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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 탈락, 탈락, 탈락, 탈락, 탈락

이번에 끝내려고 했는데

by 하얀 얼굴 학생

33번째 기업 1차 면접이 시작되는 날짜로부터, 그는 약 한 달여의 기간 동안 10번이 넘는 면접을 봤다. 드디어 자신에게도 기회가 찾아오는구나, 마지막 밀물이라는 심정으로 그는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다. 그렇게 정신없던 한 달이 지나, 하루가 멀다 하고 들이치던 면접 안내 메일이 어느덧 잦아든다.


면접을 그렇게 많이 봤으니, 어디 한 곳은 붙겠지. 최종 면접도 꽤 많이 봤겠다, 이번에는 이 지긋지긋한 취업준비 생활을 끝낼 수 있으리라. 그는 억누르고자 하나 억누를 수 없는 기대에 부풀어,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밝은 미래를 상상한다. 이윽고 하나둘씩 면접 결과 메일이 도착한다. 결과 메일을 열어볼 때마다, 그가 기대했던 미래가 조금씩 어두워진다.



35번째 기업 - 면접 일주일 후 탈락

36번째 기업 - 면접 일주일 후 탈락

(36번째 기업의 경우 탈락 통보에 마음이 쓰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ㅂ에게 고마워할 필요도, 밥을 살 필요도 없다)

37번째 기업 - 면접 4일 후 탈락

38번째 기업 - 최종 면접 10일 후 탈락

40번째 기업 - 면접 바로 다음날 탈락

33번째 기업 - 3차 최종 면접 3일 뒤 탈락


탈락 메일을 받으면서도 그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아직 33번째 기업이 남아있으니까. 그렇다 해도, 날아드는 메일들이 죄다 탈락 메일이다. 겨울 들어 낙엽이 떨어지듯, 그가 참석했던 수많은 면접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의 기대가 무색하게, 너무나도 쉽게. 나무에 붙어 있던 잎사귀가 떨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그가 살포시 올려놓은 나뭇잎이 조그만 바람에도 털려버리는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그토록 고대했던 33번째 기업마저 그에게 탈락을 통보한다. 애써 충격받지 않은 척하던 그에게 정타가 날아와 꽂힌다.



한 달 내내 그는 사흘에 한번 꼴로 면접을 봤다. 서류 합격한 기업의 인적성 검사와 AI면접을 치르면서, 면접이 도래한 기업의 면접 준비 자료를 만들고, 탈락 통보는 무시하고, 면접 합격한 기업들은 분석 자료를 외웠다. 그러는 와중에 틈틈이 새로운 공고에 이력서까지 제출했다. 그가 이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33번째 기업만큼은 꼭 붙고 싶고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33번째 기업의 채용 전형이 끝나기까지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보자는 각오가 있어서였다.


그런데 바로 그 33번째 기업 최종 관문에서 고꾸라진다. 1차/2차/3차 면접, 한 달 반이라는 기간을 기다린 그에게 결국 남은 것은 무엇인가. 없다. 그는 탈락자다. 그의 정신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이 무너진다. 무너진다기보다, 한순간에 없어졌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기둥에 의지하고 있던 그의 정신이라는 지붕이, 모양이 일그러질 틈도 없이 그대로 폭삭 내려앉는다.

33번째 기업 최종 탈락(3차 면접 탈락)을 끝으로, 밀물이 끝났다. 썰물이 시작되는 때다. 이제 그에게 남은 면접 일정은 없으며, 서류 발표를 기다리는 이력서조차 거의 없다.



그는 멍하니 앉아, 탈락 메일들을 훑는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었지만...

귀하의 능력은 출중하나...

넘치는 끼와 재능을 느낄 수...

귀하가 보여주는 반짝이는 열정과 노력은...

당사도 귀하가 보여주는 모습에 크게 감명받았으며...

비록 당사와는 인연이...

제한된 채용 인원으로 인하여...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지만...

록 모시지는 못하였지만, 언제나 가까이에서...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

다음 기회에...

다음 기회에 좋은 인연으로 만날 수 있기를...



다음 기회라니, 다음 기회는 무슨 얼어 죽을 다음 기회인가. 1번째 기업만 해도, 두 번째 만남이 처음만 못했다. 6번째 기업도, 7번째 기업도, 그가 두 차례 만났던 기업들 중 처음보다 나았던 곳은 없었다. 경력은 없는데 나이만 더 먹은 지원자에게, 기업들이 과연 다음 기회를 줄까.



이번에 끝내려고 했는데. 또다시 끝내지 못했구나. 아직 발표가 남은 면접이 몇 있긴 하나, 해당 면접들도 분위기로 봤을 때 떨어진 것 같다. 괜한 기대는 하지 말자. 기대했다가 실망한 것이 몇 번인가. 그는 이제 기대하는 것도, 실망하는 것도 지친다.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그는 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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