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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May 29. 2023

3 - S 팀장 (1)

회사 역사 / 얼굴 씨가 왜 면접에서 떨어지는지 알아요?

 인사 겸 업무 회의가 끝나고, 사업지원팀은 다시 제각기 바쁘다. 그는 이등병마냥 뻣뻣한 몸짓으로, 미어캣마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언가 소리가 날 때마다 해당 방향으로 고개가 휙휙, 혹여나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놓칠까 예민하다. 그를 찾는 소리는 없으나,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는 있다. 팀장과 과장들의 대화다. 그는 귀를 세우고 듣는다.


  - 얼굴 씨를 여기로 넣을 거야.

  - ...

  - 우리 교육 커리큘럼이 어떻게 되지?

  - 우선은, 이번에 입사한 신입들 교육 진행될 거예요.

  - 그래. 우리가 하는 사업에 대한 개념, 그리고 용어를 알아야 해. ... 하루 종일 하는 거 말고, 2시간 4시간씩 하는 거로... ... 너네가 선별적으로 챙겨줘.

  - 네

  - 지금 신입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를 거란 말야

     (팀장의 이 말에, 그는 속으로 뜨끔한다. 그렇다. 그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

  - 일단 회계는 안다는 가정 하에 시스템을 알려줘. 인사, 회계 등 계획을 짜봐. ... T, U 너네가 돌아가면서 가르쳐.



 대화가 끝나고, 과장들은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그가 어디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 초점을 잃으려는 찰나, 팀장이 그를 구해준다.


  팀장 : 음... 아니... 그래 일단. 얼굴 씨. 잠깐 나 좀 봐요.

  그 : 네!

  팀장 : 남는 회의실이... 저쪽으로 갑시다.


 팀장은 사업지원팀에서 조금 떨어진, 사무 공간 반대편 회의실로 들어선다. 그는 수첩과 펜을 들고, 팀장을 따라 들어간다.


 


회의실 (팀장 1대1 면담 및 회사 교육)


  팀장 : 얼굴 씨, 반가워요. 출근하니까 어때요?

  그 : 너무 좋습니다.

  팀장 : 하하. 집이 ####이라고요?

  그 : 네. 지하철 타고 왔습니다.

  팀장 : 출퇴근 거리가 조금 걸리네.

  그 :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습니다.

  팀장 : 그래요? 이렇게 얼굴 씨를 보자고 한 거는. 회사 소개부터 여러 가지를 두서없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는 외울 필요도, 적을 필요도 없어요. 그냥 이런 거구나 하면서 편하게 들으면 됩니다.

  그 : 네.


 팀장은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눈매만 보았을 때는 상당히 날카로웠으나, 마스크를 벗으니 인상이 부드러워진다.

 팀장은 청바지에 검은 신발, 파란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있다. 목에 걸린 목걸이는 각도에 따라 이따금 금빛으로 빛났으며, 손목에는 염주를 차고 있다. 그는 팀장이 신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불교 성향일 것이리라 추측하지만, 확실치 않다. 팀장의 체형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호리호리하다. 어찌 보면 많이 말랐다.



  팀장 : (일어나 화이트보드에 적으며) 자. 면접 준비하면서 많이 알아보긴 했겠지만. 우리 회사 정보가 많이 있던가요?

  그 : 아무래도 비상장이라, 많지는 않았습니다.

  팀장 : 맞아요. 우리 회사는 비상장이고, 홍보를 안 해요. 그래도 회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연혁에서 대강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은 있죠. 우리 회사는 1XXX년 'AAA'라는 사명으로 시작해서, 1YYY년에 'BBB', 1ZZZ년에 지금 사명으로 바뀌었어요. ...

 회장님은, 상당히 검소하세요. 어디 드라마에 나오는 대기업 회장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진짜 친근한 이미지에요.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수 있는데, 그때 인사 잘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회사 옷을 입고 있으면, 회장님은 아 우리 회사 직원이구나 하고 알 수 있거든요. 회사 시스템 들어가서 검색하면 회장님 사진 나오니까, 회장님 얼굴은 숙지를 하는 게 좋습니다. 회장님이 회사에 관심이 많으셔서, 요즘 자주 출근하세요.

  그 : 네.


 팀장은 회장의 집안, 개인사까지 줄줄이 꿰고 있다.



