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번째 기업, 40번째 면접

PT, 숫자에 대한 감각, 증거

by 하얀 얼굴 학생

32번째 기업은, 1차 면접을 비대면 화상으로 진행하며 PT가 포함되어 있다. 면접 당일, 그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책상에 앉아 있다. 책을 쌓은 뒤 노트북을 올려 카메라 위치를 맞춘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로그인해서 대기하고 있으니, 정해진 시간에 인사팀 직원이 접속한다.


인사팀 직원 : 안녕하세요. 하얀 얼굴 지원자님 맞으시죠?

그 : 네, 안녕하십니까! 맞습니다.

인사팀 직원 : 안내드린 대로, 지금부터 PT 면접 진행하겠습니다. 곧 문제 화면 띄워드릴 테니, 제시된 문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풀이해주시면 됩니다. 면접 시작되면, 면접관님들께 풀이를 설명해주시면 됩니다. 문제풀이 30분, 면접관님들께 발표는 5분 내외로 해주시면 됩니다.

그 : 알겠습니다.

인사팀 직원 : 네 그럼 준비되셨으면, 시작하겠습니다. 문제 푸시는 동안에도 카메라는 켜주셔야 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인사팀 직원의 화면에 PT 문제가 나온다.


1. 변동비와 고정비에 대하여 설명하고,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개념을 활용할 수 있는지 제시하시오.


2. 32번째 기업의 사업 부문에 대해 서술하고 아이템을 기획하시오. (기억이 정확치 않다)


3.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기획은 무엇인지 서술하고 자유롭게 기획해보시오.



30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모든 PT 면접이 그렇지만, 문제를 읽는 즉시 방향 설정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맨다면 풀이 시간이 모자랄 것이고, 그렇다고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고 일단 풀기부터 했다가는 막판에 답변을 뒤집어야 할 수도 있다.


그는 어떤 문제를 선택할까 고민한다. 처음 문제를 읽자마자 끌리는 것은 2번이었다. 재무제표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그렇게 읽으면서 제품과 기술을 암기한 그다. 사업 부문에 대한 서술은 자신이 있다. 그런데, 아이템을 기획하라는 부분이 조금 걸린다.


3번도, 그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식으로 답변을 작성했다가는 자신의 답변이 너무 추상적으로 흐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바람직한 기획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결국 그는 1번을 선택한다. 가장 재미없어 보이는 문제이긴 하지만, 세 가지 질문 중 가장 명확하다. 마침 그는 29번째 기업 PT 면접 때 비슷한 문제를 푼 기억이 있다. 그는 답안 작성을 시작한다. 그의 답안은 이렇다.




변동비/고정비에 대하여 설명하고,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개념을 활용할 수 있는지 제시하시오.


변동비 - 조업도에 비례하는 원가 ex) 원재료비, 제조원가 노무비 등

고정비 - 조업도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원가 ex) 일반관리직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


변동비와 고정비는, 손익분기점(BEP)을 계산할 때 사용. 비용 구조를 분석해서 해결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매출액 - 변동비 = 한계이익

한계이익 ÷ 매출액 = 한계이익률

고정비 ÷ 한계이익률 - 손익분기점


즉, 한계이익이 늘어나면서 고정비를 상쇄하는 지점이 손익분기점입니다.


32번째 기업 반기보고서 35페이지(사업의 내용 - 기타 - 회사 장단점)에 의하면, '당사의 인건비, 감가비 등 높은 고정비 비중은 원가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 변동비인 제조 원가도 높습니다. (반기 매출 2.9조 중 매출원가 2.5조 / 전기 매출 5.5조 중 매출원가 4.8조)

고정비는 조업도와 관계가 없고, 제조 원가가 높은 것은 탈 것 부품 산업의 특성이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부분입니다.


'32번째 기업' 해결책 : 지속적인 R&D를 통해 변동비인 제조 원가 절감, 판매처 다각화를 통한 매출과 생산 증대.


다행히도 그는 주어진 시간 내에 답변 작성을 완료한다.


인사팀 직원 : 문제 풀이 시간 끝났습니다.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그 : 네!



32번째 기업, 경영관리 직무 신입 면접 (화상, PT 면접)


면접자 : 그 혼자


면접관 : 총 3명, 모두 남자

좌측, 하얀 피부에 까만 뿔테, 인상이 좋으며 인사팀 팀장인 듯한 40대 초반 면접관 1

중앙, 거무스름한 피부에 큰 몸집, 약간 얽은 피부에 표정이 불만족스러워 보이는 40대 후반 면접관 2

우측, 하얀 피부, 약간 찌푸린 미간의 40대 초반 면접관 3



면접관들은 화면에 일렬로 앉아 있다. 면접관 1은 거의 질문을 하지 않고, 면접관 2는 가끔씩 질문하며, 면접관 3이 가장 질문을 많이 한다.



