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기업으로부터 서류 합격 메일이 날아온다. 서류에 합격했으니, 인적성 시험을 보라는 안내 메일이다. 오랜만의 서류 합격, 오랜만의 6번째 기업이다. 그는 1년 전 즈음 6번째 기업의 면접을 진행한 적이 있다.
6번째 기업은 외국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한국 물류를 맡고 있는 외국계 기업이다. 당시 그는 비대면 화상 면접을 진행했었다. 면접관 중, 잉카 문명의 망토 같은 것을 두르고 머리에 두건 같은 것을 썼던 여성 면접관이 기억에 남는다. 면접은 시종일관 하하호호 좋은 분위기로 흘러갔고, 그는 면접에서 탈락했다.
그의 면접이 끝난 뒤에도, 6번째 기업은 계속해서 채용 공고를 올렸다. 6번째 기업은 자체 채용 홈페이지가 없기 때문에, 사람X이나 잡X리아의 표준 이력서를 첨부해서 클릭 한 방에 지원을 할 수 있다. 면접 분위기를 보아하니 회사가 아주 수직적이진 않은 것 같고, 사람이 필요한지 공고는 계속해서 올라온다. 그는, 자신을 탈락시킨 6번째 기업을 골탕먹이기라도 할 심산으로, 또 그러다가 얻어걸리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계속해서 이력서를 집어넣었다.
그런 그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그가 1년 전에 면접을 봤던 지원자라는 것조차 아는지 모르는지, 6번째 기업은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그는 메일에서 안내받은 대로, 인적성 시험을 치른다. 인적성 시험이라고는 하나, 한국 대기업들의 시간이 부족하고 치열한 인적성 시험과는 다르다. 말로는 인적성 시험이라고 해두었지만, 사실상 인성 검사에 가깝다. 질문을 읽고, 자신에게 맞는 답을 하면 된다. 그는 수월하게 끝낸다.
인적성 시험을 치른 지 일주일도 안되어, 인적성 합격 메일이 도착한다. 1차 면접에 대한 안내 메일이다. 그의 예상대로 면접은 비대면 화상 면접이다. 6번째 기업은 본사가 후미진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서, 최종 면접만 본사에서 진행한다. 1년 전 면접 준비를 했던 자료도 남아있으니, 그는 마음 편하게 면접에 임한다. 화면이 켜지고, 면접이 시작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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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 1 : 네, 안녕하세요.
면접자 일동 :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1 : 네, 반갑습니다. 우리 6번째 회사에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회사 위치가 조금 멀어서, 1차 면접은 이렇게 화상으로 진행하고, 이후에 최종 면접을 보실 때는 본사에서 직접 면접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하얀 얼굴 씨?
그 : 네, 안녕하십니까! 6번째 기업 Business Development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 하. 얀. 얼. 굴. 입니다! 저는 두 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실행력입니다. 저는 워킹홀리데이 기간...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인 공놀이를 통해... ... 이상, 두 가지 강점, 실천력과 친화력을 통해 6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 얀. 얼. 굴. 입니다. 감사합니다!
면접자 2 : 안녕하십니까! 저는... ...
6번째 기업의 1차 면접은, 1년 전보다도 비중이 더 줄어든 듯하다. 면접관 1이 먼저 면접자들에게 대놓고 이야기한다.
면접관 1 : 네, 반갑습니다. 지금의 면접은, 면접이라기보다는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주세요. 저희도 지원자분들을 평가하지만, 지원자분들도 저희를 평가하는 자리니까요. 긴장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음... 우리 회사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그리고 입사하면 얼마나 다닐 생각이신가요?
그 : 취업 준비를 하면서, 채용 공고를 보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외국계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물류를 맡은 기업으로,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사하게 된다면, 음(생각하는 척한다), 무슨 일이든 10년은 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년은 다니고 싶습니다.
면접자 2 : 네, 저는 6번째 기업에 관심이... ...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관 1 : 그래요. 잘 들었습니다. 혹시 저희 회사에 궁금한 점이 있나요? 아무래도 외국계라,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 : 네, 6번째 기업은 현재 두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채용 공고의 제목은 '이 이름'인데, 공고 이미지에는 '저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두 이름 모두 6번째 기업의 이름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어찌 된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질문드립니다.
면접관 1 : 아, 그 부분은, 두 가지 이름이 모두 저희 회사 이름이 맞습니다. 공고 이미지의 '저 이름'이, 우리 회사의 외국계 본사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영업을 하면서, 사명을 '이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가 외국계이고 물류이다 보니 수출입을 합니다. 수출입할 때의 이름은 기존의 '저 이름'인데, 이미 등록되어있는 사명을 고치는 것이 약간은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두 이름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 네, 감사합니다!
면접자 2 : 네, 저는...이 궁금한데요 ... ...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관 1 : 네, 그래요. 아 그리고, 만약 입사하게 되신다면, 출퇴근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그 : 처음에는 대중교통이나 자차를 이용하려 합니다. 그리고, 알아보니 6번째 기업이 기숙사를 제공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기숙사에서 지내고 싶습니다. 불가하다면, 회사 주변에서 자취하겠습니다.
면접자 2 : 저는 차를 통해 출퇴근할 생각입니다... ...
면접관 1 : 네, 감사합니다.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으시면, 이상으로 면접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인연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은 저희가 여러분을 선택하는 입장이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여러분이 선택을 해주셔야 하는 거니까요. 아무튼, 네, 오늘 면접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면접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난다. 직무나 역량 관련 질문은 전혀 없다. 면접이라기보다는, 서로 얼굴을 익히는 면담에 가깝다. 면접관 1은 시종일관 면접관들을 편안하게 해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6번째 기업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위치도 멀지만, 나름 다니기 괜찮은 회사가 아닐까 생각하는 그다.
며칠 뒤, 6번째 기업으로부터 면접 결과 메일이 날아온다.
1차 면접 합격
6번째 기업 본사에서 최종 면접을 진행한다는 안내 메일이다. 1년 전에는 넘지 못했던 문턱을 넘었다. 그의 느낌상, 6번째 기업은 최종 면접도 그리 빡빡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그의 추측일 뿐, 최종 면접은 최종 면접이다. 그는 6번째 기업 최종 면접 준비 자료를 만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