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의고양이 May 30. 2024

게걸스럽게 먹어줘야

게를 좋아한다. 딱딱한 껍질을 가르고 라지는 하얀 속살의 결... 

손가락과 튼튼한 이빨이면 다. 크래커나 게살 포크 따시간을 비할 수 없다. 

꽃게가 특히 맛있다. 사실 영덕게, 홍게, 킹클렙 할 것 없이 없어서 못 먹는다. 포항 사는 큰언니는 홍게철이 되면  아이스박스 가득 찐 게를 싣고 라왔다. 다섯 형제 함께 모여 쪼개고 자르고 발라 게걸스럽게 먹어 댔다. 게 한 가지로 한 마음이 될 수도 있다.


남편은 올 해도 어김없이 꽃 게를 준비했다. 산란 준비로 알과살을 꽉 채운 암게들이다. 요즘엔 마트나 산지에 일부로 가지 않아도 된. 새벽배송으로 신선한 생물들을 얼마든지 쉽게 구입할 수 있다. MD들이 세심하게 선별해 놓은 것들은 크릭 몇 번으로 내 집 앞까지 배송된다.


남편은 를 가지고 세 가지 요리나누 조리했었다. 찜, 게매운탕, 그리고 간장게장이다. 웬일인지 이번에과 탕으로 다 소진했다. 정작 본인이 좋아하는 간장게장이 없다. 양이 애매해서일까? 묻는다는 것을 깜빡했다.


손질된 게는 찌게용으로  남기고 모두 찜솥 안 넣어졌다. 

살아 꼬물거리는 걸  만지지도 못했던 남자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집게발을 자르고 솔로 문지른다.


 온 집안에 달 큰 짭조름한 향으로 가득 찼다. 한 게향에는 후드도 소용없다.

된장을 풀어 감칠맛을 더한 비법 레시피로 완벽한 꽃게탕이 냄비 속에서 자글대고 있다.  지은 밥에 국물을 말아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안달이 났다. 이른 저녁인데도 시장기는 만땅이다.


"웬만한 맛집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  아빠 대단해!!!"

 이사 갈 집과 입주시기가 안 맞아 삼주 정도 머무르게 된  큰 딸아이는 빠가 끓여준 게 찌게에 완전 매료되어 버렸다. 집을 떠나 어쩌다 들르던 녀석이다. 당분간 남편의 요리는 큰아이 입맛에 맞춰질 것 같다.

다음날 아침에도 전날 남은 찌게국물에 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 치  한 번 더 감탄한다.


시댁가족들과 제부도로 놀러 간 적이 있다. 시부모님 트렁크에서는 쉴 새 없이 먹거리가 쏟아져 나왔다. 1박 2일 여행지만 5박 6일은 너끈히 먹을 양이다. 

대천에 사는 형님(큰 시누이: 지금은 안 계신다ㅠ) 아주 큰 찜솥 안에 게를 담뿍 담아 가져왔다. 

풍성한 한상이 차려졌다. 어머님표 붕어찜과 갈비, 갖은 반찬 그리고 현지 공수한 회... 그리고 게였다.

두런두런 얘기들이 오가고 충청도 조용한 가족이 간만에 화기애애했다.  


일회용 장갑을 장착한  본격적인 해체쇼가 시작되었다. 발라진 순살들이 게눈 감추듯 사라져 버리는 진기명기다.  뜯고 가르고 발라서 획득된 것들은 지체 없이 입속으로 사라졌다. 씹을 것도 없이 달달하게 녹아버렸다. 먹는 것 앞에서 식탐을 보이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나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오나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귀신:미야자끼 하야오의 작품) 빙의된 것은 아니었다 싶다. 껍데기가 산처럼 쌓였다. 덕분에 게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켜버렸다.

그날 대천 형님이 쪄준 게의 맛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다. 연애시절 형님댁에 인사차 들렀을 때는 참소라를 쪄 주었는데 그것도 기가 막히게 맛이 있었다. 남편은 기억 못 하는 나만 아는 형님에 대한 추억이다. 무뚝하면서도 훅 정을 투척했던 분이다.