면접관 1 : 안녕하세요.

그 :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1 : 네, 문제 풀이부터 부탁해요.

그 : (답지를 카메라 쪽으로 들고) 잘 보이십니까? 제가 사진을 찍어서 화면 공유를 해드릴까요?

면접관 1 : 아뇨 잘 보입니다. 문제 풀이 시작하세요.


면접관들에게 답지를 더 잘 보이게끔 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는 단칼에 거절당한 것이 조금 무안하다.



그 : 네, 저는 3개의 문제 중 1번, 변동비와 고정비에 대해 설명하고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개념을 활용할 수 있는지 제시하시오를 골랐습니다.


변동비와 고정비를 먼저 정의하겠습니다. 변동비는 조업도에 비례하는 원가로, 생산을 할수록 늘어나는 원가입니다. 예시로는 원재료비, 제조원가 노무비 등이 있습니다. 고정비는 조업도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원가입니다. 생산량과 관계없이 고정된 원가로, 일반관리직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이 있습니다.


변동비와 고정비는, 손익분기점을 계산할 때 사용합니다. 아래에 수식을 써놓았습니다. 즉, 매출에서 변동비를 제한 것이 한계이익입니다. 이 한계이익이 점차적으로 고정비를 깎아내다가, 마침내 고정비를 모두 깎고 흑자로 전환되는 순간이 바로 손익분기점입니다. 변동비와 고정비를 이용하여 손익분기점을 계산해낼 수 있고, 비용 구조를 분석하여 원가 관련 문제의 해결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네 그래서, 변동비와 고정비의 개념을 32번째 기업의 상황에 활용해 보았습니다. 32번째 기업 재무제표 반기보고서 35페이지에 의하면, '당사의 인건비 감가비 등 높은 고정비 비중은 원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변동비인 제조 원가도 높은 편입니다.

높은 고정비 비중은, 재무제표에서 현재 아웃소싱 등으로 해결하는 중이라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아웃소싱을 통해 고정비 자체를 줄임과 동시에, 매출을 증대하여 손익분기점 이후의 이익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제조 원가가 높은 것은, 탈 것 부품 산업의 특성이라고 생각되며 많이 생산할수록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부분입니다. 32번째 기업의 R&D 비용은 증가할 계획이니, 지속적인 R&D를 통해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32번째 기업은 지속적인 R&D를 통해 변동비인 제조 원가를 절감하고, 판매처 다각화를 통해 매출과 생산을 증대하여 고정비를 일찍이 상쇄시켜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자신의 PT 풀이가 썩 괜찮았다며 뿌듯해한다. 하지만 면접관들은 잠시 동안 말이 없다.


면접관 1 : 네 하얀 얼굴 씨, 자기소개해주세요.

그 : 네, 안녕하십니까! 32번째 기업 경영관리 직무에 지원한 하. 얀. 얼. 굴.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한 실천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천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32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 얀. 얼. 굴.입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 2 : ... 네, 하얀 얼굴 씨, 반갑습니다.

그 : 네,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1 : 제출하신 이력서를 보면, 소몰이, 주방 조리 등 경력이 어떻게 보면 중구난방인데,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그 : (첫 질문부터 쉽지 않다) 아, 그렇게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해당 경험들은, 실물 경제에 대한 관심이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제가 한 아르바이트들은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 위주의, 실물 경제와 관련된 일들입니다. 또한 여러 일들을 하면서, 적응력을 길렀다는 증거로도 봐주시면 됩니다.


면접관 2 : 00년부터 00년까지 학교를 다녔네요. 왜 이렇게 길어졌죠?

그 : 군대와 워킹홀리데이, 그리고 한 학기 졸업을 유예하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면접관 2 : 학점도 낮아요. 왜 그런거죠?

그 : 아, 제가 저학년 때 학교 공부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실질적이고 기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황을 하다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습니다. 해당 기간 10가지가 넘는 직업을 경험하면서,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들이 실제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돌아온 이후, 전공과목을 수강했습니다. 이전의 학점을 복구하지 않고, 고급 전공을 수강하여 학점이 낮아졌습니다.

면접관 3 : 워킹홀리데이를 몇 학년 때 간 겁니까.

그 : 3학년 1학기 때 갔습니다.

