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35

by EAST

지구 자전이 뭐예요?

손주가 묻는다. 가만, 나는 손주가 없다. 그러므로 이건 꿈이다.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다.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속수무책. 꿈은 계속 이어진다.

지구가 스스로 뱅글뱅글 돈다는 것이지.

요 녀석 그럼 왜 사람들은 도는 것을 못 느껴요,라고 또 물을 테지. 답을 준비해 놓는다.


근데 왜 돌아요, 지구?

어라, 이게 아닌데. 난감하다. 저기 부엌에서 물 좀 갖다 주겠니. 없는 틈에 제미나이에게 잽싸게 물어본다. 음! 그렇군.

왜냐면 말이지. 지구는 물질들이 회전하다가 서서히 뭉쳐지면서 만들어진 거란다. 그때 회전하는 힘이 그대로 남아서 계속 도는 거구. 우주는 공기가 없으니 마찰이 없구, 한 번 움직이면 멈추지 않지. 그래서 돌기 시작한 지구가 아직도 계속 도는 거지.


그러면 우주는 왜 공기가 없어요?

점점 난이도가 올라간다. 등줄기로 땀이 또르르 흐른다. 똘똘한 눈으로 답을 기다린다. 안 되겠다. 항복 선언.

할애비(신기하다. 손주도 없는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오지. 그러니 꿈이지 한다)도 모르겠는 걸. 한 번 같이 알아볼까?

중력 때문이다. 행성들이 공기를 다 잡아당기고 있어서 우주에는 공기가 없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우주가 아주 넓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공상태라고 부른다.

이쯤에서 그만 둘 줄 알았는데, 손주 녀석 꽤 끈질기다.


아주 넓으면 외계인도 있죠?

이럴 줄 몰랐다. 질문이 좌충우돌이다. 와중에 기특하다.

천하의 제미나이도 두 손 두 발 다 들 초초초 고난도 문제다. 과학자들은 높은 확률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인정한다. 다만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거나, 그들이 닿지 않았거나(혹은 못한 건지) 둘 중 하나라 믿는다.


꿈속에서 나는 곰곰 생각한다. 광활한 우주에 설마 우리만 있겠어. 그럼 너무 외롭지 않을까 싶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가 반지름으로 465억 광년이고, 은하의 수는 대략 2조 개라고 한다. 각 은하에는 수천 억 개의 별이 있다고 하니 이쯤되면 별의 숫자는 가늠하기 너무 힘들다. 이렇게 많은 별들 중에 생명체가 있는 별 하나쯤 있다고 믿는다 한들 전혀 이상하지 않다. 생명체가 있는 그 별에서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혹은 다른 생명체를 찾고자 곳곳으로 전파를 쏘고 있으리라. 거기 누구 없어요? 하고 말이다.


외계인, 나처럼 생겼어요?

으잉? 이게 무슨 말이지. 손주를 쳐다본다. 초록샘 도마뱀처럼 생긴 손주, 아니 외계인이 혀를 날름거리고 서 있다. 으악! 잠에서 깬다. 개꿈이다. 말의 해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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