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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Oct 28. 2023

 가족의 재구성

니가 왜 거기서...

우리 가족은 기와를 얹은 미니 2층  주택에 살고 있다. 박공지붕을 위로한 다락감성 이층에는 테라스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문을 열고 나가면 좁고 긴 공간이 나온다.

아담하지만 아기자기한 락방은 큰딸아이가 주인이다. 배우 겸 연출가로 활동하며 서울에서 자취 중이다.  래서 거의 비어 있다.


마당에는 측백이 길게 을 이루고 데크 앞으로는 잔디가 펼쳐져 있다. 잔디밭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양 옆으로 자잘한 열매들이 열리는 나무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다. 계절마다 저마다의 꽃을 흩뿌리는 작은 정원이.


 아침이면  새들의 란스러운 수다의 장이 되어 버린다. "째 째 째...찌꼭 찌꼭...까아 까아..뾰로롱."   각기 하고 싶은 말을 토해내고는 훅 털고 날아가 버린다. 그렇게 하루 시작되고  붉은 해가 사그라지면 하루의 끝으로 달려 간다.


19년 오월의 일이다 .

새벽인지 아침인지  단잠을 깨뜨리는 요망한 소리가 들렸다. "삐야 삐약 삐야 삐약..

정체불명의 소리다. 깝게 들린다. 아리 소리같은데...

 

황룡산인접해 있어  작은 동물들의 방문이 간혹 있다.  단골문객은 주  수다스기 짝이 없는 ..그밖에 족제비, 뱀(딱 한 번) 등...  밤이 되면  길냥이들 영역다툼로 으엉..으엉.. 신경질적인 울음을 토해 낼 때도 있다. 럴 때에는 크림이(반려냥)는 예민해 져서 리하고 돌아 올 태새로 내보내 달라 떼를 쓴다.


 상스러운 울음소리의 정체를 맞딱뜨리는 순간  멈칫하고야 말았다. 2층 테라스 오른쪽 끝, 지붕과 닿은  아래... ! 마이... 갓... 고양이였다. 눈도 뜨지 않은 애깽이(아기고양이) 세 마리가 지들끼리 우왕좌왕 물거리고 있었다. 고양이는 야.. 옹.. 하지 않나?   이야옹도 아니고 아옹도 아니고... 삐약.. 삐약 거리다니... .    'TV 동물농장' 화면 속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지금 이 자리,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택  변수 중에는 길고양이와 관련한 것도 당연히 있. 그러나 오 년 동안 단 한 번도 없다.  네 고양이들은 친화적이지 않다. 눈만 마주쳐도 쌩.. 외면다. 가끔 부르면 뚫어지게 쳐다보다 뭐래? 그냥 가버린다. 오만하거나 소심한 녀석들만 사는 것 같다.


"어미가 알아서 하겠지... 내버려 둬.."  석들이 들을까 숨죽이며 온갖 표정을 동원해서는 들갑 떨어대 나와 다르게 남편  게 반응했다.

 "잘.. 생각해야 돼." 른척 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미  내 신경 그곳으로 려있었다. 일어나지도 않 각종 시나리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기와지붕 밑 주먹만 한 구멍이 있었고 그 안에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는 것.  우리 집이 낙점되었다는 것. 어미는 이곳에서 세 마리를 출산했다는 것. 그리고 꼬물이들의 돌발행동으로 들통 나 버렸다는 것.


길에서 생활해야 하는 길냥이들의 삶은 혹독하다.  들은 불안한 눈으  살금살금 숨어 다닌다. 은 소리에도 아주 예민하다. 부 잘못된 이기심은 이을 더 으슥하고 어두운 곳으로 내몰고 있다.  부 못 된 인간들은 이 가엷은 명들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꼬물이들이 살아 가야 하는 현실이기도 했다.


