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방송정지 처분
33번째 기업 면접이 끝난 후, 곧바로 이어지는 면접이 또 있다. 이상하게 그가 33번째 기업 면접을 볼 때마다 면접일이 겹친다. 그는 33번째 기업 1차 면접 때도, 2차 면접 때도 면접 직후 다른 기업으로 향한다. 38번째 기업이다.
38번째 기업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도, 마음가짐도 가볍다. 그도 그럴 것이, 38번째 기업은 그가 타겟으로 하는 산업군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즉, 그다지 붙고 싶은 생각이 없다. 바로 방송사다. 그는 방송업에 관련해서 완벽한 문외한이다. 어렸을 적 TV를 보긴 했지만 방송사에 대해서는 무지하며, 어떤 방송사가 몇 번 채널인지도 잘 모른다. 가뜩이나 유튜브가 부상한 이후부터는 더욱 접점이 없다.
그는 같은 날 오전 면접인 33번째 기업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38번째 기업 면접을 위해 준비한 면접 자료는 아예 없다. 말 그대로 찬밥 신세다. 38번째 기업이 그에게 찬밥 신세인 이유는, 면접이 겹친 것과 영위하는 업이 관심 밖인 것에 더해 재무 상태도 있다. 38번째 기업이 자산은 4000억 규모, 부채가 3000억에 자본이 900억이다. 매출도 나름 2000억이 넘어간다. 이렇게 보면 꽤 건실해 보이지만, 영업이익이 적자다. 같은 날짜에 겹친 두 기업, 산업군에 대한 관심, 재무 상태. 그가 33번째 기업에 올인한 이유다.
어쨌든 면접은 면접이니, 그는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검색을 한다. 검색해보니, 38번째 기업은 케이블TV 방송사이며 종합편성 채널이라고 나와있다. 그는 읽으면서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외운다. 계속해서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꽤 심각한 기사가 보인다. 38번째 기업에는 영업이익 적자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1) 38번째 기업은 자본금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명의를 사용하는 어떤 편법을 썼고, 해당 사실이 발각되어 6개월 방송정지 처분을 받았다.
2) 38번째 기업은, 6개월 방송 정지는 너무 과도하다며 해당 처분의 효력 정지를 신청했다.
3) 법원에서도, 6개월 동안 방송을 정지할 경우 38번째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함을 인정하여 해당 처분을 사실상 보류한다.
38번째 기업의 영업이익은 적자이며, 자본금 관련 불법행위가 걸려 방송정지 6개월 처분까지 받은 내력이 있다. 취업이 급한 취업준비생이지만, 그런 그가 보기에도 38번째 기업은 영 탐탁지 않다. 오전 면접을 위해 밖에 나왔으니, 집에 가는 도중 들러서 가볍게 면접 경험 한 번 더 쌓으려는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