면접관 3 : 보통 고학년 때 방황을 끝내는데. 방황을 많이 하셨나 보네.


한차례 질문 세례가 오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면접관 3이 침묵을 깬다.


면접관 3 : 음... 하얀 얼굴 씨. 실물 경제에 관심이 있다. 아르바이트도 그런 쪽으로만 했다. 뭐, 그거는 좋게 볼 수도 있어요. 그런데 학점도 낮고 관련 자격증이 하나도 없어서. 제가 지금 직무 관련해서 질문을 드릴 건데 걱정이 됩니다. 하얀 얼굴 씨, ROIC라고 들어봤어요? 자기자본투하이익률이라고 하는데

그 : (전혀 모른다. 낭패다) 아, 죄송합니다. ROIC는 제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ROI는 알고 있지만 ROIC는

면접관 2 : (끼어들며) ROI는 뭡니까?

그 : Return on Investment, 연구개발 투자 대비 이익을 뜻합니다.

면접관 2 : (말이 없다)


침묵이 흐른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아까 PT에서 우리 회사 연구개발비가 증가할 거라고 했는데, 근거가 뭔가요.

그 : 근거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입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현재 32번째 기업의 매출 대비 R&D 비율이 6퍼센트인데, 이 비율을 향후 5년 내로 8%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32번째 기업의 매출액이 줄어들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서, 연구개발비도 오를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면접관 2 : (말이 없다)


다시 또 침묵이 흐른다.


면접관 3 : 하얀 얼굴 씨는, 자격증도 없고 학점도 낮습니다. 지금 우리가 채용하고 있는 직무는 경영관리 직무예요. 우리는 숫자에 감각이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자격증도 없고 학점도 낮아서, 하얀 얼굴 씨가 숫자에 감각이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숫자에 대한 감각은 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 (정곡을 찌르는 공격에 정신이 혼미하다) 아, 맞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자격증도 없고, 학점도 낮습니다. 하지만 숫자에 대한 관심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방금 제가 풀이한 PT 문제도, 저는 1번 문제를 골랐습니다. 3번 문제를 골라 올바른 기획, 제 마음대로 기획을 하며 관념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숫자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 위해 1번 문제를 선택했습니다. 직무에서 숫자가 가장 중요해서 1번 문제로 출시되었다 판단했고, 풀이에서 숫자를 직접 쓰진 않았지만 회계는 숫자와 연관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숫자 감각은... 보통 사람이 50이라고 한다면 저는 70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면접관 3 : (화면 속 그를 빤히 쳐다보며)... 자신감... 자신감이라는 거죠?

그 : (당황하여) 아, 네.


면접관 1 : 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요.

그 : 네, 오늘 이렇게 면접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 준비를 하며, 또 오늘 면접관님들을 뵈며 제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디 합격하여, 32번째 기업이 그리는 미래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 일동 : 수고했어요.





화상회의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그는 노트북을 덮는다. 지금껏 보아왔던 면접 중 가장 공격을 많이 받은, 학점도 낮고 자격증이 없는 그에게는 압박 면접이었던 셈이다. 무엇보다도 면접관들의 공격이 직설적이었다는 점이 그를 당황하게끔 했다.


그의 개인적인 느낌 상, 면접관 2와 3은 그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듯하다. 두 면접관 모두 미간에 주름이 있는 상인데, 면접이 진행되어갈수록 미간의 주름이 깊어졌다. 그는 면접관들이 그에게 따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면접 막바지로 갈수록 면접관들의 어투가 고조되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답변, 숫자 감각에 대한 답을 듣고 난 후 면접관 3은 해탈한 것처럼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는, 면접관 3이 자신의 답변에 감화되어 흥분을 가라앉힌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리라는 점을 그도 잘 알고 있다.


약간 따지는 투의 직설적인 공격과 압박 면접이었지만 그는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다. 면접관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딱 딱 물어봤다. 하나같이 차가운 질문과 말들 뿐이었지만, 모두 사실에 기반한 것들이었고 차가운 만큼 그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게 해주었다. 그는 이번 면접에서 희망을 갖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주일 뒤, 면접 결과가 발표된다.

1차 면접 불합격


예상했던 대로다. 처음으로, 탈락 사유가 명확한 탈락이다. 면접 당시 면접관들의 질문들을 다시 생각해보자면,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에겐 그것이 없었기에 탈락한 것이다.

다만, 그가 나름 자부심을 가진 PT 풀이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자신의 PT 답변조차도 면접관들의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인지, PT 답변은 괜찮았지만 다른 것들로 인해 탈락한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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