어머니는 칠게로 장을 담그셨다.  친정 엄마도 같은 재료로 장을 담갔다. 같은 재료로 다른 맛을 내는 것이 재미있었다.  가지 다 맛이 있었다. 음식은 만드는 사람과 비슷한 맛을 내는것 같다.. 어머님은 들큼했고 엄마 것은 짭조름했다. 엄마는 원재료맛에 치중했는가하면 어머님은 부재료가 많이 들어갔다.

어머님은  미니게볶음도 하셨. 그 때만 맛 볼수있는 것이었다. 볶았다는데 신기하게 작은 게의 다리 하나하나가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소하고 달달 짭조름했다. 그러나 껍질까지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이  별로다.  먹고 난 후 입안에 남는 꺼끄로움 또한 텁텁하고 불쾌했다. 그래서 대충 씹어 빨아먹고 뱉어냈다. 집밥 먹을 틈 없이 바쁜 남편과 어린 두 딸은 한 두 개 집적대다 말았다.  결국 다 내 차지가 되었다.  숙제를 하듯 먹어치웠다. 귀한 것을 함부로 먹었다.

먹고 남 게 간장은 훌륭한 조미료가 되었다. 조림이나 찌개에 다. 이 사실을 전해 들으신 어머님은 무척 흡족해하셨다.  물론 씹고 버린 게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일본 여행 때마다 남편은 털게요리를  먹이고 싶어 했다. 운이 맞지 않았는지 매번 패했다. 이제는 만의 여행이 잦아진 시절이 되었다. 얼마 전 운동차 마쓰야마 방문했다. 역시나 남편은 호텔 직원을 통해 게 전문점을 알아냈다.

그러나 막상 들른 식당에서는 예약 없이는 불가하다는 답이 왔다. 되돌아 나오는데 직원이 두 시간 기다리면 가능할 것 같다 했다.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거절의 을 보냈으나 소용이 없었다.


시간 뒤 방문한 식당은 전체가 프라이빗하게 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 전문식당임에도 비릿한 냄새도 전혀 없었다.  들릴듯 말듯한 음악소리가 오히려 더 느껴질정도로 조용했다.

예쁜 기모노차림의 단정하고 귀여운 직원들이 을 받고 서빙을 했다.

코 같다며 속닥댔다('귀멸의 칼날' 주인공 탄지로 동생. 혈귀가 되어 입마개를 하고 있는 귀여운 캐릭터) 아마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모노 차림이라 그렇게 보였나 보다. 사진을 같이 찍을까 하다가 말았다. 주저하는 일이 많아졌다.


게라는 한 가지 식자재 갖은 요사로움으로  치장한 요리들이 차례로 내어졌

다 먹고 나서야 아! 사진... 하며 후회 했다. 나올 때마다 비주얼에 ! 그리고는 덥석 먹어 재꼈다.  결국 충분히 배가 부른 상태에서 메뉴판과 식당 앞을 배경으로 몇 장 남겼다.

마누라에게 드디어 털게를 먹게 한 남편은 아주 흡족한 표정이다.. 자신의 맛있는 경험을 가족에게도 반드시 느끼게 해 주고 싶어한다. 기분이 좋아진 남편의 그 옛날 털게접대스토리가 다시 올라왔다.  이야기는 제 더 이상 화제에 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에는 우리 가족은 킹클렙으로 파티를 한다. 티브이에서 방출되는 뜨거운 축제분위기로 가족들은 흥분된다. 더불어 주문 제작 컷팅된 게와 케이크 등으로 테이블은 가득 채워져 있다. 잔에 각자 선호하는 주류를 우고 신나서 떠들며 먹고 마신다.  5,4,3,2,1!!! Happy New Year!!! 카운트 다운과 함께 서로 껴안고 인사를 한다. 또 맞이하는 새해를 위한 덕담을 나눈다.

요맘때 게값은 부르는 값이 다르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살 수도 없다. 그러나 그때만 먹는 특별함이 있다.

성년이 되어 버린 아이들이 언제까지 함께할지는 모르겠다.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정작으로 게를 귀찮아서 싫어한다. 바르거나 까야되는 것들 다 그렇다.  내가 발라 주면 몇 점 먹는 정도이다. 아내와 애들이 좋아하니 해 주는것이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작가의 이전글 고양이 사람말 습득 프로젝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