어미는 보이지 않다. 어딘가에서  수작을 노려보고 있을지도 모른.  먹 두 개가 들어갈까 말까한 구멍이 보였다.  폰으 비춰보았다.  천장과 지붕, 그 중간...  나씩 조심스럽게  넣어 주었다. 정도 했으니 모른척 해주자. 지켜보는 것 정도야 괜찮겠지? 티 안나게...


  한 놈 나와 꼬물거렸다. 들여놓아 주었다. 다시 가 보았다. 또 나와 있다. 여전히   놈이다. 구가 높다.  스스로 들어갈 수는 없다. 세 놈 중 몸집이 가장 작은 꼬물이다. "큰 놈들이 밀어내는 걸까?" 눈도 뜨지 않 상태에서도 세력다툼이라도 있는 것인가?  아니면  녀석은 호기대마왕? 른척 하기로 했었는데..아...


생 고양이의 마음을 알 턱이 없다. 오월이 되어 햇빛은 따사 아직 바람공기는 다. 들여놓았다.  나와서 꼬물거다.  들어가 쫌!. 시쩌 시쩌(싫어) 나갈꼬야!... 실랑이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난감한 녀석이다.  다른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는다.  안쪽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더 깊은 곳 같다. 길을 잃은 것인가?


작은 박스 안에 수건을 깔고 일단 넣어 놓기로 했다. 미가 발견하면 새끼를 물고 갈 것이다.   불리 행동했다간  해거나 포기할 수도 있다. 함부로  만지거나 해서 다른 냄새가 배이게 되면  새끼라 인식을 안 할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은 예상치 못 한 이 맨한 청객 방문? 에  들떠있었다. 톡으로 소식을 접한 큰아이는 옴마나! 오! 마이갓!! 외쳐대며 그 것 딱 들어 맞는 이모티콘을 띄웠다. 비슷한 류의 놀라 자빠지는 림들이 폰을 채웠다. 특별할 것 없던 나날에 파문이 일고 있었다.

"어미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 것  같아"  둘째 딸의 목격담이 전해졌다. 


박스 안이 조용했다. 수건을 살짝 건드리자 꾸물거린다. 아... 어미가 아직 모르는 것인가? 밤공기더 무겁고  ...  박스를 방 안으로 들여놓았다.  문을 살짝 열어 다.   꼬물이는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다. 건드리  내 손 안으로 파고다. 태어난 지 며칠나 된 걸까? 미는 도대체 어쩔 생각인?


담날 아침, 어김없이 들리는 삐약 악다구니가 들렸다.  미가 녀간 흔적 없다.  녀석은 제부터 은 상태다.  급한 로 우유를 데웠다. 젖을 찾는 모양이다. 뭐든지 입에 닿으면 쪽쪽 빨아 댔다.  작고 작은 입속에 흘려 넣어 주었다. 꼴딱 대며 삼다.   작은 입속에 더 조그마한 무가 꼬물거리며  하얀 액체를 쪽쪽 넘긴다. 근하며 박스를 다시 내 놓았다. 마음은 이미 반반으로 나뉘어 있다.


 퇴근길에 분유와 젖병을 사 왔다.   삐약 삐약!! 악 받치게 울어 다. 한 마음 옷을 벗을 생각도 못하병부터 소독했다.    데운 분유를 손목에 한 방울 떨어뜨렸다.  물려주었더니 정신없이 빨아 댔다. 너무 세게 빨아 미처 넘기지 못한 분유가 옆으로 흘렀다,  도 모르게 '오구 오구... 내 새끼'라고 말 할뻔 했다.


어미 여전히 근처에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근처에서 맴돌며 켜보고만 있다니...


새로운 식구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미 반려동물이 이나 된다.  온 가족이 아침에 나가 저녁에 귀가한다. 나는 오후 두 시에 출근을 한다. 그러나 오전시간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눈도 뜨지 않은 애깽이를 돌 수 없다. 전하게 케어 할 자신이 없었다.


