에 없는 거리다. 세 명이 모여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 직원 한 명이 한 손에 파일을 안은 채 까페 쪽으로 들어온다. 인사팀 직원으로 보인다.


  인사팀 직원 : 안녕하세요. 다들 잘 도착하셨네요. 하얀 얼굴 씨, 111씨, 222씨 맞으시죠?

  면접자 일동 : 네.

  인사팀 직원 : 네 반갑습니다. 어 이제 면접을 시작할 텐데요. 짐 들고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면접자 일동 : (짐을 챙겨 다들 일어난다)

  인사팀 직원 : (이동하려다가) 아, 음료를 한잔씩 주문해드리거든요. 어떤 음료 드시겠어요? 여기 메뉴판에서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시면 돼요.

  면접자 일동 : (먼저 골라도 되는지 쭈뼛쭈뼛, 또 무엇을 골라야할지 머뭇거린다)

  면접자 2 : 음...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해도 될까요?

  인사팀 직원 : 그럼요.

  면접자 3 : 어... 그럼 저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그 : (그는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저는, 딸기 쉐이크 부탁드려도 될까요?

  면접자 3 : 그럼요. (바리스타에게 카드를 건네며) 아이스 아메리카노 둘, 딸기 쉐이크 하나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약 2000원, 딸기 쉐이크는 3000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이 짧은 순간에도 머리를 굴려 계산을 했다. 조그마한 23번째 기업 특성상, 면접비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면접비를 이 음료로 대체한다는 것인데, 제일 비싼 것을 마시는 것이 이득이지 않겠나.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너무 무난하다. 다른 사람의 선택에 묻어가지 않는, 당당하고 주체적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계산 아래 그는 딸기 쉐이크를 골랐다.

 인사팀 직원은 면접자들을 한 회의실로 안내한다.


  인사팀 직원 : 여기서 조금 있으시면, 면접관분들 오실 거예요. 그럼 면접 시작하시면 됩니다.

  면접자 일동 : 네 알겠습니다.

  인사팀 직원 : 음료는, 준비되면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면접자 일동 : 네 감사합니다.


 음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전달된다. 면접자들은 모두들 예의 바른 상태이기 때문에, 인사팀 직원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를 받는다. 그는 붉고 영롱한 색깔의 딸기 쉐이크를 마시며, 자신의 선택에 만족을 느낀다.

 이윽고 면접관 2명이 들어오고, 면접이 시작된다.




23번째 기업, 해외영업 직무 면접


면접자 : 총 3명, 모두 남자

  그

  마른 체격, 하얀 피부, 보통 길이 머리의 면접자 2

  보통 체격, 구릿빛 피부의 면접자 3


면접관 : 총 2명, 모두 남자

  보통 체격, 살짝 긴 앞머리, 얼굴에 살이 없고, 어두운 계열의 셔츠를 입은 30대 중후반 면접관 1 

  큰 체격에 둥근 몸집, 테가 얇은 네모 안경, 짧은 옆과 뒷머리, 흰머리가 많은 40대 초반 면접관 2


 면접관들 중 면접관 2가 실세로 보였으며, 면접 진행과 대부분의 질문은 면접관 2가 한다.



  면접관 2 : 네, 반갑습니다. 어디... 지금 자리가... (면접자들의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아 임의로 앉았다) 하얀 얼굴 씨? 네. 면접자 2 씨? 네. 면접자 3 씨? 네. 알겠습니다. 원래는 저희가 면접 한 번으로 채용을 끝내려 했는데, 지금 내부에서 회의가 있거든요.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해서 말씀드리긴 하겠습니다만, 이번에 지원자가 좀 많아서, 어쩌면 2차 면접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30초에서 1분 사이로 짧게 부탁드려요. 하얀 얼굴 씨부터 해주세요.

  그 : 네, 안녕하십니까! 23번째 기업 해외영업 직무에 지원한 하. 얀. 얼. 굴.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한 실천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천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23번째 기업 해외영업 직무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 얀. 얼. 굴.입니다. 감사합니다. (제조업 해외영업에 맞춘, 벌써 27번째 똑같이 외워온 자기소개다)


  면접자 2 : 네, 안녕하세요.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면접자 2입니다. 저는... ...

