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발했는데 루돌프가 게으름 피워 조금 늦을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어봤다. 흥.. 거짓말.(놈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나저나 착한 일은 좀했니?... 안 믿는다면서 이러저러 지가 나름 착했노라고 나열해 본다.
웃음 나오는걸 억지로 누르려함! 헛기침을 만들었다.
착한 어린이는 이브에 일찍 자는 거라고...
안 자고 그러면 그냥 가 버릴지도 모른다. 으름장을 놓고 말았다.
정말요? 선물 스킵에는 꼬리를 내린다. 역시 물질만능으로 가는 게 옳았어. 어디서 오는데요?
핀란드에서 썰매 타고 오지.
굴뚝이 없는 아파트라 선물 주기가 여간 힘들다고 직업적인 고충까지 녀석에게 털어놓고 말았다.
녀석은 꼬치꼬치 이것저것을 물어보더니 한 순간 진짜 산타일지도 모르겠다는 확신 비슷한 게 생긴 모양이다. 아님 놈의 페이크에 내가 놀아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조심해서 오세요~꼭요~~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해야지 옆에서 미경 씨가 훈수 든다.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셋 중 둘은 순순히 속아 넘어갔는데 내가 맡은 놈에서 태클이 걸려버렸다. 사실 요놈이 산타 없다 설의 주동이다. 잠깐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회의감까지도 들뻔했다.
다행히선물스킵에 풀이 꺾인 동심은 지켜? 졌고 미션성공이라고 세 엄마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딱 고만한 남매, 자매를 키우던 우리 셋은 모이면 작당질을 했다. 장난 좋아하는 내가 늘 선봉장이 되고 아이들은 아주 좋은 대상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만나진 녀석들은유치원이라는 세계로 입성하면서 날이 갈수록약아졌다.
덕분에 꼴딱꼴딱 속아주던 녀석들 중 한 놈(내가 맡은)이 산타는 엄빠다!! 를 외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두 엄마를 불러 산타실존대작전을 모의한 것이다. 전투는 실없이 자칭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버리고..
아이들 마음속에 거짓말 산타로 불명예스럽게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날이후 이런 장난은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음을 각성하는 정도의 성과는 있다고 봐야 할까? 애들이 잘 자라고 있음을 억지로 누르려고 했다니...
내 딸들도 문제였다. 특히큰 딸아이는 초6학년까지 산타를 고집스럽게 믿는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산타는 없으며 선물도 아빠나 엄마가 몰래 가져다놓는것이라며 비웃어도... 걔들생각일뿐이라며 일축했다. 산타는 존재하며 늘 옆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 주장했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수염덕수레한 산타만 산타냐 나도 산타다.손해볼 것 없던 둘째도 침묵으로 언니 주장에 맞짱구를 친다.
설득력 있는 녀석의 이론덕에 우리는 졸지에 진짜 산타라도 된냥하였다. 우리 부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이브날 밤 선물꾸러미를 몰래 가져다 놓던 웃픈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