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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Oct 07. 2023

60에 카페를 열었다.

오픈...

이미 끝난 일을 말하여 무엇하며
이미 지난 간 일을 비난하여
무엇하랴...                  공자


 .


 카페에 들를 일이 생기면  아메리카노만 주문했다. 라떼, 에이드, 스무디... 등의 음료 등은 마시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라떼는 느끼할 것 같아 싫었다. 달콤한 맛의 음료들은 당기지 않았다.    낯선 음료들과 친숙해져야 했다. 음료(기본 종류만 해도 족히 20개는 넘었다) 이제 내 생활 속의 일부가 되어 함께 동고동락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동업이며 카페 운영경력이 있는 둘째  상황판단이 덜 된 엄마를 쓸만한 용도의 인간으로 개조시켜야 하는 임무까지 졸지에 부여받게 되었다. 기투합한 우리는 시작 전에 이러저러한 준비과정 중에는 그럭저럭 이견없이 잘 이겨나갔다. 재미있었다. 나는 둘째를  믿고,  석은  삼십 년 학원을 운영해 온 경력의 엄마를 믿었을 것이다.  나는 대로 원 포인트 레슨 받았. 순발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라는 자부심이 나를 부추겼다.


음료 들어가는 재료와 과정을 적어 주며  작은 스승은 다른 것으로 그득 차있는 내 뇌 속에 카페 관련 것들을 밀어 넣었다.  다독보다는 정독이지 하며 음료마다의  특이성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기억저장능력이 무뎌진    학습 야 했다.  문용어이 내 입을 통해 나올 때는 색해서 혼자 웃기도 했다.  실전위주로 암기하고 머릿속으로연속적인 시레이션 해 보았다.


도서관에는 자료를 찾아 중요내용은 메모도 해 두었다. 유튜브 등에서 제공되는  영상들을 탕으로 바리스타들의 행동을 따라 하기도  보았다. 제조과정서 필요한 팁등을 눈에 담았. 그 정도면 될 줄 알았다.


라떼아트는 커녕 스팀조차 해 본 적이 없다. 당연히 매끄럽고 고소한 맛의 거품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  반복해서 해 보셔야 해요"   라떼맛을  제대로 지 못해 하소연하는 내게 짐샘은  했다. 원에서 같이 일한 인연로 시작당시 여러 가지 조언들을 아끼지 않았다. 나보다 일찍 카페를 오픈해 상위권의 영역으로 성공시킨 선배 사장님이기도 했다.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느낌이 와요". 


우유거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공기를 주입하는 것, 혼합하기, 마지막 가열의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유의 온도는 70도 내외가 적당하다.  에스프레소를 퍼펙트하게 추출한다 해도 우유스티밍에서  실패한다면  있는 라떼가 될 수 없다. 딸아이의 손길을 거친 라떼는 달랐다.  치익치익 휘몰아 따뜻하게 섞인 크리미 한 우유 에스프레소와 동글동글 섞이더니 어느 틈엔가 하얗게 모아지며 하트 되어 있었다. 경이로웠다. 까짓 하다 보면 느낌이 온다잖아. 해보자 뭐... 연습을 위해 두와 우유가 마구마구 소모되었다. 깝지만 거쳐야 할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만큼의 시간과 돈 들어가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서둘러 터득하고 싶 마음는 달리 실력은 아주 더디게 향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쫓아 올 리도 없건만, 픈을 못 해 안달이 난 나는 준비되지 않은 오픈부터 덜컥 감행하기로 했다. 주변의 우려 따윈 들어도 흘려버렸다. 걱정은 내 욕망을 이겨지 못했다. 직접 접해 보면 실력도 늘 것이라 생각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며칠은 지인들과 이웃사촌들로 북적였다. 마을관 어르신들도  주셨다. '야당오리'라고 크게 쓰인 리본으로 멋 부린 커다란 화분과 술술 풀려나가라는 의미로 두루마리 화장지를 품에 안고... 여러분이 방문하여 덕담으로 앞날을 축복해 주셨다. 둘째의 친구들은 새 시작을 알리는 벗에 대한 깊은 우정을 표현해 주었다. 옛 동료들도 방문해서 힘을 실어 주었다. 첫째 아이는 공연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엄마와 동생의 새 출발에 용기를 주었다. 남편도 긍정의 메시지를 시도 때도 없이 날려 주었다.


