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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Dec 03. 2022

38번째 기업, 51번째 면접

최종 면접, 베이컨

 그는 38번째 기업 본사, 면접실 앞 네모난 소파에 앉아있다. 앉으면 엉덩이가 무릎 아래로 내려가는 낮은 소파, 이 소파에 앉는 것이 벌써 두 번째다. 그는 약 2주 전에 참석했던 1차 면접을 통과하고, 최종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1차 면접 합격 메일을 받고, 그는 기쁘다기보다 의심스러웠다. 합격한 이유가 무엇인가. 38번째 기업 자체도 그리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면접 때 특출나게 보여준 것이 없었다. 면접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한 그를 포함한 면접자들, 그런 면접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최저시급을 외우지 않았다고 혼내던 면접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면접비도 없어 마지막까지 인상이 좋지 못했다.


 그랬던 38번째 기업의 1차 면접을 합격하고, 최종 면접을 보러 오라는 메일이 날아왔다. 그는 단박에 예측한다. 이미 정해져 있는 합격자의 들러리를 서는 것이거나, 아니면 그에게 합격을 줘야 했을 만큼 면접자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거나. 어느 쪽이든 기분 좋은 합격은 아니다. 굳이 갈 필요 없다고 생각하나, 그는 얼마 전 34번째 기업 최종 면접에 늦잠을 자고 불참하여 양심의 삼각형이 날카로워진 상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던 마음을 다잡으며, 그래도 면접에 가보고자 한다.


 1차 면접 때 본 기억이 있는 인사팀 직원이, 그와 면접자들을 면접장으로 안내한다.




38번째 기업, 관리 직무 수습 최종 면접


면접자 : 총 3명, 모두 남자

  구릿빛 피부, 기계공학 전공, 타 회사 R&D 근무 경험이 있는 면접자 1

  하얀 피부, 법학 전공, 로스쿨 준비, 경찰 준비했던 면접자 2

  그


면접관 : 총 3명, 모두 남자

  좌측, 덩치가 조금 있고 안경을 낀, 인상 좋은 40대 후반 면접관 1

  중앙, 덩치가 작고, 구릿빛 피부에 뿔테 안경을 쓴 50대로 보이는 면접관 2

  우측, 단정한 머리의 40대 중후반 면접관 3


 임원 면접이어서인지 38번째 기업의 특성인지, 면접관들 모두 나이가 많아 보인다. 그의 느낌상 중앙의 면접관이 가장 직급이 높은 듯하며, 이어서 좌측, 우측 순이다. 직급이 높은 순으로 발언권이 많은 듯하다. 중앙의 면접관이 가장 질문을 많이 하며 그다음이 좌측, 우측 면접관은 거의 말이 없다.



  면접자 일동 :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2 : 아 그래요. 자리에 앉으세요.

  면접자 일동 : (착석한다)


  면접관 2 :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면접자 1 : 안녕하십니까! ...

  면접자 2 : 안녕하세요. ...

  그 : 안녕하십니까! 38번째 기업 관리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 하.얀.얼.굴. 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실행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3가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친화력을 길렀습니다. 공놀이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팀을 이루며 친화력을 길렀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행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38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 1 : (그에게) 졸업이 왜 늦게 되었나. 휴학 기간을 전부 설명해보세요.

  그 : 네, 군대 휴학과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인해 그렇습니다. 군 휴학 2년,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기간 자체는 1년이었지만 복학 시기가 맞지 않아 3학기, 1년 반을 휴학했습니다.


  면접관 1 : 면접자 1 씨, 기계공학 전공을 하셨네요.

  면접자 1 : 네!

  면접관 1 : 그리고 R&D 직무로 근무를 하셨고요.

  면접자 1 : 네!

  면접관 1 :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신 거 같은데, 그만둔 이유가 무엇인가요.

  면접자 1 : 아, 네! 일을 하다 보니, 저의 적성과 맞지 않다고 생각되어서요. 그래서 다른 일을 찾아보다가, 경영지원 일이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면접관 1 : 경영지원 관련해서, 공부하거나 아는 내용이 있나요.

  면접자 1 : 아, 네! 저는... ...


 그는 면접자 1의 답변을 들으며, 그리 설득력이 있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면접관 1 : 면접자 2 씨, 법학 전공이군요.

  면접자 2 : 네.

  면접관 1 : 로스쿨 진학을 생각해보진 않았나요.

  면접자 2 : 아, 로스쿨 시험을 준비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면접관 1 : 경찰 준비는 언제 하신 겁니까.

  면접자 2 : 로스쿨 이후에 했습니다.

  면접관 2 : 로스쿨 점수는 어때요. 합격이 100점이라고 치면. 본인 점수는 몇 점이었어요?

  면접자 2 : 100점이라고 치면, 제 점수는 40(60이었는지 헷갈린다) 정도였습니다.

