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gito May 12. 2024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가족은 많지만 외로운 사람

이모는 20살에 첫 결혼을 하셨다

그리고 큰 누나가 태어나자마자 이모부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얼마 후 아들이 한 명 있던 새 이모부와

재혼을 하시고 3명의 자녀를 더 두었다

그리고 이혼을 하셨다

큰 누나는 아빠가 다르고

큰 형은 엄마가 다르고

둘째, 셋째, 넷째 누나는 편부모 가정이다


큰 형은 친할머니가 키웠기에

나는 큰 형을 본 적이 없다

큰 누나도 또 다른 친할머니가 키웠기에

어릴 적 기억은 없지만 최근에 몇 번 봐서

존재를 알았다


이모의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상주와 가족관계를 물어보기에 우리는 아들은 없다고 했다

50년 넘게 연락도 없이 살았기에

큰 형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큰 형이 오더니 상주를 하겠다고 한다

한 번도 같이 산 적도 없고, 해준 거 하나 없는

명분뿐인 어머니일 텐데,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쩌면 장례식장에 안 와도 상관없는 관계였다


그렇게 어색한 관계의 남매들이 3일간 동행했다

가장 힘든 것은 이모였겠지만

이모의 파란만장한 삶에

형과 누나들은 힘든 어린 시절을 살 았을 것이다


눈물 젖은 빵을 함께 먹으며

힘든 시절을 함께해서 기억에 남고 더 가깝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런 삶이 없던 사람들이다

진짜 힘든 시절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관련된 사람은 보고 싶지도 않은 법이다


그렇게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지만

누구보다 더 먼 관계들이 모여있었다


결혼 두 번에 다섯 자녀가 있지만

이모는 오래된 임대아파트에서 외로운 말년을 보냈다

우리 엄마가 유일한 친구였다

그리고 외롭게 납골당에 홀로 모셔졌다


부질없는 인생인 것을..

결국 마지막에 혼자될 것을..

결혼과 재혼과 이혼을..

물론 행복해지려고 혹은 살기 위해서

계속 관계를 맺었지만

부질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감히 부질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열심히 아니 처절하게 살았던 삶이다

소중한 그대여

부질없지 않습니다

아픈 삶이었지만 누구보다 존귀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