네이버에는 신규 오픈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광고 서비스가 제공된다. 한 달 동안 광고를 무료로 해 주는 것이다.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굉장히 유용하고 좋은 기회이다. 잘만 활용하면 우연히 방문한 고객들 단골 만들 수 있다.


무료광고 덕분인지 영업을 시작하마자 신기하게 손님들이 찾아와 주었다. 새롭게 오픈하는 곳에 대한 호기심 한 동안  손님들로 북적대었다. 블로거들도 찾아왔다.  이곳저곳을 카메라에 담아  렸다. 멀리서도 찾아왔다. 성능 좋은 GPS는 소가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안내를 해 주는 세상이다. 동네사람들도 찾기 힘 석진 곳 일지도 말이다. 이른바 오픈발이라는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었다.


카페 단골을 유입하는 한 방법으로 피라미드를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한 손님이 녀 간다. 입소문이 난다.  펄럭임으로 몸집을 키운 소문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흩뿌리며 확장한다.  좋은 후기들이 올라온다.  사람으로 넘쳐 난다. 웨이팅이 걸리고 사람들은 마당까지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카페는 이 과정이 아주 위험다. 반대 방향으로 흐르게 되면 업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주문한 메뉴를 포스기 음료별 카테고리 클릭하고 주문받은 메뉴를 선택한 다음 결제를 하는 과정은 시연을 해 보았을 때는 아주 단순했다. 난이도 하... 그러나 실전에서 상황  달랐다. 주문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을  못해 실수가 연발되었다. 문을 받는다. 메뉴를 클릭한다. 카드를 받는다. 쿠폰에 음료개수만큼 도장을 찍는다. 카드와 쿠폰, 영수증을 고객에게 전한다. 그러나 이 덜덜 떨렸다. 온몸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스기의 깨알 같은 메뉴들은 눈을 찌푸리고 봐도 잘 안보였다.  생전 없던 난독증이 생긴 것 같았다.


"엄마, 제발 저쪽으로 가 있어!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 봐..."


손님응대 할 때마다 버벅대고는 일하고 있는 딸내미를 불.   엄마의 현장 실습까지 감당 수 없었는지  자기  퇴장을 명 했다.   졸지에 일선에서 퇴출되어 동선에 방해가 될까 이리저리 몸을 구기며 마니가 되어야 했다.  나름 학원에서 난다 긴다 공중전 화생방전 화학전 거치며 능력을 과신하던 자신감 따위는 이 14평 작은 카페 안에서는 도무지 쓸모없는 민폐충일뿐이었다.


내가 물러나니 모든 상황이 매끄럽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내 어린 동업자는 제법 능숙하게, 그리고 살면서 들어 본 적 없던 상냥하고 나긋한  말투로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어 내었다. 저렇게 생글생글 웃도 하는 놈이었구나. 본주의 친절함으로 장착된 딸아이는 모든 손님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주문이 끝나면 음료를 제조해야 한다. 핫, 아이스에 따라 시럽과 분말의 양이 달라진다.  음료에 따라 휘핑유무, 스팀등 완성되는 타이밍이 중요한 음료들이 있다. 즘 카페음료는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데코레이션이 필수라는 말이다.  물보다 더 근사하게 포장되어 각종 커뮤니티에 자랑을 한다. 그 과정은  광고효과가 되어  른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마케팅이 될 수도 있다.


실은 획대로  흘러가 주지 않았다.  칠을 버벅대며 수월한 진행이 되지 않다. 조금만 삐걱대어도 털은 안드로 메다로 가 버리기 일쑤였다. 정해진 주문 매뉴얼이 을 리 없는 무작위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긴장감으로 온몸이 뻐근해져 왔다.


주문하시겠어요? 따뜻한 라테 두 잔, 아메리카노 아이스로 한 잔... 총 세잔 주문하셨습니다. 쿠폰 적립하시겠어요? 쿠폰과 카드 여기 있습니다. 바로 준비해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음료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입맛에 맞으셨어요?  감사합니다...