  팀장 : 우리 회사는 원래 건설, 그중에서도 통신건설을 위주로 하는 회사에요. 대표적으로 전기 공사인데, 전기 공사도 분야가 다양해요. 일반 건물, 호텔, 상가, 주차장까지. 전기가 안 들어가면 건물이 제 기능을 못해요. 지금 회의실 불 들어오는 전기부터 시작해서 전화선 같은 통신, 인터넷, 보안 및 경비 시스템까지. 회사 홈페이지 공사 수주 내역 보면, 지하철 전기 공사도 있어요. 요즘 지하철에 스크린도어 많이 설치되어 있. 스크린 도어 위의 덮개를 열면 동작을 명령하는 시스템이 탑재된 센서가 있는데, 그 센서도 우리 회사가 일부 관여해요. 관여하는 전기 공사의 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거기다가 주차장의 경우에는 차 들어오고 나가는, 주차 관제까지 들어가요.

  그 : 오...


 회사 사업 내용을 소개하는 동안, 그가 제대로 알아들은 내용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의 눈만큼은 초롱초롱 빛난다. 팀장이 멋있어 보여서다. 어떤 한 회사에 대해 잘 안다는 것, 그 회사가 영위하고 이는 사업, 그 사업이 속한 산업군과 동향에 대해 잘 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이렇게 멋있어 보이는구나. 팀장의 목에 걸린 금목걸이가 더욱 빛나 보이고, 손목의 염주는 더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화이트보드에 내용을 적으며 설명하는 팀장의 등이 한결 굳세고 멋있어 보인다.

 그는 이때부터 S 팀장에게 반해, 'S-라인'을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팀장 : 이렇게 전기 공사를 실시하다 보니, 공사를 하는 고객사들이 일관되게 하는 고민들, 요구사항이 있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통신/인프라에서 IT를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한 IT가 벌써 규모가 상당히 커졌어요. 이제는 건설 쪽이랑 매출이 비등비등한 정도니까. 저는 지금 IT사업부 사업지원팀 팀장이고, 얼굴 씨가 지금 우리 팀에 합류를 한 겁니다. 우리 팀에 신입이 들어온 건 처음이에요. 저도 제 밑에 신입 사원을 받아본 게 처음이네요.

  그 : 아, 감사합니다!

  팀장 : 뭐 감사할 것 까지야.



  팀장 : 요즘 취업 시장이 꽤 어렵다는데. 얼굴 씨는 어땠어요.

  그 : (그는 서류 지원만 800여 차례, 어디까지 밝혀야 할지 고민이다) 아... 저는... 조금 오래 걸렸습니다.

  팀장 : 오래 걸렸다고요?

  그 : 네. 면접에서 좀 많이 떨어졌습니다.

  팀장 : 면접에서 떨어졌다고요. 음... 얼굴 씨, 얼굴 씨가 왜 면접에서 떨어지는지 알아요?

  그 : (너무나도 궁금했던 사항이다. 팀장 눈을 보며) ...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팀장 : 얼굴 씨는, 말을 너무 잘해요.

  그 : (전혀 예상외의 피드백이다) ??!! 제가 말을 잘한다고요?

  팀장 : 그때 면접 보면서도 느꼈지만, 얼굴 씨는 답변이 너무 준비가 돼있고 말을 잘해요. 면접관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독입니다. 말을 너무 잘해버리면, 아 쟤는 조금 있다가 금방 나가겠구나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아마 면접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거예요.

  그 : (기분은 좋지만 미덥지 않다) ...

 

 말을 잘한다. 말을 못 하는 것보다야 잘하는 게 낫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외부의 평가가 갈리는 것이었을 수도, 아니면 팀장이 그저 립서비스로 던진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다지 와닿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고 받은 피드백이니 받아들인다. 그가 말을 잘한다? 말을 너무 잘해서 지금까지 면접을 50번 이상 본 것이다?



  팀장 : 두서없이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이런 이야기들을  이유는. 얼굴 씨가 잘 크고 잘해야 팀장인 나도 편하고 도움이 되니까 하는 이야기예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앞으로 좋은 인연이 됐으면 합니다.

  그 : 감사합니다!

 (인연이라는 단어에, 그는 팀장이 불교 성향일 것이란 추측을 더욱 강화한다)


  팀장 : 시간이 벌써 이렇게... 오늘은 여기까지. 질문이 있나요?

  그 : (어떻게든 잘보이려 머리를 짜낸다) 음... 앞으로 제가 일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을까요?

  팀장 : ... 일을 하다보면, 우리 팀 특성상 다른 부서랑 협업해야하는 상황이 자주 생길 거에요. 그럴 때, 혼자 결정하지 말고 과장들이나 저한테 꼭 상의하세요.

  그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사 역사, 회장과 엮어있는 여러 집안들과 개인사, 전기 공사 등 설명을 들었다.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첫 직장이라 직장 경험도 없고, 상사 경험도 없는 그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면담 한 번만에, 자신을 뽑아준 첫 팀장이 좋은 팀장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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