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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Sep 08. 2023

육십에 카페를 열었다

내 집 내 마당이 카페가 되다.

쉽게 생각했다. 그리고... 잘 생각한 것 같다.



길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으 인해  강제로 제한되었고,   버티지 못 자영업자 다수가 문을 닫는 들이 생겨났다. 민경제는  바닥의 끝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었다. 딩 여기저기 대문의라는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 어두운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나 같은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위기일지라도 또 그 누군가에게는 기회 될 수 있 것이다.


가장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 장소 선정은 난도가 높은 과제였다.   주지에서 가까운 곳부터  땅한 장소를 찾아 나. 2020년 초의 일이다. 일산과 파주는 카페천국이라 할 정도로 카페들이 즐비하다. 개만 들어도 쉽게 보이는 카페들이 다 성업 중인 것인가. 하긴 나 또한 나만의 특화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고 덤벼들고 있었으니..


 깃한 표정을 지으면 건물주 중개 입을 맞춘 듯 지극히 적절 임대료이므로 한 푼도 깎아 지 않겠다며 단호했다.  로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이 어수룩한 예비 임대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표정을 숨기지는 못 했다. 진작에 나가고도 남을 매물인데 임자가 안 나타난 것이라 했다. 너무   손해 보고 임대한다도 했다.   구매하려는 물건이 있을 때  판매하는 사람들의 술에 잘 휘말린다.  판매자의 언변에 녹아  과감하게 내치질 못한다고 해야 할까? 장 계약는 것이 좋는... 이미 몇 사람이 눈독을 들리고 있는데 임자는 따라 있나 보다는 등.. 가계약이라도 하고 가라 둥.. 다시 오지 않을 기회데 이대로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며 혀까지 끌끌 찼다. 가계약으로  십만 원이라도 맡겨 두고 가고도 했다. 순간  가 탁  채어 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래서 안전장치로 결정하기 전   남편의 컨펌을 받기로 했던 것이다. 그럴듯한 매물이 나오면 집에 와서 남편과 상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편은 말없이 들어주고 같이 가 주는 것으로 내 가려진 시야를 걷어 주었다. 신기한 것은 좋은 곳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장소들이 다시 방문하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한참을 지난 뒤에도 그곳은 빈 곳으로 임자가 나타 나 지 않은 것을 보면 림없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어제까지 아파트 입구에영업 중이던 요구르트 전문카페가 오늘 폐업했다. 편의점이 들어선다고 했다. 개인카페였던 곳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하루에도 여기저기 폐업을 알리고 또 그 자리에 개업을 한다. 대한민국은  카페공화국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크고 작고 예쁘고 신박하고, 특화된 카페들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빌딩 전체가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즐길거리가 풍부한 기업형 카페들도 시외곽에서 시작되어 도시 한가운데까지 고 들어와 자리 잡고 있었다.  주말이면 바글바글 인산인해를 이루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성업 중이었다. 심지어는 주차장에서 카페까지 이동시켜 주는 마차나 코끼리 열차를 운행하는 카페들도 있었다. 람들은 주말이 되면 놀이공원 가듯 카페에 다.  디저트와 음료 등을 즐기고 SNS에 인증사진을 올린다. 그것을 본 누군가는 바통터치 하듯 가서 인증숏을 남긴다. 를 즐기고 자랑하고 부러워하는 문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렸다. 미 레드 오션이 되어 버린 카페에 환갑이 지나 치열하기 싫은 내가 도전장을 감히 내밀 생각을 하고 있 것이다.


동네카페, 음악과 함께 두런거리는 소리가 베이스가 되고 커피 향이 공기를 삼키는 아늑한 사랑방으로 운영하고 싶다.   차 한 잔마시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편하게 쉬다 갈 수 있 것이다.  카페에서는 두르지 않아도 . 소박한 추억 한 덩어리 가슴에 담고 가면 더 좋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좋아야 한다.  내가 가장 많이 바라볼 터이니...


