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위가 약하다

내맘대로 일기 34

by EAST

영하의 날씨에 찬바람까지 부니 꽤 춥다. 얼굴이 다 얼얼했다. 칼칼한 동태탕이 자연스레 생각났다. 느긋한 휴일, 마침 오후 근무라 아내와 같이 이른 점심으로 동태탕을 먹으러 나섰다. 식당은 이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겨우 자리 잡고 동태탕을 주문했다.


양은그릇에 담겨 나온 동태탕은 이내 빨간 국물을 뽀글뽀글 거리며 끓기 시작했다. 국물을 떠먹어본다. 목에 사레가 걸릴 만큼 매콤했다. 추위가 싹 달아난다. 마저 익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바쁘다. 자꾸 젓가락으로 밑반찬만 축낸다. 곁들여 공깃밥을 주섬주섬 먹다 보니 동태탕을 손대기도 전에 벌써 반이 비워졌다. 성격 하고는. 아무래도 전생에 마당쇠였음이 틀림없다. 얼른 밥 뚝딱 해치우고 주인마님 분부를 기다려야 하는. 그도 아니라면 다리 밑 거지였나, 싶다. 누가 빼앗아 먹는 것도 아닌데 손놀림이 급하다.


그런 나도 숟가락이 딱 멎게 하는 것이 있다. 동태탕에 항상 있는 곤이, 이리 때문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생선 내장을 잘 먹지 못한다. 몸은 산 만한 녀석이 이걸 못 먹는다고, 곤이를 한 켠으로 밀치는 나를 두고, 상대방은 의아해하면서 한 국자 듬뿍 뜨며 좋아한다. 반면 아내는 바닷가 출신이라 그런지 내장을 잘 먹는다. 생선도 기가 막히게 잘 발라 먹는다. 심지어 머리 부분까지 샅샅이 발라먹는다. 생선 가시만 아름답게 남긴다. 아내의 섬세한 손놀림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역시 돼지비계도 잘 먹지 못한다. 돼지껍데기,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 일부러 찾아먹는 사람들 보면 대단하다 싶다. 수육용 돼지고기를 살 때도 온도차가 난다. 둘이 정육점에 가면 서로 말이 다르다. 정육점 주인장이 물어본다. 비계는 어떻게 할까요? 없는 부분으로 주세요. 내 대답이다. 적당히 있는 부분으로 주세요. 아내다. 우리 둘을 바라보는 정육점 주인의 동공이 흔들린다. 비계 많은(내가 보기엔) 수육을 설컹설컹 썰어 접시에 내놓는데 비위가 약한 나는 비계를 뚝 떼어내 살코기 부분만 된장 찍어 먹는다. 아내는 비계 달린 고기를 야무지게 잘 먹는다. 신기할 따름이다.


모처럼 가족이 다 모였다. 먹성 좋은 두 아들 녀석들 생각해서 치킨 2마리를 주문했다. 고소한 치킨 냄새.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다. 으! 닭껍질이다. 나는 역시 먹지 못하고 옆으로 치운다. 내 앞에 있던 첫째 녀석 그걸 보더니 날름 집어서 먹는다. 아버지, 이 고소한 걸 왜 버려요? 둘째도 정말요? 그걸 안 드세요, 한다. 사면초가. 도움을 청하려고 아내 쪽을 쳐다본다. 닭껍질 들고 야무지게 먹고 있던 아내, 뭐가 문젠데, 하는 표정이다. 아! 피는 못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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