메뉴가 제대로 숙지되지 않은 것 큰 문제였다. 바닐라 라테와 연유라테를 주문하면 연유 속에 바닐라 시럽을 넣어 주고 바닐라라테에는 분말만 넣어 애한 음료를 만들어 주다. 사실 나는 바닐라와 연유라테의 맛 차이를 랐다. 레시피대로 진행하다가 깐이라도 흐트러지는 상황이 되면 깡그리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에이드음료에는 시럽을 넣어 주지 않아 이크 아웃해 가는 손님을 따라가서  펌핑었다. 이미 마시고 있는 음료를 다시 가져와 부족한 단 맛을 보충해 주기 했다.  기스무디에 자몽시럽을 주입시켜 한라봉스무디맛을 창출해 냈다. 팀상태가 숙지되지 않은 상태의 라떼는 미지근했다가 너무 뜨거웠다가 했다. 무나도 다...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나이에서 오는 노련미는 라지고 할머니의 무딘 감각이 작은 몸뚱이를 더 졸아들게 만들었다.


또 다른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것은 내 시나리오 어디에도 없었다. 무료 광고 당근이 별점이라는 찍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평가를 접하게 될 것을 상상이나 해 봤겠나. 그냥 오픈만 하면 겠다 했 현실은 아니었다.  덜컥 오픈에 동참한 둘째는 오는 고객응대만도 벅찬데 틈만 나면 사고를 쳐 대는 엄마 때문에 더 골머리를 앓다.


육십이 되어 엄띄엄 살고 마음에  시작한 카페가 별 5개로 매겨지는 성적표 받게 될 줄이야... 영수증을 원하는 고객들 표정을 슬쩍슬쩍 곁눈질하며 눈치를 보았다.  쫄아들었다. 개인마다 점수를 매기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나는 5개, 만점을 받고 싶었다. 부도 안 하는 녀석들이 백점을 바랄 때 호되게 무라던 내가 터무니없이 요행을 바라는 인간이 된 것이다.


카드를 제대로 주입하지 않아 결제가 되지 않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방문한 고객에게 결제를 요구하자 표정이 밝지 않았다.  솔했다. 런 경우에는 다시 방문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를 위해서는 소를 희생해야 하는 국률을 무시하고 눈앞의 이득만을 취하려 들었다니... 물론 재방문해서  결제를 해 주는 분들도 있었다. 즘엔 거의 없지만 설사   실수로 결제가 누락이 될지언정 그냥 넘어간다. 결국은 내 잘못이니까...


고객응대에도 미숙함은 드러났다. 는 손님마다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에 오버해 댔다.  쓸데없이 확인하고 참견했다.   친절 관심은 고객마다 원하는 정도가 달라서 조심 다. 히 과잉친절은 금물이다. 맛도 왜 물어봤을까? 지금은 삼가고 있는 것들이다.


서비스도 고민했어야 했다.  점심 후 배가 잔뜩 부른 손님에게 샐러드빵이 서비스 제공되었다.  마도 꾸역꾸역 드셨을 것이다. 여행하다 들른 작은 카페 사장님이 고구마를 구워 테이블마다 놓아줬던 기억이 있다. 점심을 마치고 들렀던 지라 사양했지만 굳이 괜찮다며 놓아주었다. 이 서비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었건만... 내가 그 행동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생각이 많아 신중할 수가 없었다. 많은 서비스 반드시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적제 적시에 제공되어야 은 결과를 얻을 수 는 것이다.


만약 내가 내 건물이 아니고 카페 운영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면 이런 시작은 시도조차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임대료, 재료비, 공과금등 고정비부담에 피폐해져 있었을 것이다.


 덜컥 시작해 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나는 미숙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한다. 음의 실수들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먹는 것을 들고 그것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아주 조심스럽고 위험다.


혼자 놀기 좋아하고, 생계를 책임지지 않으며,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즐길 수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재미지다. 동업하던 딸아이는 전공을 살려 다시 직장으로 나가고 있으며, 틈틈이 선물용 쿠키에 집중하고 다. 작은 공간에서 굳이 둘의 에너지를 소진할 필요가 없어서이다. 대신 퇴근 후에 잠깐의 교대로 엄마의 쉼을 보장해 주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임이 제한된 시대적이 환경이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어리숙했던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오픈 당시의 형편없는 실력으로 지금까지 고객을 맞이했다면 내 카페는 지금쯤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준비되지 않은 오픈은 무모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분히 준비한 후에 시작해도 쉽지 않다. 밖에서 보이는 블링블링 근사한곳이라도 그 안에서 매일을 버티는 누군가는 지쳐가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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