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상상으로 순간을 아름답게 보내기
맛있는 된장찌개에 숭덩숭덩 썰어 넣는 애호박. 단단한 비닐에 싸여 모두 닮은 모습을 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어떤 애호박 하나 특이하게 생기지 않고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다. 아무 생각 없이 구입하던 어느 날. 문득 애호박을 어떻게 이렇게 봉지에 잘 넣었지? 비닐포장이 이렇게 단단하게 잘 되어있지?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나의 호기심의 결과는 큰 충격을 안겼다. 애호박이 자라기도 전에 작은 애호박을 인큐비닐봉지에 넣어 묶어 두면 애호박이 그 안에서 자라난다는 것이 아닌가.
애호박이 다 비슷하게 생긴 것은 바로 인큐비닐 때문이었던 것이다.
알고 나서 산 애호박이 짠하다. 더 크고 싶은 녀석도 있었을 텐데 작은 비닐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인큐비닐을 씌워주면 상처도 적게 생기고 병충해도 예방된다고 한다는데. 여러 이유를 차치하고 단단한 비닐 안에서 자라나느라 애쓴 애호박을 가만히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빵끈을 풀고 꽉 조이고 있는 인큐비닐을 조심스럽게 가위로 잘라 벗겨낸다.
휴~~~ 얼마동안이었을지 모를 답답함을 깊은 한숨에 담아 애호박이 숨을 내쉬는 것 같다.
인큐비닐 안의 애호박을 묵상해 본다. 혹시 나는 인큐비닐 엄마는 아닐까. 보호라는 이름아래 아이들을 제한하고 다 똑같은 모양으로 키우고 있지는 않은가?
병충해를 만나면 무엇이 헤로운지 깨달을 테고, 빗방울을 만나면 시원함을 온몸으로 느낄 텐데. 솔바람을 만나면 바람이 실어다 주는 세상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고, 가지 각색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나 각자의 쓰임새에 맞게 사용될 애호박. 그리고 우리 아이들.
애호박에게 물었다.
나 : 호박씨 ~ 그동안 그 안에서 자라느라 너무 애쓰셨어요. 혹시 안에 있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무엇일까요?
호박씨 : 인생이 참 쓰더이다. 유년시절에는 뭣도 모르고 살았지요. 내 미래를 알지 못한 채로. 하지만 삶은 예상을 빗나가더군요. 꽉 막힌 막막한 삶이 나의 종착지였습니다.
나 : 호박씨~ 상심이 크셨겠습니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그래도 오늘 맛있는 된장찌개로 사용되신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호박씨 : 인큐비닐에서 벗어나 시원한 공기를 맛보고 나니. 제가 된장찌개 재료로 사용되는 것을 조금 미루려 합니다.
나 : 그럼 혹시 무슨 계획이라도.
호박씨 : 어린 애호박들을 위해 싸우려 합니다. 사실 인큐비닐이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소비자들도 어쩌면 원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환경문제도 심각하고요.
나 : 아 그렇군요. 호박씨의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호박씨의 결연한 눈빛에 공감의 마음을 더하고 인큐비닐이 사라질 날을 나도 꿈꿔 본다. 인큐비닐 없는 호박 어디에서 팔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