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by 김지태

20?? 년 11월 1일.


나는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다.
남자고등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옮긴 터라
모든 게 낯설었다.


복도를 혼자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날,


저 멀리서 한 여자애가 걸어오고 있었다.
키는 작았고 긴 생머리에
교복이 이상할 만큼 잘 어울렸다.


늘 혼자였다.


“쟤는 친구가 없나.”


그날 이후로
이유 없이 시선이 그 애에게 갔다.
딱히 예쁘지도, 친절하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자꾸 그쪽으로 쏠렸다.


“야, 너 왜 자꾸 나를 쳐다봐?”


“그냥… 궁금해서.”


“신경 꺼.”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마다
주변에서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쟤 혼잣말하는 거 아니야?”


“정신 나간 거 아냐?”


분명 나는 그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를 혼자 말하는 사람으로 봤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교길,
그녀는 말없이 내 앞을 걸었다.
집 방향도 같았다.
밤에 인스타그램에서
그녀의 이름을 검색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노트에 적었다.
● 늘 혼자
● 아무도 말을 걸지 않음
● SNS 없음
● 나에게만 보이는 것 같음


그때 처음

그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저 애를 못 보는 건 아닐까.


다음 날,
나는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는 큰 절로 들어갔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간의 삶에 관여하지 말거라.
그럴수록 성불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게 된다.”


“알겠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사라졌다.


“거기까지 보셨군요.”


스님은
이미 나를 알고 있었다.


“저것은 인간이 아닙니다.
윤회하지도, 저승으로 가지도 못한 채
이승에 남은 존재지요.”


목탁 소리가 울렸고
내 의식은 끊어졌다.


눈을 떴을 때는
아무 기억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서
다시 그녀를 봤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먼저 알아봤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오늘 저녁 6시 30분.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영화관 매표소에서
직원이 말했다.


“손님, 혼자 오셨어요.”


“아니요. 옆에 있잖아요.”


결국
티켓은 두 장이었다.
상영관이 어두워지고
그녀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스크린 속 대사가 흘러나왔다.
“만약 네 옆에 내가 있어도,
너는 나를 볼 수 없을지도 몰라.”


그 순간,
그녀는 조용히 울었다.
내가 손을 잡으려 하자
차갑게 사라졌다.
불이 켜졌을 때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역시 넌 나에게 있어서 환상이야"


며칠 뒤,
학교에서 그녀를 다시 봤다.
늘 같은 자리에 서 있었지
나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됐어.
네가 잘 살면."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이유도 모른 채
한 사람을 잃은 것처럼
살아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