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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Sep 08. 2023

육십에 카페를 열었다.

내 삶에 계획된 시나리오는 없다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라 로슈푸코

마음은 아직도 청초한데... 환갑이 넘어  버렸다.  하루하루  낡아지 중이다.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 건강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움직 싶어서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목적에 맞는 운동 도와주는 채널들  있다. 좀처럼 빠지지 않고 있는 옆구리 살과 뱃살제거를 위해 뱃살타파 프로그램은 휴대폰으로..., 티브이로는 보고 싶은 드라마나 그때 그때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틀어 놓아 머리는 큰 화면에 몸은 작은 것에 내 맡겨 버린다.  접가지 않아도 원하는 강연을 찾아 들을 수 있다.  한 동읽어 주는 소설에 빠져 살았었다. 자서도 잘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참 좋은 세상이다.


학원을 운영했다. 삼십 년을 메여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도 해 보고 싶었다. 러나  우물을 판 세월만큼  로운 을 모색한다는 것은 용기가 아주 많이 필요했다.


전화를 받았다.  학원매매 의사 어 오자 덜컥  미팅약속 해 버렸다. 당시 여러 가지 이 겹쳐져 심신이 고단 해 두자. 화를 한 건 받았을 뿐인데 삼십년지기 학원은 주인이 바뀔 처지에 놓이게 었다. 나이 60이 되기 바로 전, 2019년의 일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소리 없이 이곳저곳 숙주를 찾아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이상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하면  운이 좋았다.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때 마침 임자가 나타나 주었고, 적은 금액이지만 권리금도 챙 나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코로나 발생 한 달 전에.


인생을 굳이 전반전 후반전으로 나눈다면 전반은 그런대로 선전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버텨냈다.


인생 후반 잘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적인 생산활동이 필요했다.  를 필요로 하는 곳은 널려 있을 것이다.  러나  세상 생각은 달랐다.   일자리들은 이를 조건으로 아예 시도조차 못하게 막 있었다.  장님이라는 호칭은 사라지고 롯이 60 먹은 줌마가 되어 날것으로  속에 놓여졌다.


 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젊지도 늙지도 않는  중년들이 많아졌다. 아직 쓸만하다는 것은  본인의 생각일 뿐 력을 발휘할 곳은 한정적이다. 할 일 없는 젊은 어르신들 여기저기 넘쳐나고 있다.  결재 서류에 사인하고 설명회를 열고 매일 회의를 주도하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났다고 행복해하기에는 내 미래 너무 어두웠다.


제는 천천히 취미생활도 즐기고 여행도 맘 놓고 다니라고 했다. 그래서 긴 여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갑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를 강타해 길이란 길은 모두 봉쇄시켜 버렸다. 여행은커녕 구도 가족들도 쉽게 만날 수도 없는 상한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동네 뒷 산 아래 터를 두고 있던 한적한 작은 카페억한다. 산책 길에  는 듯 없는 듯 무심하게  있던 곳이다.  지금은  없다.  적한 곳보다는 한적하고 조용했던 그 허름한 카페의 기억이 나로 하여금 노년의 카페 여주에 대한 로망을 갖게 한 것일까?


치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나는 이제 골목 끝에 있는 작고 조용한 카페 사장이 되어 있다. 손님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 돈은 못 번다. 페를 시작하고 자서 아주 잘 논다. 명한 화가의 그림을 베껴도 본다.  가죽으로 이것저것 소품을 만든다. 잡초를 뽑고, 시시 때때 꽃을 심는다. 잡초를 뽑는다. 도나무의 가지를 치고, 시든 것들을 털어 낸다.


 루가 밝아졌는가 싶으면 어두워지고, 월요일인가 했더니 후딱 주말이 되어있다.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안면이 트이는 손님과의 대화도 그런대로 괜찮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말들을 쏟아 냈었다. 이제는 듣는 위치로의 변신이다.


어쩌다 카페를 열고 사장이 되어 버렸다. 잘해 낼 것이라는 기대감은 없다. 그냥 흘러가는 데로 놔 둘 생각이다. 골목 안... 있는 듯 없는 듯한 작은 카페에 누군가 들러서 작은 추억 한 자락 가지고 돌아간다면 것으로 대 만족이다.


나는 나를 채용했다. 아주 쓸모가 많다. 이었다가 직원이었다가 때론 아무것도 아닌 그냥  그 안 깊숙한 존재감으로  오랫동안 머물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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