  면접자 3 :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


 그의 뒤를 이어 두 면접자가 자기소개를 했는데, 뭔가 어색하다. 그처럼 틀에 박히지 않은 자기소개인데, 틀에 박히지 않은 것인지 준비를 덜 한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그는 자기소개에서부터, 자신이 다른 면접자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예상한다.



  면접관 2 : 네, 잘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다들 해외영업 직무에 지원하셨으니, 영어로 다시 한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하얀 얼굴 씨부터 해주세요.

  그 : OK. Hello, My name is 얼굴 하얀, applying for International Sales department. I'd like to introduce myself through 2 strong points. First, Power of execution(강한 실천력이라는 뜻). I did working holiday from October 2017 to October 2018. During that days, I set my goals and tried to achieve it. At the end, I achieved my goals related to Money, Experience, and English.

 Second, Sociability(친화성이라는 뜻). I grow my sociablity through my hobby, ball sports. When I go to ball sports court, lots of people come to the court. I made a team with variety of jobs, and ages of people. By this experience, I grew my sociability and how to deal with different people.

 Through these two strong points, power of execution and sociability, I think I can contribute to 23rd corporation. Thank you.

  면접자 2 : Hi, ... ... (영어회화 중하, 일반적인 영어 자기소개다)

  면접자 3 : 아, 알겠습니다. Hi, ... ... (영어회화 하, 일반적인 자기소개다)


  면접관 2 : 네, 잘 들었습니다. 하얀 얼굴 씨, 제가 이력서를 보고 궁금한 게 있어서요. 일본어 회화 '하'라고 기재하셨는데, 실제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하시나요?

  

 그는 속으로 상당히 당황한다. 23번째 기업은 채용 공고를 사람X에 올려서, 해당 웹사이트 표준이력서를 받았기 때문에 그의 이력서 중 상관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일본어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 당시 한두 마디 내뱉듯 했던 수준이다.


  그 : 아, 제가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 당시 일본인들을 만나 약간 대화를 해보긴 했으나, 업무에 적용하기는 미숙합니다. 그래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가장 낮은 '하'로 표기하였습니다. 업무에서 쓸 수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면접관 2 : 기재하는 란이 있어서 적었다는 거죠? 알겠습니다.


  면접관 2 : 면접자 2 씨는, 미국을 다녀오셨네요?

  면접자 2 : 네 맞습니다. 

  면접관 2 : 어떻게 다녀왔는지, 다녀와서는 어땠는지 얘기해줄 수 있나요?

  면접자 2 : 아 그... 제가 사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재수를 했습니다. 재수하고, 군대를 갔다 와서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면접관 2 : 그리고, 신X카드랑 딜X이트에서 인턴 경험도 있네요?

  면접자 2 : 네 맞습니다. 해당 경험은...


 그는 면접자 2가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놀란다.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고 하기엔, 영어 자기소개가 약간 부실했다. 또한 신X카드와 딜X이트는 금융권인데, 금융권 인턴 이후 23번째 기업 해외영업 지원은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다.



  면접관 2 : 면접자 3 씨는, 특이하게 연극영화과 전공이시네요?

  면접자 3 : 네, 맞습니다.

  면접관 2 : 해외 경험도 있군요. 면접자 2처럼, 어떻게 해외를 다녀오신 건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면접자 3 : 아, 말씀하신 대로 연극영화과를 전공하고, 저는 해외영업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어요(그는 이 부분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면접용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그래서 해외영업에 맞는 강점을 기르려고 외국을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인도를 갔고요. 인도에 있다가 미국을 갔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중국에 다녀오면 더 강점을 기를 수 있겠다 싶어서 중국에 11개월 다녀왔어요... ...


  면접관 2 : 자기소개서에, 연극 공연 관람객을 2배로 늘렸다고 적으셨네요. 어떻게 하신 건가요?

  면접자 3 : 아, 당시 공연을 하는데, 관람객들이 많이 오지 않았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관람객들을 모으고자 티켓 파는 부스에서 일을 하고, SNS로 많이 홍보를 했습니다. 계속해서 그렇게 하니, 관람객을 2배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 ...

  면접관 2 : 면접자 3께서 하셨다는 그 행동으로 인해서 관람객이 증가했다는 증거가 있나요?

