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32
수원 행리단길. 주말마다 인파가 넘실댄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겨울이면 휑하니 찬바람 불고 낙엽만 우당탕 뛰어다니지, 사람 구경하기 당최 힘들었더랬다. 평일에는 가게 열지 않았고, 혹 열더라도 개점휴업 상태. 이른 오후에도 간판 내리고 셧 다운이 예사였다. 주말에나 간신히 매출 올릴 뿐. 그래 가게는 손이 자주 바뀌고, 곳곳에 임대 현수막만 나부꼈었다.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관광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 갇혀 있다 풀려난 사람들 기회는 이때다, 미친 듯이 다니기 시작한 탓이 아닐까 싶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행리단길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카페를 비롯해 음식점, 술집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단독주택이 멋진 카페로 탈바꿈했다.
이제 엄동설한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다. 격세지감이다. 젊은 층이 많이 오다 보니 취향도 온통 젊다. 색깔도 알록달록. 골목마다 귀여운 소품가게며 카페가 점집 빨간 깃발과 소녀보살, 선녀님들과 사이좋게 이웃해서 들어섰다.
최근 보니 막걸리 파는 주점들도 눈에 띈다. 이른바 막걸리 BAR. 이들은 간판 이름이 구름에 달 가듯 운치 있다. 무월, 캬! 그냥 술맛 난다. 개중에 눈을 확 잡아끄는 곳이 있었다. 심금(心琴), 햐! 마음의 가야금이라니. 국어시간에 무심코 읽었던 심금을 울린다는 글. 하지만 통 감흥 없었던. 그랬는데, 어라 심금이 술집 간판이 되는 순간 마음속 가야금이 띵 띠딩 현을 뜯겼다.
곰곰 생각해 본다. 살다 언제 그런 적 있었는지. 심금을 울릴 만큼 감동적이었던 혹은 슬펐던, 아니면 애절했었던 적 있었는지. 마음의 가야금 소리 한가락 울리던 가슴 절절한 사연 있었는지, 물어본다.
있다. 그 순간.
첫째 녀석 탯줄 자를 때, 이제 아비가 되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울렸다. 결혼 5년 만에 등기에 내 이름이 박힌 첫 집을 장만하고 이사 들어왔을 때도 그랬다. 둘째 녀석 태어날 때, 승진했을 때, 생각해 보니 마음속 가야금이 많이 울렸다.
결이 다른 울림도 있었다. 펄펄 끓는 아기를 둘러업고 응급실을 달려갈 때, 벌초하고 있는데, 내 묘는 여기 쓰거라, 아버지가 담담하게 말했을 때, 믿었던 직원이 배신 때렸을 때, 쿵! 하고 울렸다.
‘난 결혼 안 할래.’
첫째 녀석의 비혼 선언이다. 띠옹, 이 울림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