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당일, 지하철을 타고 39번째 기업으로 향한다. 39번째 기업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은 지상 2층에 있어, 그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오전 출근 시간과 겹쳐서인지, 서류가방과 정장 비스무리하게 입은 회사원이 많이 보인다. 저 사람들도 취업 준비 기간이 있었겠지. 그는 언제쯤 저 사람들과 같은 아우라를 풍길 수 있을까.
회사 건물에 도착하니, 경비실에서 지하로 내려가라고 안내한다. 지하로 내려가자, 커다란 식당이 보인다.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는 장소이리라. 복도를 따라 더 들어가니 면접 대기실이다. 인사팀 직원이 그를 맞이한다. 조금 짧은 머리, 키가 크진 않으나 풍채가 좋은 체격, 테가 얇은 안경을 쓴 남자 직원이다. 인사팀 직원이 입을 여는 순간, 그는 직원의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한다.
인사팀 직원 : 안녕하세요. 면접 보러 오셨죠?
그 : 네, 안녕하세요.
인사팀 직원 :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그 : 하얀 얼굴 입니다.
인사팀 직원 : (명단을 보며) 하얀 얼굴 씨... 아,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대기실에는 이미 2명이 도착해 있다. 그는 짐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는다. 인사팀 직원이 안내한다.
인사팀 직원 : 다들 먼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면접자 일동 : 아, 아닙니다.
인사팀 직원 : 곧 있으면 면접이 시작될 거예요. 여기 계신 세분이서 한 조로 들어가십니다. 면접관도 세분 오신다고는 전달받았는데, 두 분만 오실 수도 있어요 워낙 바쁘시다 보니. 입장하시게 되면 면접자분들 시선으로 오른쪽 두 분이 팀장님들이십니다. 그리고 이제 왼쪽에 계신 분이, 저희 회사 재무팀 실세, 차장님이에요. 면접자분들이 합격하시면 실제로 같이 일을 하실 분이고, 아마 이 면접에서 결정권이 제일 강할 겁니다.
그는 인사팀 직원의 말에 상당히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가장 집중해서 공략해야 할 면접관은 왼쪽의, 재무팀 실세 차장 면접관이다.
면접 시간이 약간 지연된다.
인사팀 직원 :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면접관님들 오고 계신다고 하니까, 면접관님들 오시면 바로 면접 진행할게요. (밖으로 나간다)
인사팀 직원 : (다시 돌아와) 지금 면접장으로 이동하실게요. 짐은 두고 오시면 됩니다.
면접자들이 인사팀 직원 뒤에 한 줄로 서서 따라간다.
면접장은 커다란 강당 같은 장소로, 전체적인 인테리어가 나무톤이다. 학원에서 쓰는 책걸상 같은 것이 많은데, 면접을 위해 면접자와 면접관들의 자리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끝으로 몰아서 치운 상태다. 면접관들은 이미 도착해서 면접장 출입구를 바라보고 앉아 있다. 면접자들의 눈에는 면접관, 그리고 면접관 뒤의 단을 높인 강단과 프로젝터 도화지가 보인다.
39번째 기업, 재경 직무 신입 면접
면접자 : 총 3명, 모두 남자
몸이 둥글고 덩치가 있는 면접자 1
마른 편, 머리가 조금 길며 흰 피부의 면접자 2
그
면접관 : 총 3명, 모두 남자
좌측, 흰 피부, 큰 키, 호리호리한 체격, 검은 테 안경, 말투가 나긋나긋한 40대 면접관 1 (재무팀 차장)
중앙, 검은 피부, 흰머리가 섞인 회색빛 머리, 체구는 작은 편이나 목소리가 걸걸한 50대 면접관 2
우측, 노란빛이 도는 뾰족한 머리, 마스크 위 눈매가 날카로워 화난 너구리 같은 40대 면접관 3
면접자 2 : (목소리와 말투가 약간 군대를 연상시킨다) 안녕하십니까! 39번째 기업에 기여하고 면접자 2입니다! 저는... ...
그 : 안녕하십니까! 39번째 기업 재경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 하.얀.얼.굴. 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실행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3가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친화력을 길렀습니다. 공놀이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팀을 이루며 친화력을 길렀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행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39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 3 : 우리 회사에 대해 조사를 해왔을 텐데, 우리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인지 한번 얘기해주세요.
면접자 1 : 네, 39번째 기업은 통신 건설과 IT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IT부문은 Cloud, CDN 등을 영위하고 있는... ... (건설 40%, IT 60% 비중의 답변이다)
면접자 2 : 네, 저도 39번째 기업 홈페이지를 보았는데요, 건설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IT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도 IT의 많은 사업부문을... ... (건설 30%, IT 70% 비중의 답변이다)
그는 자신을 다른 면접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건설에 조금 더 중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 네, 39번째 기업은 통신 공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현재는 IT에도 진출한 상태입니다. 정유/화학, 발전 시설 등 플랜트와, 신재생에너지 등의 에너지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IT에도 진출했습니다. 제 생각에 39번째 기업은, 물리적인 인프라를 까는 것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가상공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까지 진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50대 50으로 비중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면접관 2 : 아니, 다들 IT만 말씀을 하시네. 우리 회사는 건설 회사인데?
