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래 사계절의 속삭임
낮이 너무 긴 낮, 밤이 너무 짧은 밤
스웨덴에는 네 가지의 아름다운 계절이 살고 있다.
봄날의 살랑이는 바람
여름날의 소복한 햇살
가을날의 바삭한 낙엽
겨울날의 고요한 창빛
숲, 호수, 하늘, 눈 - 모든 게 삶의 한 조각처럼
스웨덴 사람들은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백야와 극야가 주는 생체 리듬의 변화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와 삶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긴 어둠과 짧은 빛을 반복하며 계절에 순응하고, 그들만의 속도로 살아간다.
봄 (3 ~ 5월) : 이야기 꽃이 움트는 씨앗
스웨덴의 겨울은 길다. 그래서 봄이 오기를 다들 손꼽아 기다린다. 3월에는 아직 쌀쌀한 날이 많지만, 4월이 되면 눈이 녹고 꽃이 조금씩 피어난다. 햇빛도 점점 길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공원에 사람들이 나와 햇살을 쬐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여름 (6월 ~ 8월) : 해가 잠들지 않는 여름
스웨덴 사람들은 여름을 정말 좋아한다. 이때는 해가 거의 지지 않는 백야 현상도 볼 수 있다. 북쪽으로 갈수록 밤에도 하늘이 환하다. 낮에는 20도 정도로 따뜻하고, 가끔 30도 가까이 오를 때도 있지만 한국처럼 습하거나 덥지는 않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미드솜마르(Midsommar)'라는 여름 축제를 열고, 춤을 추고, 꽃으로 만든 왕관을 쓰고 노래를 부른다.
가을 (9월 ~ 11월) : 알록달록 단풍의 노래
9월이 되면 조금씩 바람이 차가워진다. 초록이었던 숲이 금세 빨갛고 노랗게 물든다. 산책길은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가득하고, 발밑에서 바스락 소리가 난다. 하지만 10월, 11월이 되면 점점 어두워지고 비가 자주 온다. 날씨가 흐리면 조금 쓸쓸한 느낌도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 안에 아늑한 등불을 켜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조용히 책을 읽곤 한다.
겨울 (12월 ~ 2월) : 하얀 눈과 오로라
스웨덴의 겨울은 눈이 많다. 북쪽은 11월부터 눈이 내리고, 3월까지도 눈이 쌓여 있다. 북쪽으로 가면 밤하늘에 춤추는 오로라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낮이 짧아서 해가 오전 늦게 뜨고 오후(14 ~ 15시)에 금방 져버린다. 그 대신 창문마다 따뜻한 조명이 반짝이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빛나서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크리스마스 마켓, 아이스 링크 등 다양한 놀 거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겨울을 보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해가 뜨지 않는 긴 겨울밤도, 크리스마스 조명 아래의 거리도 모든 게 새로웠다. 설렘이 가득했고, 모든 풍경이 신기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의욕 없는 아침, 이유 없는 불안, 스쳐 지나가는 무력감에 점점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듯 무거워졌다. 하루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 감각마저 흐릿해져 갔다.
그제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왜 스웨덴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많고, 때론 스스로 미쳐버릴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지. 빛이 없는 시간은 조용히, 그러나 천천히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 조용함이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그래서 더욱 빛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짧고 소중한 여름이 오면 햇살 한 줌에도 감사하고, 해가 길어진 날에는 늦은 밤까지 밖에 머문다. 친구들과 공원에 앉아 웃고,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본다. 긴 겨울을 버티기 위해, 여름의 온기를 마음껏 담아 두려는 듯하다.
이토록 긴 어둠 속에서 헤매던 나는
비로소 끝없는 빛 속에서 마지막 장을 넘긴다.
극야(極夜) 아래서 시작된 나의 이야기는
백야(白夜)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막을 내린다.
지금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