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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Dec 03. 2022

33번째 기업 2차 합격

일정 연기, 특정 학벌

 다른 여러 기업 면접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가 가장 합격을 원하는 기업은 따로 있다. 바로 33번째 기업이다. 매출이 5000억을 훌쩍 넘는 중견 제조기업, 기획 직무였으나 영업으로 직무가 변경되었다. 영업 직무, 잘은 모르겠지만 꽤 고되고 힘든 직무일 듯하다. 하지만 힘든 만큼, 커리어가 성장하는 보람이 있는 직무일 터다. 해외영업은 아니지만, 영업 직무도 괜찮다. 그는 33번째 기업에 꼭 합격하고 싶다.


 2차 면접을 보고 약 일주일 정도 뒤, 33번째 기업에서 메일이 날아든다. 결과는, 합격이다. 그는 33번째 기업의 2차 면접에 합격했다. 다른 기업들 같았으면 2차 면접 합격이 곧 최종 합격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리고 특이하게도, 33번째 기업은 면접을 3번 실시한다. 그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이 하나 더 남아있다. 하지만 2차 면접까지 합격했으니, 그야말로 합격이 코앞이다. 다른 기업들처럼, 2번의 면접에서 실질적인 합격자들을 모두 추려놓고, 3번째 면접 때는 그저 임원들에게 인사만 시키는 자리인 것이겠지. 그의 망상이 또다시 고개를 든다.



 전염병 탓인지, 33번째 기업은 기존에 안내했던 면접 일정을 연기한다. 2차 면접과 3차 면접 사이의 기간만 해도 거의 한 달에 가깝다. 면접날을 받아놓은 그는, 제대로 놀지도 쉬지도 먹지도 못한다. 그야말로 피를 말린다. 그런 기간이, 33번째 기업의 경우 유난히 길다.


 그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합격을 위한 하나의 단계이리라.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그 자신이 또다시 단단해지는 기회이자 성숙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리라. 이러한 계기와 기회를 준 33번째 기업에 마냥 감사하다. 이제 남은 것은, 33번째 기업에 최종 합격하여 멋진 회사원이 되는 것이다.



 면접 준비 자료도 이미 제작되어 있고, 인사팀의 요청으로 자기소개서까지 33번째 기업 맞춤용으로 깔끔하게 제작하여 수정한 상태다. 다시 말해, 그가 달리 할 것이 없다. 남은 것은, 33번째 기업 3차 면접 날짜 때까지 기존에 만들어놓은 면접 자료를 반복해서 읽는 것뿐이다. 33번째 기업 임원들에 대한 뉴스 기사, 그리고 잡X레닛 등에서 면접 후기와 리뷰 등을 많이 읽는다. 그는 이미 자신이 33번째 기업 신입사원이 된 듯한 기분이다.


 그는 마냥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고자 했으나, 면접 후기와 리뷰들 중 부정적인 것들이 눈에 띈다. 33번째 기업은, 3번의 면접으로 인해 채용 기간이 유난히 길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3차 면접에서 탈락한 이들의 분노가 더욱 증폭된다. 3차 면접에서 떨어지는 인원은 소수일 것이라 생각하는 그이지만, 막상 잡X레닛에는 최종 면접에 탈락하여 분노한 이들이 꽤 많다.


 - 어차피 뽑지도 않을 것을 면접만 3번 봐서 지원자 피 말리는 회사

 - 최종까지 다 진행해놓고 채용 취소해버리는 회사

 - 합격은 어차피 XX대 출신, 회장이 거기 출신

 - 기업 비전은 인간을 어쩌고인데 채용 프로세스가 제일 비인간적인 회사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슬프게도 결국 다 결과론이다. 결과가 좋아야 뒤에 남는 감정도 좋다. 그 과정이 아무리 보람차고 좋더라도, 결과가 나쁘면 뒤에 남는 감정도 같이 나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학교 수업도 그렇다. 아무리 좋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했더라도, 성적을 평균 이하의 C나 D를 받아버릴 경우 교수에게 좋은 평을 남기기가 힘들다. 반면, 배운 게 없고 시간 낭비에 가까웠더라도 성적이 A+나 A가 나오면 강의평의 어투가 저절로 좋아진다.


 그는 잡X레닛의 면접 후기와 리뷰를 보며, 패배한 이들이 배설한 감정 찌꺼기라고 생각한다. 그도 취업 과정에서 수없이 패배를 겪었지만, 그래도 자신은 저들과는 다르다. 수없이 반복되는 패배 속에서, 그 패배에 젖어들지 않고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자신을 지켜냈다. 다른 이들이 하지 못한 것을, 그는 해냈다. 그렇기에, 33번째 기업 최종 면접도 그는 합격할 수 있으리라.


 몇 번이고 기업들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지만, 그는 과거를 모조리 망각하고 또다시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바보가 된다. 면접에 참석하는 면접관이 보기에는,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지원자가 되는 것보다는 생글생글 웃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지원자가 되는 것이 더 좋은 인상을 남긴다. 가뜩이나 신입사원 면접이니 말이다.



  그는 최종 면접 당일까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가 다른 이들과는 달랐을지, 그리고 기업이 그가 주장하는 남다른 차별성을 알아줄지의 여부는 두고 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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