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목을 기다리며

내맘대로 일기 21

by EAST

요즘 경도를 기다리며,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그렇지만 나는 오지 않는 불목을 기다린다. 불목. 맞다. 불금이 주 5일제 근무를 뜻하는 거라면 불목은 주 4일제 근무를 말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불금의 시초가. 도대체 언제부터 불금이라고 불렀지, 검색해 본다. 2004년이란다.* 무려 21년이나 된 말이다. 2004년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얼마나 신나고 기분 좋았으면 이런 말이 만들어졌을까, 싶다. 하지만 주 5일 시행이 하루아침에 된 것은 아니었다. 2004년 금융권, 공공기관, 1,000명 이상 고용 사업체부터 시작해서 2011년 5명 이상 고용 사업체에 적용되기까지 무려 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었다. 기업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기업 망한다고 신문에 광고까지 냈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멀쩡했다.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더 좋아졌다.**


현재 주 4일 근무를 두고 논쟁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 사람인이 설문조사를 했다. 2024년 5월 27일 직장인 3,576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86.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 2021년에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1,164명에게 물어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최근 조사에서도 주 4일제 근무에 대해 긍정적이다. 주 4일제 네트워크는 2025년 10월 1~14일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 4일제 도입에 60.5%가, 주 4.5일제 도입에 65.7%가 찬성했다고 2025년 11월 3일 밝혔다.*****


반대 의견 당연히 거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주 4일제와 같은 획일적인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비용부담을 증가시키고 일자리 유지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아! 비슷한 얘기 21년 전에도 들었다. 판박이다. 그러면서 논점을 비껴간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정근로시간을 축소하는 법 개정이 아니라 현행 근로시간 운용 유연성을 확대하는 근로시간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유연성. 이거 위험한 단어다. 맘대로 하겠다는 것과 이종 사촌동생쯤 된다.


삶의 질 높이려다 삶의 터전 잃습니다.**2002년 10월 주요 일간지에 실린 주 5일제 반대 광고에 실린 문구 중 일부다. 이럴 수가. 협박에 가깝다. 어쩜 이리 닮았는지.


그럼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도 많다. 주 4.5일 근무 도입 후 차츰 주 4일제 정착을 주장한다. 주 5일제의 완전 도입이 8년에 걸쳐 완결되었다는 점에서 약간 부정적이긴 하지만 일단 주 4.5일제라도 시행하자는 점에서 설득력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는 말, 실제로 쉽게 체감하지 못한다. 항상 선진국을 뒤쫓아가기 때문이 아닌지,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선진국이기 때문에 필요하지도 않은 제도를 서둘러 도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 4일제 근무는 인간 삶의 질 향상에 필수적이다,라는 점은 앞선 설문조사에서도 밝혀진 바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이는 미룰 일이 아닌 것이다.


불금을 외친 지 20여 년 세월. 이제 불목을 기다린다. 많은 쟁점이 남아 있지만, 물론 차츰 해결되겠지만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정재 扮)이 등장하는 압도적인 장면처럼 불목이 카리스마 있게 짜잔 등장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나무위키 참조

**한겨레21, 주5일제 도입 때 “경제 망한다” 외친 이들, 누구? 2020년 1월 7일 기사 중에서

***글로벌이코노믹, 사람인, "직장인 10명 중 9명 '주4일 근무' 찬성", 2024년 5월 27일 기사 중에서

****동아일보, 직장인 88% “주4일제 찬성”…쉬고 싶은 날은 ‘수요일’, 2021년 5월 1일 기사 중에서

*****매일노동뉴스, 직장인 10명 중 6명 “내 일터에 주 4일제를”, 2025년 11월 3일 기사 중에서

******법조신문, [기획] “워라밸” vs “생산성”… ‘주 4일제’ 이슈 재점화, 2025년 3월 4일 기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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