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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Dec 21. 2023

가족의 재구성

오월에 온 오월이...

분홍젤리 발바닥..조물딱거리기 딱좋을 때다

예기치 못 한 애깽이의 출현 잔잔했던 일상죽박죽 흐트러 놓기 충분했다. 소란스고, 어수선하며 흥분된 기대감? 내 하루는 분단위로 쪼개졌고 24시간 안에 돌봄까지 구겨 넣었다. 아침부터 저녁, 깊은 밤일지라도 작은 바스락 소리에 잠이 깼다.  내 머릿속은 온통 녀석에 대한 으로 가득 채워졌다. 육십 줄의 집사에게 들이닥친 신선한 시련이었다.

새침데기 숙녀가 된 오월


 크림이(코숏) 평소 낮잠을 즐기던 공간이 폐쇄된 이유가 궁금했을 것이다. 입구에서 메옹대는 바람에 얼결에 문을 열어 줘 버렸다. 닫힌 문틈에서 풍기는 수상한 냄새의 진원지를 탐색하기 위한  아주 천천히 중한 발망치 내디뎠다. 낯선 그것을 가늠해 보려 눈초리를 다. 덩달아 코 주변 수염까지 바쁘게 나불며 꿈질거렸다.

나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아기에게 분유를 먹였다.  처까지 다가와서 다시 킁킁댄다. 초유용 젖꼭지는 애깽이의  는 힘에 의해 쪼그라들었다 부풀었다를 반복했다. 쪼오쪽 쪼옥쪽... 있는 힘을 입으로 모아 허기진 배를 채웠다. 젖을 빠는 작은 소음 외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의심스럽게 가늘어졌던 눈동자가 반복되는 아기냥이의 입과 줄어드는 분유에 모아졌다. 갸우뚱거리며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 눈을 만들어 비상상황임을 암시하는 것도 잠시... 다시 원래의 상태가 됐다. 경계대상으로 삼기엔 너무 작고 가소로왔던  모양이다. 편안한 자세로 하품을 더니 그루밍 한다.


가 불러진 꼬물이가  무릎에 벗어났다. 그리고는 이때다 싶은지 그루밍에 집중하고 있는 크림이에게 무작정 달려들었다. 얼결에 선빵을 당한 크림이 하악 대었다. 작은놈의 뒷걸음질이 있는가 싶더니,  이 일시에 바짝 섰다. 크림이가 한 번 하악하면 꼬물이도 만만찮게 같이 맞짱 뜨자고 덤빈다. 을 곶추세우고 공격자세를 세우는 꼬물이를 같잖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시 후  귀찮은 것에 엮이는 것을 질색하는 크림이가 먼저  뜨는 것으로 상황은 종료됐다. 그날 이후 계단 밟는 소리가 들리면 득달같이 앞장서 올라갔다. 그리고는 같은 일들이 반복는가 싶다가 점점 시들해져 갔다.


"오월에 태어났으니... 메이 어때? 아님 오월? "  단순한 두 보단어 가지고 표결에 부쳤다. "오월이!..."   카톡 글 주머니 속에 세 글자가 채워졌다. 그렇게 꼬물이는  카톡회의  오월이로 승격된다. 내 필명이 '오월의 고양이'인 것도 무관하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오르고 눈은 더 까맣고 동그랗다. 세상 궁금증은 다 제 것인 양 물고 뜯고 만지고  던진다.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다. 초유에 아기냥이용 사료를 불려 주었더니 아주 잘 먹는다. 어느새인지 이빨도 제법 단단해졌다. 살을 뚫고 오는 이 때문에 간지러워 닥치는 대로 오물 고물거렸다. 족들의 손등과 팔뚝에는 정체 모를 획들로 추상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일부러 손을 가져 다대고는, 물리고 할큄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옷자락을 물고 대롱대롱 달려있는 녀석을 이리저리 흔들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합사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래층 입성 디데이...


오월이가 담긴 케이지는 바닥에 놓이기도 전에 이미 정신없이 소란스러움이 시작됐다. 눈인사만 하려 했을 뿐인데도 난리들이다.
구경군들은 우왕좌왕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몸싸움으로  법석이다. 거친 숨소리로 짖어대고, 그리고 먹이를 찾아 나선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도 되는 듯 네 개의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케이지 안에 있던  오월이가 먼저 하악 대며 선방을 날렸다. 이는 어찌할 바를 고민하던 빈이를 도발시켰다. 빈이와 오월이를 시작으로  한순간에 온 집안은 왈왈 컹컹 하악하악... 난장판이 되었다. 정말 난리부르스다.


첫날, 짧은 인사는 시작과 동시에 혼란만 가중된 채 끝이 났다. 이제 아래층 들은 상한 녀석의 실체를 알았다.  계단밑에 교대로 또는 단체로 다 갔다 진을 치기 시작했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강도는 약해지고,  케이지 대한 관심도 멀어졌다. 제는 맞대면을 시도해 볼 때다.

케이지문이 열리던 날, 예상대로 월이는 요때다 하며 튕겨나갔고 강아지들의 움직임 다시 부산스러워졌다. 오월이가 움직이는 데로 저리 가면 그곳으로 우르르 달려가고, 놀란 듯 폴짝대면  지들이 더 소스라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크림이는 무리에서 멀찍이 떨어져 관심 없는 척 구경꾼모드로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도 수시로 변하는 장면에서는 룩대는 귀까지 감추지는 못 했다.