면접자 일동 : (당황하여) 아 그렇습니까.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고요.
그 : 네, 맞습니다.
면접관 2 : 워킹홀리데이 가면 주로 무슨 일을 하지?
그 : 주로 농장, 공장을 많이 갑니다. 저는 농장은 가지 않았고, 소고기 공장은 가봤습니다. 이외에도 스시집 보조, 설거지, 청소, 웨이터, 건설 현장 철거, 에어컨 재설치, 세차 등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다 했습니다.
면접관 2 : 음... 이해가 잘 안 가는 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워킹홀리데이를 간다고들 하는데, 그걸 왜 가는 거지? 왜 외국에 가서 그런 일들을 하는 거야?
그 : 가는 이들마다 목적이 다르긴 하겠습니다만, 아무래도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홀로서기를 해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혼자 힘으로 돈을 벌고 생활하고, 외국인들도 만나보고, 다른 문화도 경험할 수 있어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면접관 2 : 음... 아무래도 우리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한테 몹쓸 짓을 하는 건 아닌가 싶구만.
그 : (당황하여) 네? 아 전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여서 가는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면접관 3 : 하얀 얼굴 씨, 지금껏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이 언제입니까.
그 : 음, 호주 워킹홀리데이 당시가, 가장 힘들면서도 보람찼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면접관 3 : 아까 많은 일을 했다고 했는데, 워킹홀리데이 중에 가장 오랫동안 한 일은 뭡니까.
그 : 단독 주택을 철거하는 일, 웨이터 이렇게 투잡을 병행한 것이 가장 오랫동안 한 일입니다. 음... 약 5개월 정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건설업과의 연관, 그리고 영어 실력을 어필하려는 답변이다)
그는 면접관들 중에서도, 면접관 3이 가장 포커페이스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면접관들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면접관 1과 2는 표정과 분위기라는 것이 보이긴 한다. 그런데 면접관 3은, 표정과 분위기를 아예 읽을 수가 없다.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는, 하지만 약간 날카롭고 흰자위가 많이 보이는 눈이다. 그는 자신의 답변을, 면접관 3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면접관 2 : 면접자 1 씨, 조선소에서 일을 했어?
면접자 1 : 네 잠깐 일한 적이 있습니다.
면접관 2 : 특이하네.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조선소에서 한 달에 얼마나 받았나?
면접자 1 : 200 후반 정도 받았습니다.
면접관 2 : 어후 많이 받네.
면접관 3 : (면접관 2에게) 조선소는 잔업이랑 추가 근무 수당 같은 게 붙어서 많이 받습니다.
면접관 2 : 면접자 2 씨, 삼사를 합격했었네.
면접자 2 : 네 맞습니다.
면접관 2 : 근데 그만둔 이유가 뭐지?
면접자 2 : 아무래도, 입학한 이후의 조직 문화가 조금 맞지 않았습니다. 그때... ...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면접자 2의 답변이, 약점을 조금 드러내는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면접관 2와 3의 질문이 끝나고, 면접관 1이 드디어 입을 연다. 가장 결정권이 강한, 합격한다면 함께 일을 하게 될 재무팀 실세 차장이다. 그는 긴장하며 질문에 귀를 기울인다.
면접관 1 : 학교에서, 가장 재미있게 들은 수업이 뭔지 말해주세요.
면접자 1 : 저는 회계 수업을 가장 재밌게 들었습니다. 차변과 대변을 맞추고... ...
면접관 2 : 지금 이거 대답 잘해야 해. 회계라고 그랬지. 진짜 알고 있는지 물어볼 거야.
면접자 일동 : 아, 하하... (그는 속으로 뜨끔한다)
면접자 2 : 저는 원가 회계가 가장 재밌었습니다. 원가 회계는... ...
그 : 저는 기술 경영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해당 수업은,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혁신에 대해 다룬 수업입니다. 혁신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이뤄지는지, 또 어떻게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웁니다. 연구개발팀과 재무팀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배웠으며, 기업 내부의 혁신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수업입니다.
면접관 2의 경고도 있었으니, 그는 꼬리 질문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회계가 아닌 다른 수업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면접관 2의 경고는 구두 경고일 뿐이었다.
면접관 1 : 지금 재경팀에 지원해주셨는데, 재경 업무는 크게 3가지입니다. 회계, 세금, 자금이에요. 이 중에서, 합격하면 이것부터 맡아보고 싶다 하는 업무가 무엇인가요?
면접자 1 : 저는 회계를 맡고 싶습니다. 가장 재밌게 들었던 수업이 회계였던... ...
면접자 2 : 저도 회계를 맡고 싶습니다. 원가회계를 들으며... ...
그 : (어떻게든 어필하고자 머리를 굴린다) 저는 두 부문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회계와 자금 파트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건설사의 경우 진행 매출을 인식하기 때문에, 총예상원가와 누적원가를 비교한 진행률을 도급 금액에 곱해 매출을 인식합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도급 금액과 실제 들어오는 현금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계 파트에서는 공사 진행에 따른 매출을 인식하는 업무를, 자금 파트에서는 실제로 들어온 자금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면접관 1 : (소리 없이 웃으며) 상당히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그 : 아, 감사합니다.