 네 산책길에는 한 동안 비어 있는 단층짜리 단독주택이 있다.   몇 번 식사를 하러 간 적도 있었당이 있었던 곳이다.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마당 겸 주차장이 있다. 나온 세월만큼  은은하고 소박한  들꽃과 나무가  들끼리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연이 만들어 준 균형로 어우러진 딱 내가 원하던 곳이다.  러나 내가 품기에는 너무 넓었고 많은 비용부담이 있었다. 그림의 떡으로만 남을 곳이었다. 그냥 오 갈 때에는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더니 셈법으로 따져 보면 나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다. 안 될 것 같으면 쉽게 포기했다. 내 나이에는 포기가  쉽다.


아침 눈을 뜨 채비를 하고 나섰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만나고 들르고 들었다. 게 중에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는 곳도 있었고 몫이 이렇게 좋은데 왜 내놓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곳도 있었다.  동산의 ㅂ 정도 아는 내가 하나 터득한 것이라면 매물을 보면 볼수록 경기가 보인다는 것이다. 편하게 은퇴 소일거리로 시작하기에는 페창업이 녹녹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차를 하고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대문 왼쪽  원룸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낡아 사무실로 세를 주고는 있지만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는 거의 폐가 수준의  작은 패널로 지어진 디 낡은 건물이다.  상태가 형편없으니 월세도 아주 저렴하다.  너무 노후되어  로 짓던가 수리를 해야 사용할 수 있다.


가 사는  주택은 앞으로 디밭 길게 조성되어 있다.  현관에서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바로 폭신한 잔디를 밟을 수 있다.  또 원룸 앞으로 주차장 겸  꽃과 나무가 심어져 있는 아담한 정이 있다.   채를 하면 14평 정도 되는 사다리꼴 모양.  이 집을 구입한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고칠 곳이 너무 많아  세를 줄 때마다 수리비가 더 들었다.  그래서 몇 년 전  살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리모델링을 하여 늘그막의 삶을 이곳에서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벽돌이 이뻐 원형을 그대로 두고 내부만 생활하기 편리하게 고쳤다.  리모델링에서 제외되었던 원룸 이렇다 할 계획이 없 방치되어 울리지 않게 남의 것인 듯 대문 입구 자리 잡고 있었다.   번 손을 대자면 끝이 없을 것 같아 볼 때마다 명치가 뻐근해지는 곳이기도 했다.


마땅한 카페부지가 나타나지 않아 지쳐 있을 때 눈에 들어온 원룸건물은 다르게 보였다. 궁하고 간절하면 보인다? 유레카! 아르키메데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월세부담 없다.  출퇴근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소박하지만 제법 그럴싸한 마당이 있다.  다가 가 건물주다.  카페 하기 딱 좋은 장소가 바로 내 집에 붙어  있었다. 들뜬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다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단점은 더 많았다.  아주 후미진  막다른 골목 끝에 있다는 것. 사람들이 다니는 작은 골목이 있지만 거의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 차가 들어올 수는 있지만 돌려 나갈 수 없는 좁은 골목이다. 앞에 두 대 정도 세울 공간은 있다. 아니 무리를 하자면 넉 대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세워진 차가 나가기 위해서는 다른 차들이 오십 미터나 되는 골목 입구까지 빼 주어야만 . 전이 서툰 사람은 쉽지 않.


이곳이다 싶으 점들만 부각되고 단점은 작은 흠 정도로 보다.    왠지 더 근사하게 포장될 것 같은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동네 카페, 숨어 있는 카페, 골목카페.. 감성으로 폭발할 것만 같은 착각.. 단점조차도 특별한 이미지로 포장되어 개성 있는 카페로 거듭날 것만 같다 착각의 늪속으로 빠져 버리고 만 것이다.


작은 공간이니 방문하는 누구라도 다정하게 눈을 마주수 있다. 커피 향도 진하게 오래 머무를 것이다.  창틈으로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과 음악리는 궁금증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없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돌고 돌아 십 초면 출근가능한 내 집이 카페가  수도 있었다니..


나는 육십에 카페 사장이 되었다.  하루 종일 카페에서 머무를 수도 있고 집 마당과 안을 자유롭게 오갈 수도 있다. 오전 오픈하고 시까지는 내가,  둘째가 퇴근하고 바턴 터치를 해 준다. 그 사이 나는 밀린 일을 하기도 하고 운동도 한다. 적절한 수입만 받쳐준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장이다.


자잘한 만남 속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도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컵 들 수 있는 나이까지는 가능하니 참 좋다. 그렇게 조금씩 늙어가는 것을 즐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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