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밀물이 끝나고 썰물이 오는 것 같다. 그의 아지트였던 독서실로부터, 갑작스레 문자가 도착한다. 폐업하겠다는 문자다. 취업준비생인 그의, 비좁지만 안락했던 보금자리이자 굴이 사라진다.
그가 다니던 독서실은, 이용자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전 좌석 1인실로 시설은 꽤 좋은 편인데, 학생들의 수 자체가 적어져서인지 다른 이용객을 마주치는 빈도가 적었다. 독서실의 주요 수입원은, 성인보다는 10대 학생들인 듯하다. 10대 학생들이 많아지면 공부 분위기가 흐려지고 시끄러워진다고도 하는데, 그렇다고 또 너무 적으면 독서실의 수지가 맞지 않는 듯하다.
독서실이 없어진다는 사실에, 그는 씁쓸하다. 취업준비 기간 내내 함께한 독서실이 사라진다. 무엇보다 그는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다. 이 독서실이, 끝내 목표를 이루지 못한 장소로 기억되리라는 점이 썩 달갑지 않다.
그는 가끔씩, 미래에 취업에 성공한 자신이 오랜만에 이 독서실에 찾아오는 상상을 하곤 했다. 직장인이 되어 몸도 마음도 지갑도 여유로운 상태에서, 취업준비생인 자신이 앉았던 1인실을 방문한다. 자리에 앉아, 괜히 엎드려서 잠을 청해 보기도 하고, 의자에 한껏 기대고 고개를 들어 예전에 봤던 네모난 독서실 천장도 바라보고, 그땐 그랬지 하며 소리 없이 혼자 웃는 자신을 상상하곤 했다. 이 독서실이 폐업함으로써, 이제는 이뤄질 수 없는, 그야말로 망상이 되었다.
독서실이 폐업하면 그는 어디로 가야 하나. 탈락 통보를 융단 폭격처럼 때려 맞은 것은 그이지만, 그가 취업 준비를 위해 피신하던 독서실도 함께 박살 났다.
앞으로 취업 준비는 어디서 해야 하나. 아니, 눈치 보이는 집에서 빠져나와 어디에 숨어있어야 하나. 독서실이 없어지면 어디로 가서 뭘 해야 하나. 어차피 독서실에서도 딱히 뭘 하는 것은 없었구나.
독서실로부터, 남은 기간에 대한 금액이 계좌로 다시 입금된다. 폐업 직전 마지막 날, 그는 괜히 마감 시간까지 자신의 좌석을 지킨다. 마감 시간이 다 되어, 그는 책과 텀블러를 비롯하여 짐을 모조리 챙긴다. 처음 등록하고 자리를 마주했을 때처럼 소지품이 하나도 없는 빈자리, 그는 자신의 자리를 잠시 눈에 담고는 밖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