그는 자신이 어필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면접관 3 : 다른 부서와 함께 일을 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상황을 보니, 잘못은 저쪽 부서가 더 큽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할 건지 답변해주세요.
그 : (또 어필하고자 머리를 굴린다) 저는...(생각하는 척) 먼저 피아식별을 제대로 하겠습니다. 호주에서 에어컨을 재설치할 때의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시 잘못 시공된 에어컨을, 1층에서부터 고층까지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올라가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조립하는 방법에 대한 지시가 계속해서 바뀌었습니다. 이전에 시킨 대로 조립을 했는데, 20층부터 갑자기 새로운 방식으로 조립을 하라는 식이었습니다. 계속 문제가 발생하자 인부들이 집합했고, 제가 당시 '아래층에서는 이렇게 조립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가 인부들이 크게 난처해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팀 매니저가, 저 사람들은 우리 소속이 아니니 무조건 자신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피아식별부터 제대로 하겠습니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타 부서라면, 우리 측 잘못을 굳이 먼저 말하진 않겠습니다.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돕고자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그래도 저희 측 잘못을 굳이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답변이 장황해진 감이 있다)
면접관 3 : 잘 들었습니다.
면접이 끝나가는 분위기다.
면접관 1 : (생각났단 듯) 아, 하얀 얼굴 씨. 책을 많이 읽으신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에도, 상당히 자부심이 느껴지는데요.
그 : 아, 네.
면접관 1 : 지금껏 읽은 책들 중에, 면접관들에게 추천해줄 책 1권 말해주세요.
그 : (기업과 면접관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책으로 어필하려 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저자의 저서, '대변동'을 추천드립니다. 해당 도서는 대변동, 급격히 변화하는 시점에서 국가들이 처했던 위기와 그 결과들에 대해 서술한 책입니다. 조금 다르긴 합니다만, 국가가 처했던 위기의 상황들에 기업을 대입시킬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변화가 많은 시기, 어찌 보면 위기가 많은 시기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과거로부터 그 사례들을 참고할 수 있다 생각하여 추천드립니다.
면접관 1 : 허... 이만큼 두꺼운 책인데 읽으셨어요?
그 : 아, 그렇습니다. (면접관 1이 알고 있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면접관 3 : 지금 재경 직무에 지원하셨는데, 다른 직무에 합격하더라도 괜찮은가요.
면접자 1 : 네, 괜찮습니다.
면접자 2 : 네, 저도 괜찮습니다.
그 : 면접관님들과 기업이 저의 역량을 보고 판단하신 것이니, 괜찮습니다.
면접관 3 : 다른 직무로 합격했다가, 다시 재경에 TO가 생기면 돌아갈 건가요?
면접자 1 : 네.
면접자 2 : 네.
그 : (이 질문이, 재경 직무에 관한 충성도 테스트라 생각한다) 네.
면접관 1 :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 입사 후에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을 말씀해주세요. 커리어든, 개인적인 삶이든. 하얀 얼굴 씨부터 해주세요.
그 : (포장했던 말을 쏟아내고자 한다) 오늘 면접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까 면접관 2께서 호주 워킹홀리데이 관련하여 질문하시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며, 조금 감동받았습니다(거짓말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열린 자세로 소통을 하시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재경 직무는 숫자를 다루며, 숫자는 기업의 언어라고 생각하니다. 39번째 기업은 건설과 IT를 모두 영위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은 워낙 자본, 시간, 인력이 많이 들어가므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여 수직적 조직 구성을 가집니다. 이에 비해 IT업계는 개개인에게 자율을 부여하고 상당히 수평적입니다. 건설의 수직적 구조와, IT의 수평적 구조가 공존하면서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숫자를 다루는 재경 신입사원으로서, 기업의 언어인 숫자로 소통하며, 수직적 구조의 건설과 수평적 구조의 IT 사이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또 기존 직원들과 젊은 직원들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면접자 1 : 네, 저는... ...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자 2 : 저도 오늘 면접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39번째 기업에 꼭 합격하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고시원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혼자 나와서 살고 있습니다. 39번째 기업에 합격해서, 성공한 모습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면접관 2 : 아버지랑 관계부터 빨리 풀어.
면접자 2 : 아, 회사 합격한 모습으로 가서 풀겠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면접비 봉투를 건네받는다. 회사 밖으로 나와 확인해보니, 방금 은행에서 가져온 듯한 빳빳한 3만 원이다. 면접 분위기가 아주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면접관들과 인사팀 직원의 인상은 괜찮았다.
콧김을 내뿜으며, 그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른다. 밀물처럼 밀려오던 면접 안내 메일이 조금씩 뜸해지고 있다. 볼 면접보다, 결과를 기다리는 면접이 더 많다. 후보가 많으니, 이번에는 어떻게든 붙겠지. 그는 39번째 기업 면접 결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