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내맘대로 일기 36

by EAST

간혹 물건을 흘린다. 깜빡깜빡한다. 그래도 핸드폰을 어디 놔두고 올 만큼 건망증이 심한 적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오기 전까지는.


야야, 대학병원 가보라 카더라.

잔뜩 겁먹은 어머니에게서 걸려 온 전화. 덩달아 나도 가슴이 뛰었다. 부랴부랴 수원 소재 대학병원에 문의하고, 급히 예약 날짜 잡고 시골로 뛰어갔다.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6시 병원으로 출발했다. 오전 10시 30분 진료라 혹시 몰라 서둘렀다. 가는 내내 신분증 챙겼냐, 진료의뢰서 잊지 말라, 마스크는? 하며 거듭 확인했다. 다행히 일찍 도착했다. 주차하고, 병원 입구로 들어가기 앞서 마스크 쓰라고 말했다.


어야꼬, 차에 내비두고 온 모양이다. 배낭 안에 있지 싶다.

어머니 세워두고 부리나케 차에 갔다 왔다. 가방 째 들고 오라는 걸 무겁게 뭘 그러냐며 마스크만 찾아서 돌아왔다. 걸음 느린 데다 허리까지 구부정해서 내 팔짱 끼고, 느릿느릿 걷는데 성질 급한 나는 속이 터졌다. 지팡이는 왜 또 안 가지고 왔느냐는 핀잔에 어머니는 답한다.


깜빡 잊았뿟다. 요새 더 깜빡한대이.

그렇게 3층 진료실 앞에 도착했다. 신분증 주니, 진료의뢰서 같이 주라고 한다. 손가방을 한참 뒤진다. 불길하다.

오마야! 그기 배낭 안에 있는 갑다.

으아아!!! 엄마!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다시 주차장으로 갔다. 씩씩대며. 눈썹 휘날리며 후다닥 다녀왔다. 어머니는 미안해하며 내가 요즘 정신이 없는 갑다, 자꾸 물건을 놓고 다니는 게 라며 말을 얼버무린다.


초음파 찍고, 기다리는 데 긴장이 되었다. 어머니 차례를 앞두고 갑자기 간호사가 들락날락한다. 그러고도 한참이 지나도 부르지 않는다. 불길한 예감들. 설마, 안 좋은 게 보이는 건가?라고 초조해할 때 이름을 불렀다.

교수는 자상했다. 멀리서 오셨다며 편하게 대했다. 이것저것 묻더니 초음파 소견상 이상 없다고 했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직접 촉진하더니 괜찮다고 확인해 줬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피검사와 소변 검사 하자고 했다. 어머니는 채혈실로 나는 수납 창구로 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수납하고 마침 끝마친 어머니랑 병원을 떠났다.


어머니, 별일 없어 기분 좋은 지 오래전 맞춘 안경이 맞지 않아 새롭게 안경 하자고 말한다. 해서 내친김에 안경점으로 갔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안경테는 어떤 색으로 할까, 말하다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주머니를 여기저기 뒤진다. 또 불길한 예감.


이를 어째쓰까, 핸드폰이 없다 카이.

나는 차로 갔다. 혹시 차에 두고 내린 게 아닌가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하! 한숨이 나왔다. 설마 병원에. 안 돼, 하며 고개를 세게 저었다. 벌써 세 번째다.


엄마! 자꾸 왜 그래. 정말 미치겄다.

어머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려고 나는 내 핸드폰을 찾는다. 그런데 없다.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진다. 아! 불길하다. 도대체 불길함이란 녀석 오늘 우리와 친구 먹었나 싶다. 아무리 뒤져도 없다. 핸드폰.

차를 살핀다. 보이지 않는다. 어디 갔지? 그때서야 생각난다. 수납 창구에서 탁자 위에 올려 둔 기억이 났다. 아뿔싸! 병원이 더워서 패딩 벗어 팔에 걸쳤지. 지갑 한 손에 들었지, 각종 서류들 들고 있자니 손이 모자랐다. 핸드폰을 그때 바지 뒷주머니에 넣지 않고 옆에 올려둔 게 화근이었다.


어떻게 연락하지. 안경점으로 갔다. 사정 얘기하고 핸드폰을 빌렸다. 우선 내 전화부터. 역시 수납 창구에서 보관 중. 어머니 핸드폰 채혈실에서 보관 중. 아! 모전자전이다. 어머니랑 두 눈이 마주친다. 서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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