  면접관 2 : 음...

  면접관 1 : 경찰 준비를 그만두신 이유는 뭔가요.

  면접자 2 : 경찰 준비를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


 그는 면접자 2가, 너무 솔직하게 답변한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로스쿨 시험 점수는, 합격선에 근접하게 올려서 답변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면접관 1 : 세 분께 공통 질문드리겠습니다. 관리, 그러니까 경영지원 직무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면접자 1 : 네, 저는 회사 생활을 해보다 보니, 경영지원 직무가 중요하다고 깨달았어요. 제 적성과... ...

  면접자 2 : 여러 시험공부를 하다가, 경영지원 직무가 중요하다고... ...

  그 : 제가 경영학도로써 학교에서 배운 전공 지식과,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른 강한 실천력이 경영지원 직무를 수행할 때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지원했습니다. ... (기업에 기여하겠다는 답변이다)



  면접관 2 : 본인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말해보세요.

  면접자 1 : 저는, 열정적이고 실행력이 강합니다! 그래서, 제가 관심 있는 분야를 열심히 공부합니다! 또... ... (기억나지 않는다. 장점 90% 답변이다)

  면접자 2 : 저는 꼼꼼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 (기억나지 않는다. 장점 90% 답변이다)

  그 : (다른 이들과 차별화하고자) 저의 장점은 열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장점에서 파생되는 것인데, 너무 열정적으로 몰입한 나머지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단점을, 소통을 통해 극복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니, 아예 주변 사람들에게 상황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소통을 통해 주위의 정보를 듣는 방식으로 단점을 극복했습니다.


  면접관 2 : 아니, 장점과 단점을 얘기해달라고 했더니 왜 다들 장점만 말하나요. 이번엔 단점을 말해보세요. 성격이라던지 뭐든지.

  면접자 1 : 아, 저는...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자 2 : 제 단점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 제 단점은, 아까 말씀드렸듯 무언가에 몰입하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예시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당시 저는 돈을 모으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돈을 모으기 위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식비를 많이 아꼈습니다. 호주는 원래 스테이크가 싸고 양이 많기로 유명한데, 저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그 저렴한 스테이크조차 먹지 않았습니다. 스테이크가 아닌, 1kg에 6불하는 베이컨만 먹으며 지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가끔씩 스테이크를 먹었어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호주에서 베이컨만 먹었던 것이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면접관 2 : (그의 답변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이 들어서는 아니지만, 젊을 때는 원래 그런 거 같아. 스테이크 말고, 베이컨만 먹고 지내고. 돈도 마냥 아껴보고. 젊을 때는 그렇게 해보는 게 맞는 거 같네요.

  그 : 아, 감사합니다.



  면접관 3 : (처음으로 입을 열어) 주 52시간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세요.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얘기해주세요.

  면접자 1 : 아... 저는...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어, 주 52시간은... ...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자 2 : 주 52시간제, 저는 찬성입니다. 주 52시간제는... ... (기억나지 않는다)

  그 :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주 52시간제는 국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주는 좋은 제도입니다만, 업계에 따라서는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 전 본 기사에서, 버스기사들의 경우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제로 인해 줄어들게 되면서 추가 수당을 받지 못해 수입이 반으로 줄었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각 산업군의 상황을 반영하여, 탄력적으로 적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슬슬 면접이 끝나가는 분위기다.


  면접관 2 : 음, 그래요. 오늘 여러분을 보니, 다들 최고로 말을 잘해준 것 같아요. 정말 다들 잘했어요. 감사합니다.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면접관 2 : 그래요, 수고했어요.




 1차 면접 때는 억지로 혼나는 느낌이었는데, 최종 면접은 임원들이어서인지 분위기가 부드럽고 나쁘지 않다. 하하허허 면접에 가깝다. 하지만, 면접이 끝난 이후에 느껴지는 의문은 1차 면접 때와 똑같다. 도대체 이렇게 해서 어떻게 지원자들의 역량을 판단하고 채용을 하겠다는 것일까. 가뜩이나 그가 보기에, 다른 면접자들의 강점이나 특성이 명확하지 않다. 그 자신은 경쟁자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기업이 보기에는 그나 다른 면접자들이나 똑같이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쟁쟁한 이들이 지원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38번째 기업은 과연 다닐만한 곳일까.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면접비는 없다. 그는 집으로 향하며 생각한다. 여러 점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나, 우선은 취업이 먼저다. 재무제표나 6년 방송정지 처분 유예 등의 뉴스를 보면, 38번째 기업은 월급도 적게 줄 듯하다. 하지만 그의 집에서 거리는 그나마 가깝다. 거리라도 위안 삼으며, 처음에는 조그만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는 그다. 물론, 그가 최종 합격을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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