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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6

지은이 : 김지태

by 김지태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쳤고,
나는 사흘을 새웠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야 월차를 냈다.

바쁘게 모아서 겨우 만들어진 휴식이라는 시간은
늘 한정적이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아침 해가 뜨면 일어나
또다시 전장으로 나가야 한다.
경쟁해야 하고,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와의 싸움에는 에너지가 필요했다.
사흘을 새운 몸은 이미 지쳐 있었고,
눈을 감기만 하면 잠이 들 것 같았지만
하필 오늘은 야근을 피할 수 없었다.

피로는 몸에 차곡차곡 쌓였고
피는 말라갔다.
이런 방식의 노동은 분명 곤란한데,
그래서 더 피곤했는지도 모른다.

Hp는 남아 있는 것 같았지만
Mp는 바닥이었다.

정신은 반쯤 죽어 있었고
반쯤 살아 있었으며,
육체는 이미 항복한 상태였다.
눈은 계속 감기기만 했다.

처음엔 Mp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Hp마저 바닥이었다.
몸은 점점 악화됐고
나는 거의 다 죽어가고 있었다.

그때,
천사의 탈을 쓴 악마가
“이걸 먹고 일하라”며
내게 던져주고 간 것이 있었다.

Hot6.

담배를 태우면
몽롱한 정신이 잠시 깨어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목은 타들어 가고
피로는 백 배로 불어난다.

니코틴을 흡수해
수명을 깎고
쾌락을 얻었다.

이번엔 각성제,
카페인에
또 한 번 수명을 바쳐야 했다.

Hot6를 벌컥벌컥 마시자
말라 있던 목은
수분으로 결핍을 채웠고,
정신은 잠시 맑아졌다.

카페인이 육체에 흡수된 뒤
갑자기 몰려오는 졸림.
그러나 피폐했던 정신과 육체는
없던 체력을 끌어와
피로를 중재해 주었다.

주어진 업무들은
놀랍도록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모두 청산되었다.

모든 전장에서 업적을 세운 뒤,
나는 비틀거리며 침대로 향했다.
몸을 던지듯 누워
마침내 편하게 눈을 감았다.

Hot6라는 놈은
수명을 대가로
각성을 제공했다.

없던 체력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내 몸 깊숙이 잠들어 있던
생존본능이 포함된 체력을
억지로 끌어올려 준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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