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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May 17. 2024

고양이 사람말 습득 프로젝트

고양이에게 사람말을 가르치겠다고?

고양이에게 사람말을 가르치겠다는 신념의 사람이 있다.

남편이다.

사실 고양이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코숏냥 크림이는 말이 많다.

미용 야옹 으어~~~ 아우아우~~으르르어...

눈만 마주치면 뭐라 뭐라 애옹 댄다.  고양이 언어를 사람말로 통역해 주는 앱이 있다. 사용해보니 오히려 의도파악이 모호하고 더 뿌예져버렸다.

반면 동생인 고등어 오월이는 사용하는 단어가 한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산책하고 싶으면 삐야옹 삐야옹...

기분 좋아 업되면 골골 빼옹...

갑자기 뒤에서 안아 언짢으면 꽥!!

뭐 요정도선에서 소통이 다 된다.

그런데 크림이는 때와 장소, 까닭에 따라 음량이 다르고 다른 높낮이와 음절을 구사하기 때문에 이것인가 하면 아니고... 그랬다.  어쨌든 집사 입장에서 의도를 알아야겠지만 방도가 마땅찮아 갖은 추측으로 들이대는 정도였다.


어느날...

"짜식 ,가르치면 말도 하겠는데" 

두 딸의 교육열에도 자유방임을 택했던 남편이 다분히 우발적으로 크림이 교육에 발 벗고 나섰다. 

고양이 사람말 습득 프로젝트.

첫 수업은 묻고 답하는 방식이었다.

그랬어? 메이...

그랬구나~  미요...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공부인 줄 꿈에도 모르고 크림이는 쉽게 낚였다.

가! 해봐... 

본격적인 기초수업이 시작됐다. 자음에 ㅏ를 붙인 낱글자들이 남편의 입을 통해서 나오면 따라 해 보는 방식이다. 본색을 드러낸 튜터 앞에 영문모르고 앉아 꼼짝 못 하고 아빠만 바라봤다.

의도파악을 위한 고개가 갸웃거린다.

가 나 다 라 까지 마스터가 목표였다. 막가파 스파르타 주입식 교육은 반복학습을 지향했다. 칭찬과 추르가 떨어지는 집중력을 잡아주었다.


옳지 옳지 잘하네.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 수업결과에 흡족해하는 남편은 다음 수업을 기약했다.

내일 또 하자아~

메요옹~~~ 


가... 메,

나... 미요,  

다... 메이,

라... 메용~~

옳지 옳지~ 

다음날에도 아옹 미용 중얼되며 돌아다니는 녀석이 강제로 연행되었다.

영문 모르고 앉혀진 냥이군은 그저 아빠손의 추르에만 관심이 있는 표정이다. 그것을 집중이라 착각한 남편은 진도가 착착 올라붙고 있다 만족한다.


"낼부터는 두 음절을 한 번에 말하기로 들어가자."

급작스럽게 선행학습이 발표되었다. 헐...

선행학습을 하시겠다고?


가족톡방에 학습결과물이 녹음되어 올려졌다. 두 딸은 교육계에 뛰어든 아빠를 응원하즐거워했다.


그러나 두음절 선행학습은 뜻대로 되지 못 하고 있다.


무지막지식 수업의 탓인지 부작용인지 녀석의 말수가 줄어든것이다.


말이 많아 사람말을 가르치려던 것인데 수업에 차질이 생겼다.


쫓아다니며 요구사항을 늘어놓던 녀석이 과묵해지고 필요한 말만 하고 있다.

말 많은 고양이가 말수를 줄여버리니 말하기 프로젝트가 제대로 될리가 없다.

녀석은 늘 하던데로 말만 안 할뿐 남편과 나란히 앉아 빵굽모드다.


잠깐! 빵굽하는 녀석보니 내가 스멀스멀 욕심이 생긴다.  제빵사를 만들어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크림이는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거 같다.

'고양이를 제빵사로 만들겠다고?' 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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