  면접자 3 : 음... 확실히는 없는데요... 하지만 이전의 공연들에 비해 2배로 증가했고, 그리고 이전에는 저와 같은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 그래서 이렇게 2배로 늘어난 것이 증거라고 말씀드릴게요.


 그는 면접자 3의 답변에서, 행동을 하기 전의 분석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면접관 2는 공통 질문도 했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지금까지 어떤 방향으로 입사지원을 했으며, 입사 지원한 회사들과 우리 회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왜 해외영업으로 지원했나

  그 : 저는 지금까지 제조업체 해외영업으로 입사지원을 해왔습니다. 손으로 만드는 것, 실물 경제를 지탱하는 것을 동경했기 때문입니다. 23번째 기업의 경우 면접 준비를 하며, 배달원들이나 유X클로 매장 직원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단말기가 23번째 기업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물 경제를 지탱하고, 원활히 돌아가게끔 하는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저는 23번째 기업에서 꼭 일하고 싶어졌습니다. 

 지금껏 입사 지원했던 곳들은 중견기업이었습니다. 23번째 기업과의 차이점은, 23번째 기업은 아무래도 이전 기업들보다 작기 때문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그리고 더 자유롭고 스타트업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입니다.

  면접관 1 : 우리가요? 우리도 비슷한데, 하하...

  그 : 청년 친화 강소기업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면접관 2 : 그렇군요.


 면접자 2와 면접자 3도 대답을 했는데, 그는 개인적으로 그들보다 자신이 낫다고 생각한다. 면접자 2는 미국을 다녀왔고, 금융 인턴을 바탕으로 결제 시스템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면접자 3은 수많은 해외 경험과, 공연 관람객을 2배로 늘린 경험을 어필했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는, 운동을 좋아하시는 것 같군요. 무슨 운동을 하나요?

  그 : 아 저는 공놀이를 좋아합니다. ...


  면접관 2 : 그리고 하얀 얼굴 씨... 특이하게도 읽은 책 목록을 첨부해서 제출하셨네요.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은데, 추천해줄 만한 책이 있나요?

  그 : 아 네, 저는 '이타적 유전자'라는 책을 추천드리겠습니다.

  면접관 2 : 어떤 책인가요?

  그 : 해당 책은, 유전자의 이기적 동기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이타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책입니다. 개미와 벌의 군체에서 볼 수 있듯, 개체들은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만... ...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셨군요. 하지만 다른 지원자들은 해외 경험이 더 많습니다. 다른 인원들에 비해, 영어가 부족하다고 생각될 여지가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 반박해보세요.

  그 : 아, 물론 다른 지원자들은 유학을 갔다 왔고, 기간도 깁니다. 저는 비록 딱 1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습니다만, 해당 기간 동안 일부러 한국 사람들을 멀리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제 자신을 던져가며 영어를 익혔습니다. 다른 지원자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영어를 익혔다면, 저는 실제로 일하는 삶의 현장에서, 더 실제에 가까운 영어를 익혔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기에 호주를 다녀오자마자 봤던 두 영어시험에서 AL과 940점을 획득했고, 앞서 제 영어 자기소개도 들으셨습니다. 만일, 제 영어점수가 부족하다고 하신다면, OPIC이 아닌 OPI를 봐서 AM이나 AH를 획득하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 답변했다)

  면접관 2 : (약간 당황한 듯) 아, 그럴 필요까진 없습니다. 하하...



 면접은 편안한 분위기로 무난하게 흘러간다. 그러다가 갑자기 면접관 2가 말한다.


  면접관 2 : 음...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여러분이 나중에, 면접이 되었든, 아니면 취업해서 사회생활이 되었든,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에 대해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어디를 가시던지, 의사소통을 할 때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시는 겁니다. 마치 바둑에서처럼, 바둑에서는 상대방이 앞으로 어떤 수를 둘지, 두세 수 앞을 내다보고 두잖아요. 똑같이 의사소통을 할 때에도,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상대의 반응은 어떨 것이고, 또 그에 대한 자신의 말까지 생각해놓는다면 어디를 가서든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 아 네, 감사합니다.


