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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 씨 이야기

by 김지태

나에게 옛 친구가 있었다 그에 이름 "김종학"

일단 이름부터 웃음을 참아야 한다.. 왜 하필 수많은

이름 중에 종학일까?


이름부터 치트키다... 그것은 바로 "김종학"

하여간 특이한 이름이긴 하다


김종학이는 이 바보 같고 미련한 놈이다


어느 날 종학이가 나에게 일기장을 보여주면서 짝사랑하는 그녀에게 하고 싶었던 말에 대한 멘트를 보여줬다.


나는 이걸 보고 진짜 제정신 나간 미친놈인가.. 싶었다


종학이가 쓴 김종학이에 비밀일기장을 보여줬다

일기장에 내용이다


너 뭐 해…? 혹시 나 또 너 생각했어?? 왜 이렇게 쉽게 간직했던 내 마음이 흔들어 놓는 걸까..


핸드폰에 알람을 너라는 이름으로 깨어나 햇살을 맞이하고 싶어


나에 수면은 알람이 울려도 잠이 깨지 않아..

하지만.. 너를 생각한다면 나는 자가다가 눈이 번쩍!!

마치 내가 일어서 있는 것처럼


가끔씩 연락이 올 듯 말듯한 두근거리는

너의 톡 하나에 하루가 무너져, 참 못났어 난


너 없는 채팅창에 시간만 쌓여가고 먼지도 쌓여가

나는 그 속에서 유치하게 너에 대답만 기다려

영화 같은 말은 못 해도 나는 진짜야 하지만 나는 찐따야


근데 진짜인 게 맨날 웃음거리 같아, 웃겨


너에 그 무심한 이모티콘 하나에 심장이 박살 날 거 같아

괜찮아라며 내일도 또 메시지 보낼 거면서

왜 답장이 안 오면 난 하루를 잃어


근데 난 바보 똥멍청이라서

네가 날 무시하면 이젠 결국 받아들일게

말해줘, 내가 웃긴 놈인 거야?

아님 아직 기회가 있긴 해?

내가 매초마다 이렇게 죽어가는데

너는 평온해 보이네


네가 웃었던 카페 앞에서 맴돌아 본 적 있어.

사실 매주 가는 그 카페에서 나는 향기 맡고선

집에 와선 황금올리브유 치킨을 시켜.


괜히 이상한 드립 쳤나 물어볼 용기조차 없어서

너의 리액션 하나하나에 심쿵하고 지우고, 또 지워


그녀는 지배의 악마

매번 기분 알아달라고 난리, 근데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 야이 이놈아. 내가 너의 노예냐?
라는 마음이었다.


종학이는 그녀 없는 하루가 꿈같지 않은 하루여서

김종학이에 친구 이민우에게 하소연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종학이에 속마음을 텔레파시를 보낸다. 마치 종학이에 마음을 훤히 읽듯이


그녀는 텔레파시로 종학이가 그녀에 비밀을 이민우한테 말한 걸 알아챘다

"해쉬태그 이민우라고 말해"

"해쉬태그 비틀리다"
"해쉬태그 케첩"

며칠 뒤 요즘 입에 행주를 문 것 같던 민우가 사라졌다. 민우였던 것이 된 것이다. 연락이 되지 않아 민우의 지인들에게 민우가 누구냐는 대답만 듣고 민우라는 사람은 세상에 애초애 존재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무서웠다. 아까 잠깐 거울을 보고 왔는데 눈 아래쪽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가 싶더니 뭔가 싶었더니 솔직히 눈물이 나온 건 찔끔;;

근데 엄청 무서웠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녀는 내게 호의적이다. 별생각 없는 척 하지만


그런 고민들을 다 민우에게 털어놨었는데

민우는 끝내 잠적했다


민우가 드럼통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될까 봐

다음 상대는 내가 될까 봐
그녀는 무섭고 섬뜩하다. 하지만 그녀를 좋아한다.


이렇게 종학이에 일기가 끝이 나고

종학이 에게 이 일기 내용을 내 스타일로 만들어서

써두되냐고 허락을 구했다 종학이는 된다고 해서


글을 써봤는데 이 글 쓰면서 현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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