" 어느 정도 크면 알아서 나갈지 않을까?길고양이잖아."  그러면 그때  그런가 보다 하지 뭐...


맘마를 먹고 난 뒤   등을 쓰다듬으꺼억 트림을 했다. 하다.    배를 문지르면 쉬를 다. 아주 야무진 놈이다. 조금 더 자극을 주면  국수굵기의 응가 빠져나왔다. 신통방통한 놈이다. 어미가 핥아서 배변을 유도하는 행위를 물티슈 한 장을 쥔  검지와 중지가 대신다, 이 정도면 성공이다. 아기냥이들이  위험해지는 요인중 배변 탓도 있다 했다.


 제는  월요일터는 온 가족이 출근을 한다. 이제 녀석은 아무도 없는 이층에서 혼자 견뎌내야 한다. 녀석을 케어할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필요했다. 다행히  나는 오후 시에 출근을 한다. 그리고 여덟 시 반쯤 귀가를 한다. 여섯 시간 삼십 분이라는 공백이 생긴다. 장 효율적인 루틴을 만들어 내야 한다.



기상을 하면  분유를 먹이고 배설을 유도하자. 쉬는 항상 했지만 응가는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였다. 출근하기 전 배가 땡땡 부르도록 먹인 후 재운다. 퇴근과 함께  분유를 먹인다. 잠들기 전 한 번 더 수유를 한다.



성공적이었다.  녀석은 이른 새벽 밥 달라고 삐악 대었다. 녀석은 아주 당당했다. 출근 전에는 올챙이 배가 되도록 먹였다. 그리고는 재웠다. 배가 부른 녀석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담요로 감싸고 가만히 있으면 바로 곯아떨어졌다. 살며시 문을 닫고 살금살금 내려와 출근을 했다.  퇴근을 할 때면 현관문 앞부터 바락 바락 대는 소리가 들렸다. 옷도 못 벗고 유를 데워 이층 계단을 뛰듯이 올라갔다.


 녀석의 눈이 조금씩  뜨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만 보석 같은 눈을 땡그랗게 떴다. 너어무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을까?. 행동은 하루가 다르게 바릿해졌다.  박스 넘어  나와 여기저기 들 쑤시고 다녔다.  족들의 귀가길이 더 빨라졌다.  전부 녀석 관련 이야기뿐이었다. 아래층 세 마리는 이유를 모른 체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층에서 들려오는 수상한 소리와 냄새에 몹시 예민해져 있다.  계단 아래 모여 킁킁거리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모래상자를 두었다. 모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끄응... 녀석의 첫 배변 온 가족에게 알렸다. 아...주 똑똑다.  아래층 크림 군은 성묘임에도 이사한 새 집 여기 저기에 쉬야를 냄새를 없애느라 생 고생을 했는데...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녀석이 벌써 변을 가린다. 녀석은 분명 냥이계의 일론 머스크일지도 모른다. 수컷이라면...

 성별에 대한 의견들 분분했다. 암컷인 줄 알고 유기묘센터에서 입양한 크림이가 중성화 수술 때 수컷임을 알게 됐던 것 화제로 올랐다.


 남아 있던 형제들의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어미가 이서를 단행한 모양이다. 지에 가족과 이별하게 된 녀석이 안쓰러워진다.


세상 눈에 담기자  더 부잡스러워졌다. 사방을 확인하다 수틀리면 하악질을 했다. 의자 다리을 보고 하악질... 침대 모서리에 부딪치고도 남 탓이다. 락방은 이제 놈이 접수한 것 같다.


재웠다 싶어 살살 뒷걸음 하면 담요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삐약 댔다. 아...출근이고 뭐고... 넌...왜 그렇게 사랑스러운 게냐... 너랑 하루종일 놀면 좋겠다아..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해서는, 서둘러서 퇴근와 가족들...


진정 냥바라기가 되어 버린 것인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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