여기저기 후비고 다니던 오월이의 목덜미를 콩이가 느닷없이 물었다. 앗! 돌발사태...? 안돼!! 하며 제지하려는 찰나.. 달랑달랑 물고 와서는 거실 가운데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오월이가 구석이나 소파밑으로 들어가는 가 싶으면 다시 물어다 거실 가운데로.. 그러고는 으릉대며 왈왈 댔다. 목덜미가 물린 오월이도 세상 얌전냥이가 되어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강아지 언어로 고양이를 야단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빈이의 출산으로 어미가 된 콩이다. 다른 종의 새끼에게도 모성애? 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세상 모든 어미는 다 그러한가? 서열 1위 콩이가 오월이를 돌보는 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콩이는 까칠하고 가족을 지키려는 의무감이 강하다.  강력한 권력의 뒷배를 탄 오월이는 아래층 입성에 성공했다.


당분간은 돌발상황에 대비해 이층에 두고 출근하기로 했. 어느 날, 퇴근해 보니  오월이가 현관 앞에서 삐양대며 마중 나와 있었다.  남일에 관심이 있을 리 없는 크림이 오지랖은 절대 아닐 것이다. 다시 이층에 데려다 놓고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느틈에 발밑에서 삐양다. 


세상에... 다시 올려놓으니  사뿐하게 폴짝거리며  한 칸 한 칸 내려온다. 나무로 된 계단은 밑이 뚫려있다. 나도 아찔해서 조심하는 곳이다.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좌우 살피며 안전하게 착지를 반복하더니 바닥까지 안착한다. 불과 하루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내려온 것이다.


콩이는 더 이상 보호할 필요가 없어진 오월이가 귀찮졌다. 시도 때도 없이 올라타고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오만 방자한 놈에게 버럭대는 일이 잦아졌다. 놈은 하고 만만한 크림이 물고 늘어졌다. 처 손바닥 크림이라 할지라도 에너자이저냥이를 당해낼 수가 없다.  올라타고, 깨물고   틈을 주지 않는다. 여차할 때는 날 쌔게 도망간다. 아무리 하악대도 소용없다. 한 번쯤은 내동댕이 칠 만도 한데, 발톱을 세우 않는다.  높은 곳으로 하는 정도다. 박육아도 이쯤 되면 극한직업 중의 최상위정도 될 것이다.


 주문제작 일류디자이너작품인 거실 소파는 두 마리의 고양이에 의해 아그작나기 시작했다. 성능 좋은 스크래쳐가 사방에 있는데도 굳이 소파를 긁어대는 이유는 뭘까?


커피 한 잔을 들고 앉아 밖을 보며 가죽의 감촉을  눈으로, 엉덩이로 겼었다.  발품 팔아 명문대출신 디자이너에게 주문제작 것이다. 이제는  고양이를 키우는 집의 흔한 소파로 전락해 버렸다.


소파가 아작 나고, 올화이트 깔끔 주택에 녀석들의 털뭉치가 날아다녀도, 아무렇지 않아 진 내가 놀라울 뿐이다. 작은 얼룩에도 가족들을 닦달하며 애지 중지 한 대접을 받던 집과 소파다. 긁어 대는 녀석을 심지어 조용히 쓰다듬고 있다. 안돼... 는 된다는 인가? 집안 곳곳을 녀석들이 긁고 물어뜯고 하는데도 괜찮다.  나 이상졌다.



 "이놈이 내 회를 다 먹어 버리네..." 하면서 녀석 앞으로 자꾸자꾸 회를 놓아준다. 그럴 때마다 녀석은 깨작깨작 한참을 핥아 제 입으로 넣는다. 한입에 넙죽 삼켜버리는 빈이 빠 옆에 붙어 앉아 있다 혼이 난다. "봐라, 오월이 좀.. 저렇게 한참을 오물대며 먹잖아. 너는 인마.. 회 귀한 걸 몰라.. 짜식이 홀랑 삼켜버리고..." 회가 올라가는 날에는 같은 뉘앙스의 같은 듯 다른 대화들이 늘 오간.

강아지들과 산책을 같이하더니 이제는 혼자 다닌다. 고양이만의 공간활보가 바닥에 한정되어 있는 개와의 동행은 성이 차지 않았을 것이다. 한 번은 호기심에 참견한 애깽이들 어미에게 쫒어 호두나무 꼭대기에도 올라간 적이 있다. 무작정 피해 오르기는 했으나 내려오기에는 너무 높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구슬프게 빼양거리기만 했다. 결국 남편이 나섰다.  사다리로 녀석을 구해 내다  팔과 다리는 겁에 질린 할큄탓에 깊게 파여 피가 흘렀다. 상처의 흔적은 아직도 있다. 그날 마음 조림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참새소리를 내어 새를 잡아 오고, 작은 생쥐는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가지고 놀다 버리기도 한다. 질색팔색하며 소리 지르든 말든  매일이다시피 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오월에 우연히 다가 온 오월이는 필연적이 되어 우리가 되어 버렸다. 람수보다 많아진 반려동물들 때문에 절대 복잡하거나, 어수선하지 않다. 아침에 헤어져 저녁에나 만나는 늙수래 부부에게  말할 거리를 매일 업데이트해 준다. 다들 분가를 해 소원할 수 도 있는  딸들과도 시시껍절한 녀석들 관련 화제들로 수다를 떨 수 있다. 톡방에 올라가는 사진과 동영상을 바라보며 따로인 듯 같이 웃는다. 녀석들과의 동행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은 확실한 개이득 맞다.




                 -크림이 이야기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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