 다른 면접자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면접관의 뜬금없는 조언이 당황스럽다. 갑자기 이 조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부 다 떨어트리겠다는 것인지, 합격할 만한데 딱 이것 하나만 아쉬워서 미리 이야기해주겠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의문이 생기긴 하나, 취준생인 그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린다. 아직 면접 중이다. 확실하지 않은 불안감은 억지로 해맑게 잊는다.



  면접관 2 : 네, 그럼 이제 지원자분들이, 회사에 궁금한 것이 있다거나 하시면 질문해보세요.

  면접자 1 : 아, 네, 그... 자동 결제 시장이 요즘 어떤지 궁금합니다. 제가 알기로 자동 결제 시장에 기업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23번째 기업과 XXX기업이 가장 유명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

  면접관 2 : 아, 그 부분은 괜찮습니다. 지금 정부 정책으로 약간 주춤하긴 했습니다만, 계속해서 유망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XXX기업 같은 경우는... 저희가 아직 업계가 좁다 보니, 허허. 건너건너 다 아는 사이거든요. 지금 XXX기업 영업팀 같은 경우도... 절반? 절반 정도가 아마 우리 회사에서 넘어갔죠 아마?

  면접관 1 : 네, 그 정도 될 겁니다.

  면접관 2 : 네, 지금 XXX기업 체계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다 저희 회사 사람들이었어요. 완전히 다 베끼고 있는 거죠 허허...


  그 : 저도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면접관 2 : 네.

  그 : 해외영업 직무는 해외 박람회 및 출장도 활발한 직무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23번째 기업을 준비하며 찾아보니, 북미 박람회인 NRF(National Retail Federation)도 주기적으로 계속 참가했던 것을 보았습니다. 전염병이 창궐한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해외영업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면접관 2 :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 NRF를 아시나요? 어디서 알았나요?

  그 : (속으로 으쓱하며) 회사 뉴스를 검색해보다가 알았습니다.

  면접관 2 : 네, 저희는 NRF도 주기적으로 참석했습니다만, 이번 연도에는 아마 참석을 안 할 겁니다. 확실히, 말씀하신 전염병으로 인해서 해외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어요. 작년 같았으면 해외영업팀은 전부 해외 출장 나가 있었을 텐데, 올해는 사무실에서 전화만 계속 붙들고 있네요 하하.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조금씩 전염병도 감소되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해외영업팀원들도 다시 조금씩 바빠지고 있습니다. 

  그 : 네, 답변 감사합니다.


  면접관 2 : 네, 질문 없으시면, 이상으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자들과 면접관들이 동시에 회의실 밖으로 나온다. 면접자들은 좋은 인상을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다 마신 음료 잔을 서로 먼저 치우려고 경쟁한다. 

 면접관들은 사무실이 있는 다른 층으로 올라간다. 카페 앞에 있던 인사팀 직원은, 면접자들에게 수고했다며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말한다. 그의 예상대로 면접비는 없다. 음료가 면접비 대신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제품도 마음에 들고, 지하철과 이어져있어 출퇴근이 용이하고, 면접관도 친절하고, 깔끔한 사내 까페도 있다. 합격하기만 한다면야, 면접비 따위는 필요 없다.



 그가 면접을 돌이켜보았을 때, 켕기는 부분이 몇 있다. 사람X에서 표준 이력서로 써놓은, 난사를 위한 양산형 이력서를 제출한 것(일본어 회화)이 첫 번째이며, 면접관이 중간에 갑작스레 해주었던 조언이 두 번째다. 면접관 2는 온화한 인상으로 면접 내내 웃는 표정으로 일관하긴 했으나, 실제로 면접자들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면접관 2가 눈을 반짝였을 때는, 그가 질문하면서 해외 박람회 NRF를 언급했을 때뿐이었다. 


 불안한 느낌이 없진 않으나, 그는 자신이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서는 어필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처럼 23번째 기업의 기술과 제품에 대해 어필한 지원자는 없었다. 그는 자신만큼 23번째 기업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온 지원자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면접관 2도, 다른 지원자들보다 그에게 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던 것 같다. 합격할 것 같다. 적어도, 이 면접 조에서는 자신이 제일 면접을 잘 봤다고 확신하는 그다. 한없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그는 23번째 기업으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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